한류스타, 그 이상의 비즈니스모델을 개발 필요해
'중국 동영상 누적 조회수 20억 돌파', '관련 검색량 17억 건', '전 세계 32개국 수출'... 이런 화려한 수식어들은 한국의 한 드라마에 쏠린 세간의 큰 관심이다.
송중기,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류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호평을 받으며 여러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있다.
천송이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별에서 온 그대'보다 중국소비자들의 만족도는 훨씬 높고 회당 판권료가 23만 달러로 KBS '프로듀사'가 세운 최고기록을 돌파했다.
특히 사전제작을 통해 중국에서 동시방영을 한 최초의 한국드라마가 됐고 중국에서 첫 동시 방영한 외국 드라마라는 기록도 남겼다. 또한, 중국정부의 자국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환외령(限外令)에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태양의 후예'의 인기비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남녀 주인공 송중기, 송혜교의 매력과 연기력, 참신한 소재, 한국과 동시간대 방송 등 다양하다. 물론 이런 요인들이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김은숙 작가가 말한 것처럼 스토리 라인에 녹아든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는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꿈과 무의식속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이상세계이다. 드라마에 담긴 주제나 소재가 재난, 군인, 메스를 든 의사 등 조금은 무거운 것들 이었지만 이 드라마는 자기 일을 사명감 있게 열심히 하는 인물들의 사랑과 성공의 스토리를 다뤄 누구나 해야 하는 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스토리가 대안적인 판타지가 됐다.
판타지가 동경의 대상이지만 조금은 현실성이 떨어졌다면, '태양의 후예'는 현실성 높은 판타지 드라마여서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샀다.
사회과학 균형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누구나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생각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기업들이 빅스타를 광고모델로 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대중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출연하는 광고상품에 매력과 신뢰를 느끼기 마련이다.
여기에 스타의 이미지와 제품의 특징이 조화를 이루면 그 효과는 더 커진다.
이쯤에서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태양의 후예'는 높은 인기만큼이나 다양한 성공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기존의 한류드라마처럼 드라마 판권료와 출연배우들의 몸값만 올리고 멈출 것인가?
물론 과거에도 한편의 드라마가 큰 관심을 받게 되면 뒤늦은 감은 있지만 후속적인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촬영지, 출연스타의 의상과 화장품 등의 상품들이 선보였지만 반짝 관광 상품과 스타MD 상품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인식만 가중시켰다.
그렇다고 이런 결과가 꼭 드라마제작사와 소속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작사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제일 중요하고 소속사는 배우와의 전속계약기간이 장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드라마 판권료와 모델 개런티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수익원이다. 게다가 드라마 제작사나 소속사에는 변변한 융합상품을 만들어줄 비즈니스 전문가가 부족한 상태이다.
'태양의 후예'를 통해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하고 열광하는 이유를 좀 더 냉철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령, 드라마속 히어로인 송중기를 모델로 상품을 만들려면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명인을 활용해 관여도와 구매력을 높이려면 우선 해당 상품을 고관여상품과 저관여상품으로 구분해 스타의 이미지와 동일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태양의 후예'는 강한 남성성과 여성에 대한 배려, 부드러운 감성 그리고 올바른 세계관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뛰어난 실력과 휴머니즘적 인간애를 보여주는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성공의 판타지 드라마이다. 이들 두 주인공의 대중적 이미지를 저관여상품과 고관여상품에 맞춰 상품기획을 해야 한다.
저관여상품은 문구류, 식음료와 같이 구매리스크가 적은품목을 말하며 고관여상품은 고가 IT제품과 김치냉장고, 자동차처럼 구매리스크가 커 제품사양, 타사용자만족도 등 제품본연의 기능적인 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은 한류 아이돌 스타의 캐릭터 상품이다. 문구류에 붙은 아이돌 멤버들의 사진만으로도 펜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대는 1~2만 원대 제품류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고관여상품은 스타의 이미지 못지않게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능적인 특성이 스타의 이미지와 최대한 동일시화 되어야 구매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자동차 광고에 선호도가 좋은 빅스타를 모델로 사용하면 소비자의 브랜드태도는 좋아지지만, 실제 구매력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은 소비자입장에서 모델과 자동차에 기대하는 기능적인 속성들이 잘 매치되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스타와 결합된 고관여상품에는 이성적인 소비관점을 저관여상품에는 감성적인 소비관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모델(기획사)과 자동차 광고주가 모두 상생하려면 전략적인 시각을 갖고 공식 광고모델로 발표하기 이전에 해당스타가 자동차와 연관된 디자인, 메커닉, 라이프스타일 등을 사전에 노출해 대중들의 공감대를 미리 얻는 것이 중요하다. 또, 드라마 제작사와 기획사는 기업(광고주)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상품과 마케팅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인 디즈니는 연간 매출의 50%이상을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거둬들이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디즈니가 제작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이 라이선스의 가치를 올리거나 유지하는 용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전 세계에 지사를 갖고 있는 디즈니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비즈니스 제안서를 만들어 기업들에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광고주(기업)는 스타의 큰 인기만 믿고 고액의 개런티를 지불하면서까지 대중성과 매출을 기대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과거 화장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기업들이 앞 다퉈 모델 이영애, 김남주를 기용하는 바람에 대중들에겐 화장품모델로서 이들은 기억해도 제품은 잘 기억하질 못했다.
'태양의 후예'가 16부작 사전제작을 통해 중국과 한국을 넘어 범 아시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선행적으로 수백억 원대 한류작가, 한류스타, PD 등의 콘텐츠 제작진 못지않게 한류융합상품을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태양의 후예' 판권을 사들인 중국의 아이치이社는 '별에서 온 그대'를 제작한 HB엔터테인먼트로부터 회당 3000만 원 이하의 전 회차 방영권, 기타 저작권 및 판권까지 한꺼번에 사들여 2013년에만 1000억이 넘는 순수익으로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회사로 성장했다. 지금도 별그대로 지속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인 NEW는 중국 최대 미디어 회사 중 하나인 화처미디어(华策影视)가 2대 주주(535억 원 투자)로 있으며 흥행(시청 수)에 비례해 수익금을 아이치이와 나눠가지는 러닝개런티 수익구조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현재 아이치이는 태양의후예 MD상품을 자사몰을 통해 중국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한국 영상 콘텐츠시장에 주목하고 다양한 투자를 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오픈마켓에서 항공점퍼와 보잉선글라스, 밀리터리 조립완구를 특별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것이 대안은 아님은 분명하다.
글/조인선·김정민
조인선 : 한예종 출신의 아쟁연주자겸 전통예술기획자. 문화창조벤처단지 입주기업인 전통예술 플랫폼 MODERN 韓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컨텐트와 공연을 기획&연출하고 있다.
김정민(브랜드건축가, www.brandarchitect.co.kr) :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와 '샤이니'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기업에서 브랜드전략가로 활동했다.
현재는 융합한류상품개발, 융합한류 비즈니스 전문가로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에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