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석조전에 울려퍼진 오페라 아리아

입력 : 2016.04.01 01:19

매달 마지막 수요일 열리는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공간 걸맞은 고품격공연 병행해야

지난 30일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덕수궁 안 서양식 전각에 조명이 켜졌다. 대한제국기 근대 건축물을 대표하는 석조전의 1층 중앙홀. 황금빛으로 장식한 이오니아식 기둥과 유럽식 벽난로가 엄격한 좌우 대칭으로 짜인 공간에서 작은 음악회가 시작됐다. 첫 곡은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 '여자의 마음'. 주황색 샹들리에 불빛이 아늑하게 실내를 감쌌고, 테너의 고음은 찌를 듯 공간 가득 퍼졌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러분, 왕이 되신 기분이죠? 왕과 왕비처럼 즐겨주세요. 사실 공연하는 저희도 기분이 좋아요. 신하들 앞에서 왕이 돼 노래하는 기분입니다." 바리톤 정지철(김자경 오페라단 예술감독)의 경쾌한 진행에 웃음이 터졌다.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석조전 중앙홀에서 테너 이동명이 피아노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경쾌한 고음이 공간 가득 퍼졌다. /성형주 기자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석조전 중앙홀에서 테너 이동명이 피아노 반주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경쾌한 고음이 공간 가득 퍼졌다. /성형주 기자

김자경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 4명이 출연한 이날 공연은 아리아의 향연이었다.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비롯해 모차르트 '돈조반니'의 익숙한 아리아가 울려 퍼졌다. 8세·3세짜리 아들 딸과 함께 온 서미연(36·경기도 부천)씨는 "궁궐을 돌아보고 덕수궁미술관 특별전까지 보고 왔다. 오페라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도 즐겁게 감상했다"고 했다.

석조전 음악회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무료로 열린다. 1910년대 석조전에서 열린 고종의 생신 연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니스트 김영환이 연주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석조전은 2014년 10월 대한제국역사관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시작한 음악회는 7회 열렸고, 올해는 11회로 늘렸다. 인터넷 접수 시작 1~2분 만에 참가자 100명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석조전 중앙홀은 높은 천장 덕분에 울림이 좋아 실내악 연주회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고종의 사연이 녹아 있는 역사적 건물이라 관람객들에겐 각별한 곳이다. '열린음악회'의 궁궐 버전 같은 대중적 무료 공연만 고집할 게 아니라 이런 역사적 공간에 걸맞은 고품격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 안숙선 명창이나 황병기 명인, 노부스 콰르텟 같은 실력파 연주자들의 '최상급 무대'가 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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