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엽, 미녀댄서가 매만진 한국춤 어떨까?…'가온'

입력 : 2016.03.30 09:39
차진엽(38) 콜렉티브A 대표는 현대무용가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춤꾼인만큼 장르를 구분할 필요는 굳이 없어보인다.

그녀가 한국무용과 판소리가 만난 정동극장의 새 전통창작 공연 '가온: 세상의 시작'의 안무를 맡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차진엽은 북춤과 범부춤의 1인자로 통하는 하용부(61)와 작업하는 등 한국무용뿐 아니라 국악 기반의 예술가들과 이미 수차례 협업했다.

'가온' 역시 기저에는 판소리가 있다. 전통 판소리 서사 구조를 차용, 소리꾼을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국악은 장단이 달라서 처음에는 익숙지 않았다. 그런데 흥겹고 신명이 있어 몸이 저절로 덩실덩실거리게 되더라"며 웃었다.

'가온'은 한국무용을 비롯해 연희, 무예, 소리 등 전통 표현양식을 공연 한 편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 종합 퍼포먼스'를 표방한다. '영웅 판타지 서사'를 도입했다. 초인적 능력을 갖게 된 소년 '가온'이 영웅이 돼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 안에 영웅 성장기, 싸움과 모험 등 박진감 넘치는 요소를 도입해 볼거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관객층인 정동극장은 앞서 '배비장전' 등 고전을 무대화한 전통공연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차진엽도 '배비장전'을 보고 이번 작업에 호감을 느꼈다.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를 해외 관객이 봐도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무용 극장에서 무용 작품으로 풀어냈으면 전혀 달라졌을 공연이다. 정동극장의 방향성을 보고 이런 식으로 작업을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춤이 쉬워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작품들과 "방향성이 다른 것"이라고 차이를 뒀다. 지난해 차진엽이 '201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제작 공연인 '제5회 솔로이스트-여무(女舞)'에서 선보인 '리버런: 달리는 강의 현기증' 또한 쉽지 않은 작품이었으나 대중의 큰 인기를 누렸다.

"한국 무용의 특정 부분을 보여준다기보다 한국무용의 요소를 담는 거다. 한국 무용의 춤사위는 곡선적이다. 서양 춤은 반면 뻗어나가는 직선이다. 그런데 곡선적인 춤 사위를 응용하기보다는 그 원리나 흐름이 입체적으로 보여지기를 바랐다. 서양 춤처럼 역동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 남자들은 특히 싸움 신이 많아 기존 한국무용의 춤사위보다 더 격렬하고 파워풀할 거다."

한국 무용수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동작이지만 이미 배인 습관이 있어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했다. "이전에 해오던 방법이 아니니 어색해할 수밖에. 열린 마음을 갖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해줘 점차 안정되고 있다. 한국무용수들의 몸 쓰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 현대무용처럼 무리가 되는 동작은 주문하지 않고 있다."

한국무용의 확장이라는 평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이해하는 내 방식대로 하는 것뿐"이라는 겸손이다. 그래서 한국무용이 아닌 '한국 춤'"이라고 표현했다. "무용이라는 어감은 전문성을 띤다. 그런 움직임뿐 아니라 할머니들이 덩실거리는, 우리의 정서가 담긴 모든 것이 춤이 아닌가 한다. 교육된 것이 아닌 우리 가락의 정서, 모든 움직임 등 말이다."

한국 무용을 재해석하거나 재작업한다는 시선도 차단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무용이 시작점이자 모티브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가 원래 있는 것을 재해석하거나 재작업할 수 없다. 여러 작업을 하는 건 단지 매번 그 모티브나 시작점이 다양해서다. '페이크 다이아몬드'에서는 아프리카 춤이 모티브가 됐고 어느 작품에서는 발레 움직임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고. '가온'은 한국 춤이 모티브가 된 거다."

차진엽은 '춤꾼'이라는 수식을 마음에 들어했다. 장르에 구획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용가처럼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아도 춤을 추는 시대다. 많은 움직임이 춤 자체가 될 수 있다."

엠넷 '댄싱9'의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면서 화려한 외모와 스타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물론, 이전부터현대 무용계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오면서 능력을 인정 받았다.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현대무용팀인 'LDP무용단'을 거쳐 콜렉티브A 예술감독으로 있다. 네덜란드 랜덤 컬리즌 비상주 안무가, 국립발레단 현대무용트레이너 겸 객원안무가로 활약했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개성이 묻어나는 작업을 하면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온 덕분이다. '리버런'에서는 막판 공연을 내내 장식한 도트 영상이 마치 실물로 재탄생한 것처럼 '통통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그때 이 말을 타고 있던 이들이 일반 대중이었다. 차진엽은 "SNS를 통해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분들의 신청을 받았는데 금세 모였다"면서 "함께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다"며 눈을 반짝였다.

'가온' 또한 대중과 또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도완 연출님이 마임에 기반한 분이어서 움직임에 대한 디렉팅을 무용수들에게 잘 해 준다. 협업하는 것이 잘 맞지 않으면 힘든 작업인데 많이 배워가며 작업하고 있다. 대중과 또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을 듯하다."

'가온'은 정동극장이 전통상설공연의 새로운 브랜드 'YOULL: 율'을 론칭하면서 선보이는 작품이다. 4월1일부터 오픈런으로 공연한다. 작 윤혜선, 연출 임도완, 작곡 조용욱, 무대 황수연, 영상 정재진, 조명 신호, 의상 정경희. 러닝타임 70분. 4만~6만원. 정동극장. 02-75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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