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뿐 아닌 세계의 셰익스피어, 중국 국가화극원 '리차드 3세'

입력 : 2016.03.30 09:39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내한공연하는 중국 국가화극원의 연극 '리차드 3세'(理査三世)는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중국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2 런던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세계 셰익스피어 축제'에 초청 받아 세익스피어 전용 런던글로브 극장에서 첫 해외 공연을 선보였다. 당시 한국을 대표해서는 극단 여행자 양정웅 연출의 '한여름밤의 꿈'이 무대에 올랐다.

'리차드3세'는 이후 헝가리, 덴마크 등 유럽뿐 아니라 미국 등지에서 공연했다. 특히 중국의 전통 연극으로 노래, 대사, 무술 동작 등이 결합된 경극의 요소를 가미한 부분이 호평 받았다.

연출자 왕시아오잉(60·王曉鷹) 중국 국가화극원 부원장은 2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해외에서 공연할 때 경극적인 부분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고향(영국)에서 온도가 더했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셰익스피어가 영국의 셰익스피어 만이 아닌 전 세계인의 셰익스피어라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색을 가미했지만 이야기의 원형을 바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이야기하고자 한 인간의 사고와 내면에 대해 잘 드러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전 요소를 넣은 것이 셰익스피어의 본질에 더 접근했다는 판단이다. "우리 공연은 도구가 없고, 연기에 큰 동작이 없어서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접근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극적인 부분을 위해 국가경극원 소속 배우 3명을 캐스팅했다. 앤 부인, 웨일즈 왕자, 마녀 등 1인 3역을 맡은 장신이 대표적이다.

왕 연출은 "경극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북을 치는 등 악기 소리가 많이 들어 있다. '리차드 3세'에서도 많은 악기가 사용된다. 악사 한 명이 서른 개의 악기를 연주하는데 매번 공연에서 이 악사가 가장 주목을 받는다"며 웃었다. '리차드 3세'는 실존 인물인 영국 요크 왕가 최후의 왕인 리처드 3세를 다룬다. 왕위를 찬탈코자 친족을 살해하고 조카를 폐위시키는 등 악랄하게 그려졌다. 이후 무대에 오른 대다수 연극에서도 장애가 있는 음흉한 야심가로 등장한다.

왕 연출은 그러나 리처드 3세의 추악한 면만 보는 대신 양면성을 보고자 했다. 잘생긴 배우인 장둥위를 리처드 3세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다. "우리 연극에서 리처드 3세는 굉장히 외면이 멋있다. 장애나 추악한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 음모와 질투가 폭발할 때 몸에서 추악한 변화를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선과 악의 이런 표현 방식은 중국 태극도의 음과 양을 구분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한국 국기에 태극 모양이 있는 한국인들은 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라고 여겼다. "인간에게는 선과 악의 상반된 면이 내포돼 있다. 한중 연극가들은 아시아의 연극인으로서 서양의 셰익스피어를 다룰 때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자세다.

원작에 없는 마녀를 등장시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작품인 '맥베스'에서 예언을 하는 마녀를 차용했다. "맥베스와 마녀 사이의 내면에서 욕망을 봤기 때문에 그를 '리차드 3세'에 접목했다. 셰익스피어는 리처드 3세를 원래부터 악랄한 욕망을 가진 인물로 묘사했다. '리차드 3세' 이후에 쓴 '맥베스'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에 대해 쓴 것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욕심 등에 대해 썼다. 우리 '리차드 3세'에서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심과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마녀 역을 참고했다."

러닝타임은 약 2시간으로 원작을 절반 가량으로 줄였다. "내용을 삭제했다기보다는 대사를 줄였다. '맥베스'에서 영감을 얻은 부분을 추가했지만, 간결하고 빠른 율동으로 셰익스피어를 다루고자 했다."

왕시아오잉은 앞서 2008년 국립극장의 '제2회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에서 영화 '패왕별희'의 연극 버전인 국가화극원의 '패왕가행'을 들고 온 바 있다. "당시 공연 기간이 마침 추석과 겹쳤다. 한국 공연 관계자들이 고향에 갈 줄 알았는데 많이 와줘서 감사했다"며 "'패왕가행'이 중국적 방식으로 중국이야기를 했다면 '리차드 3세'는 중국적 방식으로 서양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서양 교류를 통해 현대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한국 연극 관계자들은 그런 좋은 작품들을 만든다. (오태석이 연출한) 극단 목화의 '로미와 줄리엣'을 보고 많이 감동을 받았다. 중국 연극 관계자들도 한국처럼 많은 시도를 해야 한다."

국립극단은 2011년 국가화극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2012년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티엔친신)을 함께 제작한 바 있다. 지난해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리차드 3세'와 교환 형식으로 10월 중국에서 공연한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소규모로 인적 교류, 공연 교류를 해왔는데 중국 국가화극원과 국립극단이 같은 작품을 공동 제작하는 형태로 교류의 형태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평론가이기도 한 김 예술감독은 "'리차드 3'세는 동서 교류의 소통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딜레마에 빠진 서양의 현대 언어를 새로 창출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짚었다.

'리차드 3세'는 국립극단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셰익스피어의 2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4월 1~3일 명동예술극장. 만 13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2만~5만원. 국립극단.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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