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중앙에 나선 지휘… 파격 꾀한 '正樂'

입력 : 2016.03.28 03:00

26일 국립국악원 정악단 공연… 정재국 예술감독의 마지막 무대
악기 구성 변화해 산뜻한 느낌

박(拍·국악 타악기) 대신 장구채를 손에 쥔 예술감독이 무대 중앙에 앉았다. 악단과 합창단을 마주 보고 앉은 그는 마치 지휘봉처럼 장구채를 휘둘러 소리를 조율했다. 우리나라 정악(正樂) 역사에 남을 '희귀한' 장면이었다.

26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정악, 새로움을 더하다'는 보수적인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작심하고 변신을 꾀한 무대다. 5월 퇴임을 앞둔 정재국(74) 예술감독의 마지막 무대였다. 정악은 원래 궁중연례나 제례 등에서 사용돼온 음악. 원칙과 절제를 중시해 현대에 와서도 비교적 원형 그대로 유지돼 왔다. 공연 전 만난 그는 "정악은 그동안 원형을 보존하는 데 치중해왔지만 이제는 시대에 맞게 바뀔 때가 됐다"며 "선조들이 담근 김장김치를 다 먹었으니 이제는 우리가 새로 담가 채워야 한다"고 했다.

26일 무대에서 정재국(맨 오른쪽) 예술감독이 장구를 치며 악단과 중창·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26일 무대에서 정재국(맨 오른쪽) 예술감독이 장구를 치며 악단과 중창·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정 감독은 이날 연주 진행을 총괄하는 집박(執拍)으로 무대에 섰다. 원래 집박은 무대의 끝에 서서 박을 치면서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서양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비교하면 '소극적' 역할인 셈이다. 하지만 마지막 곡인 '가곡 별곡' 무대에서 그는 무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장구를 치며 직접 연주를 지휘했다. 현대 오케스트라의 지휘 개념을 도입한 것. 그는 "본격적인 지휘라고는 할 수 없다. 합창을 넣다 보니 소리를 조율하고 들어오라는 사인을 주기 위해 손짓하는 정도"라고 했지만 보수적인 정악 무대에선 파격이었다.

악기 편성도 변화를 줬다. 원래 정악 합주는 피리가 끌고 가지만 이번엔 현악기와 타악기 비중을 높였다. 무겁고 장중한 정악이 아닌 산뜻한 느낌이 새로웠다. 두 번째 곡인 '현악 별곡'에선 세피리·해금·대금을 없애고 기존 정악 합주곡에선 잘 쓰지 않던 생황과 대쟁, 월금과 향비파를 추가해 음색을 다채롭게 한 것도 신선했다. 다만, 가야금과 거문고, 양금 소리에 파묻혀 관객에겐 생소한 월금과 향비파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독창 위주의 가곡을 관현악과 독창, 중창, 합창으로 '대형화'했지만 정작 합창 소리는 밖으로 크게 나오지 않은 것도 옥에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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