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서울시향에 필요한 건 '트레이너형 지휘자'"

입력 : 2016.03.21 03:00

18일 서울시향 지휘한 인발
여든의 지휘자가 뜀박질하며 음량 이끌어내 강약 뚜렷
현악기의 풍성함 사라져 아쉬워

지난 18일 서울시향은 엘리아후 인발(80)의 지휘로 말러 교향곡 7번을 선보였다. 연주를 끝낸 지휘자가 지휘봉을 내려놓기도 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여운을 깨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브라~보!" 80분간 공들인 연주를 들려주느라 땀 흘린 지휘자와 악단에게 박수는 자연히 따르는 법. 하지만 이날의 환호는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씁쓸한 모래맛이 났다.

올해 여든인 지휘자는 나이가 무색했다. 악기군마다 쉴 틈 없이 사인을 주고 때론 뜀박질까지 해가며 이끌어낸 음량은 강약이 뚜렷했다. 청중을 빨아들이는 집중력이 특히 좋았다. 2악장 초반 고조하는 호른에 새처럼 응답하는 관악기군의 노랫소리는 맑고 신비로웠다.

지난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하고 있는 엘리아후 인발. 그는 “좋은 지휘자는 음악에 대한 전문성·감성·이해도를 고루 갖추고 있다”며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향 제공
지난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하고 있는 엘리아후 인발. 그는 “좋은 지휘자는 음악에 대한 전문성·감성·이해도를 고루 갖추고 있다”며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향 제공
하지만 전체 인상이 밋밋한 점은 아쉬웠다. 1악장에서 조금씩 어긋난 앙상블은 2악장으로 접어들며 차츰 자리 잡았으나 3악장 스케르초에 이르자 선율과 악상이 끝이 뭉툭한 파편처럼 흘러갔다. 교향곡 7번은 표현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말러 교향곡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소문난 작품. 서울시향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현악기군에서 풍성한 색채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점은 안타까웠다. "지금 서울시향엔 훈련, 그리고 그 훈련을 도맡아 해줄 수 있는 트레이너형 지휘자가 필요하다"고 했던 인발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공연 이틀 전 시향 연습실에서 만난 인발은 "좋은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전진(前進·progress)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예루살렘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전공한 인발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추천으로 파리국립음악학교에 입학해 올리비에 메시앙, 나디아 불랑제에게서 지휘를 배웠다. 프랑코 페라라와 세르주 첼리비다케도 그에게 영감을 줬다. 1974~1990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를 지내며 명성을 쌓았고, 2008~2014년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도 수석 지휘를 맡았다.

"음악은 정직한 영역이에요. 오랜 시간 땀과 눈물을 쏟아부어야 달콤한 결실을 맺을 수 있어요. 명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연습과 연주를 통해 악단과 연주자들이 무엇을 얻고 어떤 음악을 뽑아낼 수 있느냐, 머리와 가슴으로 음악을 이해하고 작곡가에 동화하는 오케스트라가 되느냐가 중요하지요. 일단 음악 수준이 높아지려면 좋은 음악학교, 좋은 선생님이 꼭 있어야 합니다."

인발은 "미국이 어떻게 좋은 오케스트라가 많은 나라가 되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20세기 초 경제 불황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에서 수준 높은 음악가들이 미 대륙으로 건너가 오케스트라 성장에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줬습니다. 그 후 나치 지배 때 또 한 번 유럽 음악가들이 미국으로 옮겨갔지요."

그는 "세계적으로 재미있는 현상은 음악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줄리아드음악원 선생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10년마다 학생들 수준이 확확 오른다는 것"이라 했다. 여기서 아무리 열심히 연습하고 기량을 쌓아도 다른 음악가들 역시 착착 수준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발은 오는 8월 브람스 교향곡 2번으로 서울시향과 다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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