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베토벤의 위로·바흐의 집중력…하루 6곡 연주

입력 : 2016.03.18 09:43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9)은 한국 국적이지만 독일 뮌스터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독일에서 살고 있다.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 브람스 등 독일 레퍼토리가 강점이며 학구적이라는 인상이 짙다.

김수연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음반과 리사이틀 역시 베토벤과 바흐다. 16일 국제적인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발표한 새 음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두 개의 로망스', 5월29일 오후 4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이다. 하지만 김수연의 연주 음색과 해석은 학구적이지만은 않다. 그보다 더 다양한 결을 가지고 있다.

김수연은 17일 오후 서울 혜화동 재능문화센터(JCC)에서 "공부는 나름 하고 있지만 연주 스타일 자체는 의도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연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으로 연주를 한다기보다는 그때 그때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과 호흡, 그 순간 느껴지는 분위기, 관객과 호흡 등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5년 전 녹음한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멘델스존, 브람스 협주곡과 함께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통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작품번호 61'이 그렇다. 다른 협주곡과 달리 교향악적인 특징이 강한 베토벤 협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의 깊은 음악성을 요구한다.

앨범이 나온 전날 들어보면서 느낀 것은 "소리 자체가 여성스럽구나, 섬세한 녹음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 다시 연주를 하면 다를 수 있겠다. 항상, 변하고 성장하고 겪어야 하니까"라고 전했다.

이번 음반은 DG를 통해 발표한 네 번째 앨범이다. 앞서 발매한 모차르트 소나타 앨범 '모차르티아나'(2009),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 전곡'(2011),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함께 한 '슈베르트 포 투'(2015)로 호평 받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협주곡 앨범으로 애착이 간다. 아르메니아 지휘자 루벤 가차리안이 이끄는 독일 명문 실내악단 '뷔르템베르크 체임버 오케스트라 하일브룬'이 힘을 보탰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자체가 자신에게는 너무도 소중하다. "신경을 쓰고 잘하려고 애를 쓰는 곡으로 기억이 된다"는 것이다. 1806년 초연한 이 곡은 베토벤이 남긴 단 하나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김수연은 내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이 곡의 평화스런 분위기로 시작하는 2악장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이 곡을 좋아하게 된 별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베토벤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2악장을 연주하면 음악이 주는 큰 위로를 느꼈다. 연주를 하면서 스스로가 힐링됐다. 음악을 들으면 인간의 나약함이 그대로 그려지는 곡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픔들을 많이 감싸주고,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할 때도 행복하다. 연주할 때마다 큰 의미가 든다. 그래서 녹음할 때도 나름대로 2악장을 잘 해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이 녹음한 곡을 오랜만에 들으니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힘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욕심을 내려놓고 듣기가 어렵더라"는 것이다. "전날 들어보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간절한 마음으로 녹음한 것이 담겨져 있다. 행복하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듣는이들이 자신이 2악장에서 느낀 것처럼 위로의 감정을 가져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으나 "연주도 그렇고 앨범도 그렇고 연주자나 관객의 입장은 역할이 따로 있는 듯하다"고 여겼다.

"연주에 대해 내가 100% 책임을 지지는 못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나머지는 듣는 분의 몫이다. 어렸을 때는 '나는 이런 연주를 했는데 왜 못 느끼지?', '오늘은 좋았는데 왜 안 좋게 느낄까? 안 좋았는데 왜 이렇게 좋다고 할까?'라는 고민을 했다. 근데 내가 관객의 입장으로 들으면 무대에 있을 때와 느낌이 다르더라. 그때 그때 상황이 있는 것 같고 열린 마음으로 열린 귀로 앉아 있는 날과 아닌 날이 많이 다르다. '이렇게 들어주세요'라는 말은 그래서 힘들다."

바이올린 소나타 3곡과 파르티타 3곡 등 총 6곡을 들려주는 '바흐 무반주 전곡'은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으로 통한다. 이 6곡을 하루에 연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수연은 1, 2부 각 2곡씩 연주한 뒤 10분간 쉰다. 1, 2부 사이에는 중간휴식 60분이 주어진다.

앞서 김수연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 파르티타 전곡' 음반으로 호평 받았다. 당시 25세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녹음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을만큼 성숙함이 배어 나왔다. 악장마다 유려하고 부드러운 힘의 균형이 일품이었다.

2014년 이탈리아 스트레자 페스티벌에서 이미 '일일 전곡 연주'에 도전했다. 이에 힘 입어 용기를 내 드디어 국내에서도 리사이틀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탈리아에서 강행군을 했는데 한국에서도 똑같이 진행돼 많이 긴장된다.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는 작은 성당에서 했다.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콘서트홀에서 하게 돼 느낌이 다르다."

6곡을 2년에 걸쳐 녹음한 음반은 쉬었다가는 등 비교적 편안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하루에 여섯곡을 몰아서 하는 콘서트는 "홀로 서서, 그 음악의 흐름을 온전히 느끼는 데는 부담감이 있다"는 고백이다. 실제 '바흐 무반주 전곡'을 하루에 들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탈리아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테크닉적으로 편하게 쓰여진 곡이 아니다. 활 쓰는 보잉 테크닉이 많이 요구가 된다. 그래서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악장만 들려주고 그만두는 것보다는 해당 음악에 "깊숙히 빠질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풍덩 빠지면 그 안으로부터 나오는 힘이 있더라.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연주하면서 그런 마인드를 느끼는 자체는 큰 경험이다. 한국의 콘서트홀 안에서도 그런 집중력이 전해졌으면 한다."

한국나이로 서른이라는 말이 나오자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독일에서는 만 28세인데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가끔 슬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20대 초반과 확실히 다르다. 성장하고 생각 면에서도 여러가지 변화가 느껴진다"고 이내 긍정했다.

"20대 전인 10대 때에는 스스로 만족을 한 적이 없다. 불만족스럽고 '난 더 잘해야하는데 이것밖에 못하지'라면서 자신을 질타했다. 자신감 없이 무대에 섰다. 그런데 20대 (뮌헨 국립음대) 아나 추마첸코 선생님을 만난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됐다. '조금만 더 네 자신을 믿고 즐겨서 연주를 했으면 한다'고 말씀해줬다. 공부를 시작하고 1년 동안 지적을 해주지 않더라. '너무 좋다, 이렇게게만 하면 된다'고. 호호. 그렇게 자신감을 심어줘서 무의식적으로 힐링이 됐다."

그래서 20대 때는 즐겁게 연주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지나고 30대의 입구에 들어서니 "안일해졌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너무 자신 있는 곡만 연주한 것 같더라. 이제 자신 없는 곡에 도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공부를 안 했는데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싶다."

'바흐 무반주 전곡 리사이틀'. 3만~7만원. 아트앤아티스트. 070-8879-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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