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도 애드리브? 묘한 즉흥연극 '자유 from B to C'

입력 : 2016.03.08 09:37
창작집단 V.O.I.C.E.2(브이)의 '자유 프롬 비 투 시(From B to C)'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연극이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자유를 추구한다. 1961년 사회주의국가에서 자유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 폴란드 작가 슬라보미르의 '스트립티즈'가 모티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트 등으로 잘 차려 입은 두 지식인의 옷을 권력을 상징하는 손이 계속 벗겨나간다. 마지막에는 이들의 손도 묶이고 눈까지 가려지고 끝이 난다.

'자유 프롬 비 투 시'는 출연 배역을 일곱으로 늘렸다. 형사(김지운), 국회의원 예비자후보(정수연), 천문학자(강혜련), 작가(최아령), 손해 사정사(전호현), 청년 장사꾼(김희준), 전도사(김현기)다. 일곱 배우의 즉흥연기가 기반이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배역만 배우들에게 주어졌을 뿐, 대본도 없고 그날 상황에 따라 독백을 비롯해 모든 대사를 만들어나간다. 이들은 어느 공간에 갇히게 되는데 인물들끼리 부딪히는 장면까지 매일 다르다. 마지막, 몇몇 인물은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데 그 역시 공연마다 남는 배역이 다르고 그 숫자도 다르다.

영상 속 인물들은 속옷만 입고 등장한다. 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따라해야 하는 메시지로 해석, 배우들도 속옷만 남기고 벗는데 이 또한 매일 당사자가 다르다. 7일 서울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프레스콜에서는 국회의원 예비자후보 역의 정수연과 청년 장사꾼 김희준 만이 문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았다. 천문학자 역의 강혜련만 옷을 벗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매일 관객이 결말에서 느낄 메시지 또한 상이하다. 정수연은 20대 때 바쁘게 살아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 열심히 살지 마라"고 말했다. 아등바등거려도 살기 힘든 현재 청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무대는 객석과 분리되지 않고 한 평면에 있다. 관객은 군데군데 나무상자로 겹겹이 쌓은 방석에 주저 앉으면 된다. 바로 자신의 앞에서 또는 옆에서 연기하는 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관객 스스로 배역과 마찬가지로 어느 공간에 갇힌 것처럼 느끼게 된다.

류미 연출가는 "문이 닫힌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권력이 하라는대로 따라할 수 있는 것밖에 없다"며 "원작은 개인이 권력 앞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자유가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지 배우들하고 의논했다"고 전했다.

대신 인물마다 캐릭터 구축은 오랫동안 해왔다. "인물들의 삶에서 갈등은 무엇인지 고민했다. 자유를 택할 때 무엇을 중요시할 지 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전문가와 지식인이 혼돈돼 사용되는 것 같다. 인물은 변하지 않지만, 누구를 만날 때마다 매일 매일 달라질 수 있다." 이날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내내 박장대소한 류 연출은 "매일 다르게 하는 걸 보면 나도 즐겁다. 오늘 처음 보는 것도 있더라"며 즐거워했다.

번갈아가며 흘러나오는 총 7개 영상에는 히틀러,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음악채널 엠넷의 '프로듀스 101'이다. 46개 기획사에 소속된 101명의 연습생이 최종 11인 그룹에 들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초반 이 프로그램의 주제곡 제목은 '픽 미', 즉 '나를 뽑아줘'였다.

류 연출은 이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졌다"며 "나 역시 유학을 다녀와서 '뽑아주세요'하고 다녔다"고 털어놓았다. "101명이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춤을 추는 등 획일화됐는데 '픽 미'라고 외친다. 짧은 식견이지만 권력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고자 했다. 그건 보이지 않는다. 꾸준히 삶에서 주문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자유 프롬 비 투 시'의 막판, 영화 '트루먼쇼'처럼 이들이 갇혀서 다양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네티즌들이 지켜보고 있고 이에 대해 댓글을 남기는 설정은 류 연출의 생각을 반영하며 섬뜩함을 안긴다.

류 연출은 영국 런던대학교 연극대학인 '로열 센트럴 스피치 & 드라마 스쿨'을 나왔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연기와 언어를 잘 소화하는 배우들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한 학교로 그녀의 전문 영역은 보이스 코치다. 지난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극단의 연극 '큰 세 여자'에서 이 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배우들의 발성과 라임, 그들이 음성에 캐릭터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우들이 한 무대에 고정되지 않고 블랙박스 시어터 곳곳을 돌아다니며 대사를 해 음성이 다양하게 울려퍼지는 '자유 프롬 비 투 시'에서 류 연출가의 역량이 극대화되는 셈이다.

류 연출은 "한국에서는 아직 '보이스 코치'가 자리 잡기 어렵다. 국립극단 등 큰 프로덕션 외에는 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아름답게 구사하기 위한 아름다운 목소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쉰 목소리든 그냥 모든 목소리는 다양해서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연극은 영화처럼 무대와 객석이 이분화됐다. 그래서 라이브 극장인데 목소리의 울림이 다양하지 못하다.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의 결을 꾸준히 관찰하고 그 다양성을 구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12일까지. 조연출 방태현, PD 키노, 기획 박민선, 무대감독 오지연, 조명 유성희, 전시 장두이, 움직임 백수연, 극작 황정은. 창작집단 V.O.I.C.E.2(브이). 010-2960-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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