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02 17:37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62)가 한국 무용을 다듬는다.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이요 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하는 국립무용단의 신작 '시간의 나이'(SHIGANÈ NAÏ)를 통해서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이다.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뒤 6월 16~24일 샤이요 국립극장 '포커스 코리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국립무용단은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우리 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온 단체다. 2014년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 안무의 '회오리(VORTEX)'를 통해 1962년 창단 후 첫 해외 안무가와의 작업을 성료했다. 몽탈보와 협업은 두 번째 해외 안무가 프로젝트다.
몽탈보는 이 작품을 위해 2014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한국을 오갔다. "국립극장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한국 무용수의 몸짓 테크닉에 놀랐다"고 돌아봤다. 협업을 하면서 느낀 건 "한국의 몸짓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서양의 전통 무용과 다른 몸짓이더라. 특히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춤이 독특했다. 프랑스의 전통춤과 발레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걸 잘 볼 수 없다. 두 번째 특이한 것은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춤(소고춤·장구춤·오고무)을 추는 것이다." 미술사와 시각예술을 전공한 몽탈보는 미국 안무가 제롬 앤드루스와 표현주의 안무가 잔 바이트를 추종했던 프랑수아즈 뒤퓌·도미니크 뒤퓌와 함께 무용을 시작했다. 이후 프랑수아즈 뒤퓌와 도미니크 뒤퓌가 설립한 파리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약했다.
카롤린 칼송·루신다 차일즈·앨윈 니콜라이·머스 커닝엄의 워크숍에 참여하며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1988년 도미니크 에르비외와 함께 몽탈보 에르비외 컴퍼니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플라멩코·힙합·발레·아프리카 전통춤 등 다양한 민족과 문화, 시대를 아우르는 춤들을 서로 융합시키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안무가다.
이번 협업에서도 "한국 무용수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무용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에 노력했다. "한국 전통 무용에 내가 가진 스토리의 특성을 가미하겠다"는 얘기다.
대학 시절 건축학을 공부했으며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일을 해왔다는 몽탈보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거주했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경험과 문화가 나를 독특하게 만들었고 이번 안무에 그것이 녹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작들처럼 어린이의 감성을 닮은 동화적인 환상성이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시간의 놀이'를 다룬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성이다. 무용수들의 기억에서 온 춤들인 '한량무' '부채춤' '살풀이' 등을 전통복식을 입고 추는 영상이 보인다. 현대 일상복을 입은 무대 위 무용수들은 영상 속 춤을 재해석한 동작을 선보인다. 2장은 인류를 주제로 '꿈'을 그린다. 마지막 3장의 주제는 '욕망의 의식'이다. 한국무용에 내재된 원시적인 제의(祭儀)에 담긴 욕망을 표현한다.
3막만 얼핏 보면 오리엔털리즘이 느껴질 수 있다. 몽탈보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무용 전체에 대해서 작업을 시작한 것이 아닌, 전통 무용이라는 주제로 출발했기 때믄에 전통에 현대성을 가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견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시작점이 한국의 전통 무용이다. 이것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고민하다 프랑스의 현대성을 가미한 것이다. (일부만 본) 내가 한국 전체 무용에 대해 일반적인 것을 말할 수 없다. 전통 무용으로 시작을 해서 이런 결과가 도출됐다."
몽탈보는 진작부터 무용공연에 영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작 '파라다이스'를 시작으로 최근작 '트로카데로의 돈키호테'(2013), '아사 니시 마사'(2014), '이 올레!'(2015)까지 무용수들의 몸짓, 무대 공간에 들어맞는 동화적 상상력과 환상성이 가미된 영상을 구현해왔다.
이번 '시간의 나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2장에 몽탈보의 오랜 친구이자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로 유명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미공개 영상을 사용한다. 다양한 인종·언어·문화·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하늘에서 바라본 여러 나라의 모습을 통해 인류와 지구, 미래에 대해 전하는 영상이다.
몽탈보는 "영상을 활용하면 관객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공연 또한 풍부해진다. 20세기에 영화가 탄생하면서 무대 예술에서도 영상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9세기 초에는 무대 장식을 만들 때 실제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영상을 사용해서 장식을 만들지 않아도 무대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술의 과도한 사용으로 그것이 부각되는 건 경계한다. "무대 작품을 위해 잘 활용해야지, 기술이 부각이 되거나 기술 때문에 망치지 않도록 잘 활용해야 한다."
영상 사용이 오히려 관객들의 상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몸과 몸짓만 활용한 무용 작품들도 많이 등장하는 추세다.
몽탈보는 "영상은 도구다.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상력을 자극할 수도 있고 제한할 수도 있다.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진다. 이번 공연을 보고 영상이 적절한 지 아닌지 말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실제 안무가와 영상의 합을 맞추기 위해 무려 15일 간 무대 리허설을 할 예정이다.
전방위 예술가인 몽탈보는 이번 작품의 음악도 직접 골랐다. 느껴지는 음악과 영상을 사용할 계획이다. 영상만큼이나 중요한 음악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프랑스 DJ 로랑 가르니에의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한국적 리듬을 가미한다. 한국인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2장에서는 모차르트·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한다. 3장이 특히 눈길을 끈다. 같은 멜로디가 수없이 반복되고 그것이 극적인 구성을 만들어내는 곡인 라벨의 '볼레로'가 사용된다.
몽탈보는 "한국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것을 봤을 때 라벨의 '볼레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했다. "타악기의 반복되는 리듬이 잘 어울려, 이 리듬 때문에 '볼레로'를 사용하게 됐다. 개인적인 이유로도 '볼레로'를 사용하는 건 안무가로서도 큰 도전이다." 그는 태고의 역동성과 기쁨을 표현하는 장으로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라벨의 '볼레로'를 융합시킬 예정이다.
제목 '시간의 나이'는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가 1987년 이후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나이'라고 분류한 데서 영감을 받았다. 몽탈보가 처음 한국무용수들과 작업하면서 쌓아가는 시간도 포함된다.
"무용수들이 오픈 마인드다. 호기심도 많다. 이런 점들을 가지고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안무를 하고 무용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런 점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작품에는 총 24명의 무용수가 참여한다. 안무지도를 맡고 있는 윤성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직무대행은 "국립무용단 단원들은 정형화된 교육을 받아서 몽탈보가 한국 춤을 흐뜨려놓으면 이게 맞을까 근심을 했는데, 정말 많이 깨인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조금씩 굉장히 새로워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40~50개국에서 70~80편의 한국 전통 춤 레퍼토리를 공연했는데 10여년 전 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서 탈피하는 방법이 뭔가 고민했는데 좋은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은 "해외 연출가나 안무가가 그들의 것을 우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전통을 재발견하고, 전통적인 예술 방식을 국제적인 기준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해외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우리 문화 정신을 담는 국립극장으로서 이러 시기에 이런 흐름을 편성하는 것이 기회라고 본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25, 26일 홍콩예술축제무대에 올린 정구호 연출의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묵향'은 전석 매진되는 등 호평받았다. 국립무용단은 여세를 몰아 6월 8, 9일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인 '리옹 레 뒤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에서 '묵향'을 다시 선보인다. 6월에는 한국무용의 대모 김매자의 대표 안무작 '심청'을 그녀와 협업을 통한 새로운 스타일로 해석해 재연한다.
'시간의 나이', 조안무 조엘 이프리그, 안무지도 윤성철, 야르모 펜틸라, 사빈 노블, 푸아 아마니, 장현수, 김미애. 기술감독 뱅상 파올리, 조명디자인 질 뒤랑, 뱅상 파올리, 의상디자인 한진국, 영상자문 실뱅 드케, 파스칼 미네,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실뱅 드케, 클리오 자바니, 미셸 장 몽탈보. 러닝타임 70분, 2만~7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이다. 23~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 뒤 6월 16~24일 샤이요 국립극장 '포커스 코리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국립무용단은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우리 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온 단체다. 2014년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 안무의 '회오리(VORTEX)'를 통해 1962년 창단 후 첫 해외 안무가와의 작업을 성료했다. 몽탈보와 협업은 두 번째 해외 안무가 프로젝트다.
몽탈보는 이 작품을 위해 2014년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 한국을 오갔다. "국립극장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한국 무용수의 몸짓 테크닉에 놀랐다"고 돌아봤다. 협업을 하면서 느낀 건 "한국의 몸짓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서양의 전통 무용과 다른 몸짓이더라. 특히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춤이 독특했다. 프랑스의 전통춤과 발레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걸 잘 볼 수 없다. 두 번째 특이한 것은 타악기를 연주하면서 춤(소고춤·장구춤·오고무)을 추는 것이다." 미술사와 시각예술을 전공한 몽탈보는 미국 안무가 제롬 앤드루스와 표현주의 안무가 잔 바이트를 추종했던 프랑수아즈 뒤퓌·도미니크 뒤퓌와 함께 무용을 시작했다. 이후 프랑수아즈 뒤퓌와 도미니크 뒤퓌가 설립한 파리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약했다.
카롤린 칼송·루신다 차일즈·앨윈 니콜라이·머스 커닝엄의 워크숍에 참여하며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1988년 도미니크 에르비외와 함께 몽탈보 에르비외 컴퍼니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플라멩코·힙합·발레·아프리카 전통춤 등 다양한 민족과 문화, 시대를 아우르는 춤들을 서로 융합시키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안무가다.
이번 협업에서도 "한국 무용수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무용에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에 노력했다. "한국 전통 무용에 내가 가진 스토리의 특성을 가미하겠다"는 얘기다.
대학 시절 건축학을 공부했으며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키는 일을 해왔다는 몽탈보는 "스페인과 프랑스에 거주했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 경험과 문화가 나를 독특하게 만들었고 이번 안무에 그것이 녹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전작들처럼 어린이의 감성을 닮은 동화적인 환상성이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시간의 놀이'를 다룬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성이다. 무용수들의 기억에서 온 춤들인 '한량무' '부채춤' '살풀이' 등을 전통복식을 입고 추는 영상이 보인다. 현대 일상복을 입은 무대 위 무용수들은 영상 속 춤을 재해석한 동작을 선보인다. 2장은 인류를 주제로 '꿈'을 그린다. 마지막 3장의 주제는 '욕망의 의식'이다. 한국무용에 내재된 원시적인 제의(祭儀)에 담긴 욕망을 표현한다.
3막만 얼핏 보면 오리엔털리즘이 느껴질 수 있다. 몽탈보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 무용 전체에 대해서 작업을 시작한 것이 아닌, 전통 무용이라는 주제로 출발했기 때믄에 전통에 현대성을 가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견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 시작점이 한국의 전통 무용이다. 이것을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고민하다 프랑스의 현대성을 가미한 것이다. (일부만 본) 내가 한국 전체 무용에 대해 일반적인 것을 말할 수 없다. 전통 무용으로 시작을 해서 이런 결과가 도출됐다."
몽탈보는 진작부터 무용공연에 영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작 '파라다이스'를 시작으로 최근작 '트로카데로의 돈키호테'(2013), '아사 니시 마사'(2014), '이 올레!'(2015)까지 무용수들의 몸짓, 무대 공간에 들어맞는 동화적 상상력과 환상성이 가미된 영상을 구현해왔다.
이번 '시간의 나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2장에 몽탈보의 오랜 친구이자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로 유명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미공개 영상을 사용한다. 다양한 인종·언어·문화·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하늘에서 바라본 여러 나라의 모습을 통해 인류와 지구, 미래에 대해 전하는 영상이다.
몽탈보는 "영상을 활용하면 관객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공연 또한 풍부해진다. 20세기에 영화가 탄생하면서 무대 예술에서도 영상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19세기 초에는 무대 장식을 만들 때 실제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영상을 사용해서 장식을 만들지 않아도 무대를 채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술의 과도한 사용으로 그것이 부각되는 건 경계한다. "무대 작품을 위해 잘 활용해야지, 기술이 부각이 되거나 기술 때문에 망치지 않도록 잘 활용해야 한다."
영상 사용이 오히려 관객들의 상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에는 몸과 몸짓만 활용한 무용 작품들도 많이 등장하는 추세다.
몽탈보는 "영상은 도구다. 나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다.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따라 상상력을 자극할 수도 있고 제한할 수도 있다. 도구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진다. 이번 공연을 보고 영상이 적절한 지 아닌지 말해줬으면 한다"고 바랐다. 실제 안무가와 영상의 합을 맞추기 위해 무려 15일 간 무대 리허설을 할 예정이다.
전방위 예술가인 몽탈보는 이번 작품의 음악도 직접 골랐다. 느껴지는 음악과 영상을 사용할 계획이다. 영상만큼이나 중요한 음악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프랑스 DJ 로랑 가르니에의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한국적 리듬을 가미한다. 한국인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2장에서는 모차르트·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한다. 3장이 특히 눈길을 끈다. 같은 멜로디가 수없이 반복되고 그것이 극적인 구성을 만들어내는 곡인 라벨의 '볼레로'가 사용된다.
몽탈보는 "한국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것을 봤을 때 라벨의 '볼레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했다. "타악기의 반복되는 리듬이 잘 어울려, 이 리듬 때문에 '볼레로'를 사용하게 됐다. 개인적인 이유로도 '볼레로'를 사용하는 건 안무가로서도 큰 도전이다." 그는 태고의 역동성과 기쁨을 표현하는 장으로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라벨의 '볼레로'를 융합시킬 예정이다.
제목 '시간의 나이'는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가 1987년 이후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나이'라고 분류한 데서 영감을 받았다. 몽탈보가 처음 한국무용수들과 작업하면서 쌓아가는 시간도 포함된다.
"무용수들이 오픈 마인드다. 호기심도 많다. 이런 점들을 가지고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안무를 하고 무용을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이런 점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작품에는 총 24명의 무용수가 참여한다. 안무지도를 맡고 있는 윤성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직무대행은 "국립무용단 단원들은 정형화된 교육을 받아서 몽탈보가 한국 춤을 흐뜨려놓으면 이게 맞을까 근심을 했는데, 정말 많이 깨인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조금씩 굉장히 새로워지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40~50개국에서 70~80편의 한국 전통 춤 레퍼토리를 공연했는데 10여년 전 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서 탈피하는 방법이 뭔가 고민했는데 좋은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은 "해외 연출가나 안무가가 그들의 것을 우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우리가 모르는 전통을 재발견하고, 전통적인 예술 방식을 국제적인 기준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해외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우리 문화 정신을 담는 국립극장으로서 이러 시기에 이런 흐름을 편성하는 것이 기회라고 본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달 25, 26일 홍콩예술축제무대에 올린 정구호 연출의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묵향'은 전석 매진되는 등 호평받았다. 국립무용단은 여세를 몰아 6월 8, 9일 프랑스 남부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인 '리옹 레 뒤 드 푸르비에르 페스티벌'에서 '묵향'을 다시 선보인다. 6월에는 한국무용의 대모 김매자의 대표 안무작 '심청'을 그녀와 협업을 통한 새로운 스타일로 해석해 재연한다.
'시간의 나이', 조안무 조엘 이프리그, 안무지도 윤성철, 야르모 펜틸라, 사빈 노블, 푸아 아마니, 장현수, 김미애. 기술감독 뱅상 파올리, 조명디자인 질 뒤랑, 뱅상 파올리, 의상디자인 한진국, 영상자문 실뱅 드케, 파스칼 미네,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실뱅 드케, 클리오 자바니, 미셸 장 몽탈보. 러닝타임 70분, 2만~7만원. 국립극장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