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9 03:00
[평창겨울음악제 개막무대 함께 꾸민 정경화·나윤선 인터뷰]
나윤선 "악보에 없는 音 찾아내 연주하는 선생님 보고 깜짝 놀라"
정경화 "다시 태어난다면 클래식 대신 재즈 할래요"
2016 평창겨울음악제(예술감독 정명화·정경화)의 개막 공연이 펼쳐진 지난 25일 밤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 정경화(68)는 무대에 나오자마자 잘록하게 들어간 바이올린 옆구리에 악기용 마이크를 주섬주섬 끼웠다. 그러고 시작한 첫 곡은 이브 몽탕의 '오텀 리브스(Autumn Leaves)'.
바이올린 인생 60년 만에 도전한 재즈 연주에서 바이올린 여제(女帝)는 처음엔 수줍어하더니 이내 감흥에 젖어들었다. 그 위에 세계 정상급 재즈 가수로 유럽을 평정한 나윤선(47)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달콤하게 올라앉고, 스웨덴 출신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의 묵직한 기타까지 더해지자 600명이 들어찬 공연장은 뜨거운 열기로 터져나갈 듯했다.
"내가 너무 주눅이 들어가지고…. 흥(興) 있잖아요? 가곡 '박연폭포'를 뽑을 때 제 아버님이 '거 좀 간드러지게 해라' 그러셨는데 그걸 가질 용기를 내는 게 늘 두려웠어요. 근데 나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용기를 냈습니다. 어제 아주 기가 막힌 연주가 나왔어요. 아니, 저 말고 나 선생님 연주 말예요."
바이올린 인생 60년 만에 도전한 재즈 연주에서 바이올린 여제(女帝)는 처음엔 수줍어하더니 이내 감흥에 젖어들었다. 그 위에 세계 정상급 재즈 가수로 유럽을 평정한 나윤선(47)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달콤하게 올라앉고, 스웨덴 출신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의 묵직한 기타까지 더해지자 600명이 들어찬 공연장은 뜨거운 열기로 터져나갈 듯했다.
"내가 너무 주눅이 들어가지고…. 흥(興) 있잖아요? 가곡 '박연폭포'를 뽑을 때 제 아버님이 '거 좀 간드러지게 해라' 그러셨는데 그걸 가질 용기를 내는 게 늘 두려웠어요. 근데 나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용기를 냈습니다. 어제 아주 기가 막힌 연주가 나왔어요. 아니, 저 말고 나 선생님 연주 말예요."

다음 날 아침 호텔 커피숍에서 다시 만난 클래식과 재즈의 두 여제는 전날의 열기에 여전히 빠져 있었다. 정경화는 자신보다 스무 살 어린 나윤선을 꼬박꼬박 "나 선생님"이라 불렀고, 그때마다 나윤선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경화가 먼저 말했다. "아직도 즐거워 보이죠?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 자기 분야에서 벗어난다는 게 참 신선한 것 같아요." 정경화는 "재즈는 클래식과 너무! 너무! 다르다. 어저께 '오텀…'에서 노랫말이 나오는데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하더니 "지금 내 모토는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거다. 젊을 땐 하고 안 하고를 지독히 따졌는데 그 나이가 되어야만 나오는 예술이 따로 있더라"고 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요. 다만 재즈든 클래식이든 음악 자체를 흡수해서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야 하죠. 자기가 만족하고 즐거울 땐 사실 진보가 없어요. 미치도록 괴롭고 아플 때가 진보 가능성이 높거든. 그걸 잡고 연습해야죠." 옆에서 나윤선이 덧붙였다. "저라면 클래식 연주는 엄두도 못 낼 것 같아요. 근데 선생님은 60년간 해온 걸 탁 깨고, 악보에 쓰여 있지 않은 음들을 여기 하나 끼워넣고 테마를 쑥 뽑아내셔서 깜짝 놀랐어요." 정경화는 "천만 번 다시 태어나도 꼭 바이올린을 할 거다 생각했는데 이젠 굳이 바이올린 안 해도 될 것 같아. 재즈를 할래!"하며 웃었다.
낯선 분야에 도전하다 보니 연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재즈 악보를 받았는데 클래식 악보와 달리 한 번에 슥 읽히질 않았다. 게다가 영국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을 녹음하느라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두고 한국에 들어왔다. "녹음 끝나면 숙소 들어와 들입다 자고, 밤 아홉 시쯤 일어나 밤새 재즈를 연습했어요. 암만 떨어봤자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잘 모르니까 더 여유 있었던 것 같아요." 정경화는 "20대 때 미친 듯이 연주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C형 간염 20년 앓고, 손가락까지 다쳐봤기 때문에 이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기절할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경화가 먼저 말했다. "아직도 즐거워 보이죠?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어. 자기 분야에서 벗어난다는 게 참 신선한 것 같아요." 정경화는 "재즈는 클래식과 너무! 너무! 다르다. 어저께 '오텀…'에서 노랫말이 나오는데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하더니 "지금 내 모토는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거다. 젊을 땐 하고 안 하고를 지독히 따졌는데 그 나이가 되어야만 나오는 예술이 따로 있더라"고 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시간이 있어요. 다만 재즈든 클래식이든 음악 자체를 흡수해서 자기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찾아야 하죠. 자기가 만족하고 즐거울 땐 사실 진보가 없어요. 미치도록 괴롭고 아플 때가 진보 가능성이 높거든. 그걸 잡고 연습해야죠." 옆에서 나윤선이 덧붙였다. "저라면 클래식 연주는 엄두도 못 낼 것 같아요. 근데 선생님은 60년간 해온 걸 탁 깨고, 악보에 쓰여 있지 않은 음들을 여기 하나 끼워넣고 테마를 쑥 뽑아내셔서 깜짝 놀랐어요." 정경화는 "천만 번 다시 태어나도 꼭 바이올린을 할 거다 생각했는데 이젠 굳이 바이올린 안 해도 될 것 같아. 재즈를 할래!"하며 웃었다.
낯선 분야에 도전하다 보니 연습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재즈 악보를 받았는데 클래식 악보와 달리 한 번에 슥 읽히질 않았다. 게다가 영국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을 녹음하느라 공연을 불과 이틀 앞두고 한국에 들어왔다. "녹음 끝나면 숙소 들어와 들입다 자고, 밤 아홉 시쯤 일어나 밤새 재즈를 연습했어요. 암만 떨어봤자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잘 모르니까 더 여유 있었던 것 같아요." 정경화는 "20대 때 미친 듯이 연주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C형 간염 20년 앓고, 손가락까지 다쳐봤기 때문에 이젠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기절할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