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6 17:38

연극배우 윤석화(60)는 1994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통해 지휘자인 구자범(46)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과 처음 만났다.
당시 전주시향이 반주를 맡았는데 구 지휘자는 피아니스트였다. 연세대 철학과 졸업반이었던 그에 대해 윤석화는 피아노 음악을 순결하게 사랑하고,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소년으로 기억했다.
26일 윤석화는 당시 구 지휘자에 대해 "단순히 음악으로 무엇인가를 얻고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음악을 제대로 사랑하는 청년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구 지휘자는 그때 윤석화에게 "'우유로 목욕하세요?'라고 그랬다"며 "깜짝 놀랐다. 미모의 스타를 만난다는 것에.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는 것이 신기했다"며 웃었다.
두 사람이 윤석화의 데뷔 40주년 기념작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재회했다. 윤석화가 문화전문 '월간 객석' 발행인으로 있었을 당시 독일에서 만나는 등 개별적인 인연으로 이어왔지만 작품을 통해 재회하는 건 22년 만이다. 윤석화와 구자범은 예술가로서 서로를 존중했다. "중심의 뿌리는 굉장히 깊으면서도 그 우주가 다 열려있다"(윤석화), "역할에 정확히 맞는 소리를 갖고 있다"(구자범)며 예의를 갖췄다.
'마스터 클래스'는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실화가 바탕이다. 미국의 희곡작가 테렌스 맥널리의 작품이다. 1996년 토니상 최우수 희곡상을 받았다. 칼라스가 목소리가 나빠져 무대에서 은퇴한 뒤 실제 1971, 19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기성 성악가를 상대로 연 마스터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맥널리는 이 강의를 들었다.
1998년 이 작품에서 마리아 칼라스로 변신한 윤석화는 18년 만에 같은 역을 맡는다. 구 지휘자는 음악감독과 함께 칼라스가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의 반주자 역을 담당한다.
구 지휘자가 아마추어 합창단을 다듬어내는 것을 보고 윤석화가 제안했다. "구 지휘자는 단순히 음악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람인데, 연극 안에서도 분명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기도 했고.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하면 그것이 길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구 지휘자는 "독일에서 지휘를 한다면 당연히 피아노부터 치는 것"이라며 "경기필에서도 영화음악을 연주하면 피아노를 많이 쳤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원래 더 즐겁다. 소리를 내는거니까"라며 웃었다.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구 단장은 스타 지휘자가 드문 한국계에 희망이었다. 독일 하겐 시립오페라극장, 하노버국립오페라 극장 수석 지휘자를 거쳐 2011년 경기필 예술단장으로 취임했다. 실력을 인정 받아 2013년 연임했다. 하지만 그해 성추행의 누명을 쓰고 클래식계를 떠났다. 이후 두문불출하다 2년여 만에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 처음 관객들과 제대로 만나는 셈이다.
윤석화는 "지금 이 정도 작업을 하는 건 사실 구 지휘자한테 갑갑할 거다. 바다에서 놀던 사람이 조그만 시내에 와서 있으니"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기회가 된다고도 여겼다.
"내가 좋아하는 점이 바로 그거다. 구 지휘자는 바다에서 놀땐 놀지만 바다에서 놀았다고 해서 '나는 바다가 아니면 안 놀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자기가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합창단을 지휘할 수 있듯이 연극에서도 작은 역할이지만 음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다."
구 지휘자는 무대에 천명이 있다는 마음이다. "한 명이 있다고 무대가 아닌 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작업을 하는데 한 번도 거부감을 가진 적이 없다. 좋은 사람과 즐거운 일을 왜 하지 않나. 무조건 한다. 이렇게 즐거운 제안은 없었다."
윤석화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신뢰"라며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해도 결과는 나쁠 수 있고, 좋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구 지휘자는 "나는 '무대에 안 서야지'라고 선언한 적도 없고 무대에 서는 걸 싫다고 한 적도 없고 관객들 안 만나겠다고 한 적도 없다"며 "내가 누구랑 작업해서 즐거운가, 그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사까지 소화해야 하는 '마스터 클래스' 작업은 그래서 즐겁다. "선생님에게 반주자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합니까, 라고 물었더니 '구자범이 연주하는 걸로 하시죠'라고 말씀했다. 그러면 '마리아 칼라스라고 해도 졸도 않고 할 텐데'라고 답하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하."
연기는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피아니스트라고 가끔씩 무엇을 물어보면 대답은 해야 되니까. 연기하는 건 없다. 맥락을 끊어야 할 때만 내가 나타난다."
윤석화는 "꼭 끊지만은 않는다. 이어주기도 하고"라면서 "굉장히 고마운데, 나한테 속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있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구 지휘자는 "처음엔 대사 없이 피아노만 치는거다라고 했다. 처음에 분장 안 하고 대사가 없다고 해서 한 건데 보니까 대사가 없을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마스터 클래스' 연습 현장은 미련하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연습하는 것을 고수한다"는 구 지휘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윤석화는 "'마스터 클래스'가 구 지휘자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스터 클래스' 3월 10~20일 LG아트센터. 토니 이상규, 소피 배해선, 샤론 이유라. 음악감독 구자범, 무대디자인 박성민, 조명디자인 민경수, 의상디자인 박항치. 러닝타임 120분, 3만~10만원, 돌꽃컴퍼니. 02-3673-2106
당시 전주시향이 반주를 맡았는데 구 지휘자는 피아니스트였다. 연세대 철학과 졸업반이었던 그에 대해 윤석화는 피아노 음악을 순결하게 사랑하고,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소년으로 기억했다.
26일 윤석화는 당시 구 지휘자에 대해 "단순히 음악으로 무엇인가를 얻고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음악을 제대로 사랑하는 청년이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구 지휘자는 그때 윤석화에게 "'우유로 목욕하세요?'라고 그랬다"며 "깜짝 놀랐다. 미모의 스타를 만난다는 것에.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는 것이 신기했다"며 웃었다.
두 사람이 윤석화의 데뷔 40주년 기념작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재회했다. 윤석화가 문화전문 '월간 객석' 발행인으로 있었을 당시 독일에서 만나는 등 개별적인 인연으로 이어왔지만 작품을 통해 재회하는 건 22년 만이다. 윤석화와 구자범은 예술가로서 서로를 존중했다. "중심의 뿌리는 굉장히 깊으면서도 그 우주가 다 열려있다"(윤석화), "역할에 정확히 맞는 소리를 갖고 있다"(구자범)며 예의를 갖췄다.
'마스터 클래스'는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실화가 바탕이다. 미국의 희곡작가 테렌스 맥널리의 작품이다. 1996년 토니상 최우수 희곡상을 받았다. 칼라스가 목소리가 나빠져 무대에서 은퇴한 뒤 실제 1971, 19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기성 성악가를 상대로 연 마스터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맥널리는 이 강의를 들었다.
1998년 이 작품에서 마리아 칼라스로 변신한 윤석화는 18년 만에 같은 역을 맡는다. 구 지휘자는 음악감독과 함께 칼라스가 진행하는 마스터클래스의 반주자 역을 담당한다.
구 지휘자가 아마추어 합창단을 다듬어내는 것을 보고 윤석화가 제안했다. "구 지휘자는 단순히 음악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람인데, 연극 안에서도 분명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기도 했고. 그렇게 즐겁게 일을 하면 그것이 길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구 지휘자는 "독일에서 지휘를 한다면 당연히 피아노부터 치는 것"이라며 "경기필에서도 영화음악을 연주하면 피아노를 많이 쳤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원래 더 즐겁다. 소리를 내는거니까"라며 웃었다.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구 단장은 스타 지휘자가 드문 한국계에 희망이었다. 독일 하겐 시립오페라극장, 하노버국립오페라 극장 수석 지휘자를 거쳐 2011년 경기필 예술단장으로 취임했다. 실력을 인정 받아 2013년 연임했다. 하지만 그해 성추행의 누명을 쓰고 클래식계를 떠났다. 이후 두문불출하다 2년여 만에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서 처음 관객들과 제대로 만나는 셈이다.
윤석화는 "지금 이 정도 작업을 하는 건 사실 구 지휘자한테 갑갑할 거다. 바다에서 놀던 사람이 조그만 시내에 와서 있으니"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기회가 된다고도 여겼다.
"내가 좋아하는 점이 바로 그거다. 구 지휘자는 바다에서 놀땐 놀지만 바다에서 놀았다고 해서 '나는 바다가 아니면 안 놀거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자기가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마 합창단을 지휘할 수 있듯이 연극에서도 작은 역할이지만 음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거다."
구 지휘자는 무대에 천명이 있다는 마음이다. "한 명이 있다고 무대가 아닌 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작업을 하는데 한 번도 거부감을 가진 적이 없다. 좋은 사람과 즐거운 일을 왜 하지 않나. 무조건 한다. 이렇게 즐거운 제안은 없었다."
윤석화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신뢰"라며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해도 결과는 나쁠 수 있고, 좋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구 지휘자는 "나는 '무대에 안 서야지'라고 선언한 적도 없고 무대에 서는 걸 싫다고 한 적도 없고 관객들 안 만나겠다고 한 적도 없다"며 "내가 누구랑 작업해서 즐거운가, 그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사까지 소화해야 하는 '마스터 클래스' 작업은 그래서 즐겁다. "선생님에게 반주자 캐릭터를 어떻게 설정합니까, 라고 물었더니 '구자범이 연주하는 걸로 하시죠'라고 말씀했다. 그러면 '마리아 칼라스라고 해도 졸도 않고 할 텐데'라고 답하니까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하."
연기는 처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피아니스트라고 가끔씩 무엇을 물어보면 대답은 해야 되니까. 연기하는 건 없다. 맥락을 끊어야 할 때만 내가 나타난다."
윤석화는 "꼭 끊지만은 않는다. 이어주기도 하고"라면서 "굉장히 고마운데, 나한테 속았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있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구 지휘자는 "처음엔 대사 없이 피아노만 치는거다라고 했다. 처음에 분장 안 하고 대사가 없다고 해서 한 건데 보니까 대사가 없을 수가 없더라"며 웃었다.
'마스터 클래스' 연습 현장은 미련하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연습하는 것을 고수한다"는 구 지휘자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윤석화는 "'마스터 클래스'가 구 지휘자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스터 클래스' 3월 10~20일 LG아트센터. 토니 이상규, 소피 배해선, 샤론 이유라. 음악감독 구자범, 무대디자인 박성민, 조명디자인 민경수, 의상디자인 박항치. 러닝타임 120분, 3만~10만원, 돌꽃컴퍼니. 02-3673-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