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24 09:33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괴짜를 뽑는다면,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5)가 단연 손꼽힌다.
아무렇지도 않게 헝큰 머리와 얼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검정 안경을 낀 그는 실험실에 박혀 있는 연구원과 책에 뒤덮인 문학도를 반씩 섞어놓은 인상이다.
평창 겨울음악제(25~28일) 공연을 위해 첫 내한한 드바르그는 23일 서울 서초동 대한빌딩 야마하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스스로 괴짜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말하는 분에게 들어야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에 마음에 드는 것을 해왔을 뿐"이라며 웃었다.
드바르그는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위에 오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28)보다 더 화제가 됐다. 특히 콩쿠르 2라운드에서 연주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의 연주에 대해 "리히터에 비견할 자신감"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재기발랄한 재능과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으로 모스크바 음악평론가협회는 그에게 평론가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11세가 되기 전까지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 피아노도 없었던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듣고 피아노의 매력에 빠지게 된 후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17세에는 피아노를 그만두고 록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다. 문학공부를 했으며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20세 때 다시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악보 보는 법도 몰라 음을 외워서 연주한 그는 필리프 탕보리니와 레나 셰레셰프스카야, 그리고 장 프랑수아 헤이세르를 차례로 사사하며 4년간 피아노 공부를 한 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나갔다. 2014년 우승한 아딜리아 알리예바 피아노 콩쿠르 등 콩쿠르 참가 경험은 단 두 번이다.
보통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걸어온 길과는 딴판이다. 그래서 붙는 괴짜라는 수식에 대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다른 사람을 도발하거나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주어진 것을 감수하는 느낌이라는 그는 다만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끝까지 가고 싶은데 내 인생을 바치지 않는 한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데에는 의심이 없다. 오히려 질문을 하고 싶다. 일반적인 피아니스트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달달 외운 음악을 하는 것보다 실제로 자신이 하는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셀로니우스 몽크, 듀크 엘링턴, 에롤 가너, 오스카 피터슨 등 재즈에 기반한 이들이다. 옆에 있던 그랜드 피아노로 단순히 음만 짚는 '안 좋은 예', 재즈처럼 여러 음이 변주된 '좋은 예'를 실연하기도 한 드바르그는 "음을 의미가 있는 자리에 넣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흐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담은 음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이름을 알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가 그렇다고 했다. 드바르그는 자유로운 삶의 궤적을 그려온 굴드의 굴곡을 쫓아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굴드는 바흐를 연주해도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인다. 바흐의 악보는 좀 많은 선택지를 주는 형식인데 오히려 바흐를 연주하려고 하면 멀어진다.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바흐를 따라해서 멀어지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손가락에 음이 아닌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 표현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주목 받는 흐름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했다. "좋은 반응이더라도 며칠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발자크,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등의 작가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장 뤽 고다르, 마르셀 파뇰 등의 영화감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그는 스스로를 피아니스트라고 부르기보다 음악가, 더 나아가 예술가로 통하고 싶다는 바랐다.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은 내 자신"이라는 것이다.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활동도 필요하다.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부분도 필요하다. 피아노 기술만 10시간씩 연습하는 것은 적성에 안 맞다."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니라고 했다. "TV를 몇 시간씩 보고, 선탠을 한다든지, 비생산적인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주할 때는 모든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든 음악은 완벽한데 연주를 하면서 그 완벽함이 사라진다. 목표는 자유롭게 되는 것인데 그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다."
콩쿠르에 다시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다른 것을 할 게 많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공연하고 싶다. 콩쿠르 준비를 할 시간이 안 된다.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 욕심도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대상을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건 음악을 이해하는 거다. 당대 작곡가를 이해하는 거다. 상은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것인데, 나는 음악으로 이해를 하고 싶다."
한편, 소니 클래시컬과 전속 계약을 맺은 드바르그는 3월25일 데뷔 앨범 '스카를라티, 라벨, 리스트, 쇼팽(Scarlatti, Ravel, Liszt, Chopin)'을 발매한다. 이번 평창 겨울음악제에서 선보이는 스카를라티 소나타 A장조 K 208, 소나타A장조 K 24, 그리고 '밤의 가스파르'가 이 앨범에 실렸다. 프랑스 파리 살 코르토에서 연주한 실황 앨범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고국에서 첫 콘서트였다. 올해 가을 두 번째 앨범을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할 예정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헝큰 머리와 얼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검정 안경을 낀 그는 실험실에 박혀 있는 연구원과 책에 뒤덮인 문학도를 반씩 섞어놓은 인상이다.
평창 겨울음악제(25~28일) 공연을 위해 첫 내한한 드바르그는 23일 서울 서초동 대한빌딩 야마하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스스로 괴짜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말하는 분에게 들어야할 것 같다. 내가 보기에 마음에 드는 것을 해왔을 뿐"이라며 웃었다.
드바르그는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위에 오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28)보다 더 화제가 됐다. 특히 콩쿠르 2라운드에서 연주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의 연주에 대해 "리히터에 비견할 자신감"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재기발랄한 재능과 자유로운 예술적 표현으로 모스크바 음악평론가협회는 그에게 평론가상을 수여했다.
그런데 11세가 되기 전까지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다. 어릴 때 부모가 이혼, 피아노도 없었던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듣고 피아노의 매력에 빠지게 된 후 독학으로 피아노를 배웠다. 17세에는 피아노를 그만두고 록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쳤다. 문학공부를 했으며 수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20세 때 다시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악보 보는 법도 몰라 음을 외워서 연주한 그는 필리프 탕보리니와 레나 셰레셰프스카야, 그리고 장 프랑수아 헤이세르를 차례로 사사하며 4년간 피아노 공부를 한 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나갔다. 2014년 우승한 아딜리아 알리예바 피아노 콩쿠르 등 콩쿠르 참가 경험은 단 두 번이다.
보통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걸어온 길과는 딴판이다. 그래서 붙는 괴짜라는 수식에 대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며 "다른 사람을 도발하거나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선택했다기보다는 주어진 것을 감수하는 느낌이라는 그는 다만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끝까지 가고 싶은데 내 인생을 바치지 않는 한 어렵기는 하다. 그러나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데에는 의심이 없다. 오히려 질문을 하고 싶다. 일반적인 피아니스트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달달 외운 음악을 하는 것보다 실제로 자신이 하는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는 셀로니우스 몽크, 듀크 엘링턴, 에롤 가너, 오스카 피터슨 등 재즈에 기반한 이들이다. 옆에 있던 그랜드 피아노로 단순히 음만 짚는 '안 좋은 예', 재즈처럼 여러 음이 변주된 '좋은 예'를 실연하기도 한 드바르그는 "음을 의미가 있는 자리에 넣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바흐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담은 음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이름을 알린 캐나다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가 그렇다고 했다. 드바르그는 자유로운 삶의 궤적을 그려온 굴드의 굴곡을 쫓아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굴드는 바흐를 연주해도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인다. 바흐의 악보는 좀 많은 선택지를 주는 형식인데 오히려 바흐를 연주하려고 하면 멀어진다.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바흐를 따라해서 멀어지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 손가락에 음이 아닌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 표현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주목 받는 흐름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고 했다. "좋은 반응이더라도 며칠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발자크, 도스토예프스키, 프루스트 등의 작가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장 뤽 고다르, 마르셀 파뇰 등의 영화감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그는 스스로를 피아니스트라고 부르기보다 음악가, 더 나아가 예술가로 통하고 싶다는 바랐다. "내가 되고자 하는 것은 내 자신"이라는 것이다.
"피아노 연주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활동도 필요하다.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부분도 필요하다. 피아노 기술만 10시간씩 연습하는 것은 적성에 안 맞다." 그렇다고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니라고 했다. "TV를 몇 시간씩 보고, 선탠을 한다든지, 비생산적인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주할 때는 모든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모든 음악은 완벽한데 연주를 하면서 그 완벽함이 사라진다. 목표는 자유롭게 되는 것인데 그건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야 할 것이다."
콩쿠르에 다시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잘라말했다. "다른 것을 할 게 많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공연하고 싶다. 콩쿠르 준비를 할 시간이 안 된다.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 욕심도 없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대상을 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건 음악을 이해하는 거다. 당대 작곡가를 이해하는 거다. 상은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것인데, 나는 음악으로 이해를 하고 싶다."
한편, 소니 클래시컬과 전속 계약을 맺은 드바르그는 3월25일 데뷔 앨범 '스카를라티, 라벨, 리스트, 쇼팽(Scarlatti, Ravel, Liszt, Chopin)'을 발매한다. 이번 평창 겨울음악제에서 선보이는 스카를라티 소나타 A장조 K 208, 소나타A장조 K 24, 그리고 '밤의 가스파르'가 이 앨범에 실렸다. 프랑스 파리 살 코르토에서 연주한 실황 앨범이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이후 고국에서 첫 콘서트였다. 올해 가을 두 번째 앨범을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