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의 비극, 연극으로 고발하다

입력 : 2016.02.22 03:34

[세상 떠난 국내 人士] '오장군의 발톱' 극작가 박조열

희곡 '오장군의 발톱'을 쓴 극작가 박조열(朴祚烈·86)씨가 20일 저녁 심장마비로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별세했다. 함남 함주군에서 태어나 함흥고급중학교를 졸업한 그는 광복 직후 북한 원산공업학교 등의 문학 교사를 지냈으나 '지주의 아들'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고초를 겪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월남한 뒤 입대해 12년 동안 군인으로 복무했다. 1963년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현 서울예대) 연구과정에 들어가 희곡 '관광지대'로 데뷔했다. 1965년 '토끼와 포수'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분단의 비극을 다룬 작품을 많이 썼는데, '한국 최초의 부조리극'으로 거론된 '목이 긴 두 사람의 대화'(1966), 남·북한과 미국의 요인이 등장하는 토론극 '가면과 진실'(1974) 등이었다.

대표작 '오장군의 발톱'(1974)은 6·25 전쟁 당시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시골 청년 오장군이 동명이인의 징집 영장을 잘못 받고 입대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내용으로, 1975년 개막 직전 공연 불가 판정을 받았다. 군대와 전쟁을 부정적으로 그렸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1988년 해금돼 극단 미추가 공연했고, 작가에게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안겼다.

1980년대 중반 북에 남긴 가족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뒤 절필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겸임교수 등을 지냈으며, 2005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옥관문화훈장(1999)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최선분씨와 아들 박현섭(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8시, (02)3779-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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