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터뷰]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서울시향 협연

입력 : 2016.02.15 11:02
【서울=뉴시스】김나희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9)이 1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구스타보 두다멜 이후 베네수엘라의 공공 음악교육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차세대 거장으로 통하는 도밍고 힌도얀(36)의 지휘로 서울시향과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였다.

오케스트라 반주 이후 바이올린 솔로가 등장하는 첫 순간부터, 김수연의 밀도 있는 단단한 소리는 홀을 압도했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한해 한해 나이테를 늘려온 나무의 단면과도 같은 촉감을 지닌 소리였다.

김수연은 유려하게 음량을 조절하며 브람스 특유의 파토스가 묻어있는 깊고 묵직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은 물론, 듣는이로 하여금 숨죽이게 만드는 고요함을 지닌 피아니시모부터 절제된 힘과 균형이 돋보이는 포르테까지, 바이올린으로 가능한 모든 소리를 들려줬다. 수십년의 연주 커리어를 쌓아온 거장들이 전성기에 선보였던 연주에 견줘도 손색이 없는, 빼어남 그 이상의 연주였다. 작곡가 브람스의 언어를 고스란히 이해하고 그의 세계 안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하며, 음표 하나하나와 마디, 프레이징에 이르기까지 순도 높은 브람스를 들려주기 위해 애쓴 흔적이 다분히 엿보였다.

수차례의 커튼콜이 이어지자, 김수연은 바흐 무반주 소나타 3번 라르고를 들려주었다. 협연으로 선보인 브람스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꺼내놓으며 끝나는 곡이었다면, 이 내밀한 속삭임같은 바흐의 곡에는 모두를 침묵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동물의 내장을 꼬아 만든) 거트현을 올린 바로크 악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여리고 투명한 피아니시모를 들려준 김수연을 연주 이후에 만났다.

-소리가 유난히 곱고, 정교하면서도 단단하고 밀도가 높다. 바이올린으로 이런 소리를 낸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소리다. 평상시 소리에 대해 중점을 두는가?

"그렇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리 그 자체다. 매일매일의 연습에서 내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내 몸 상태는 물론 기분, 내면에 따라 나오는 소리가 달라진다. 늘 뜻한대로 소리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언제나 모든 소리가 다 아름답고 가치있게 들려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음악가가 나와 다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약간 찌그러지고 흉한 소리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 악기로 내는 소리라면 무엇이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린으로 좀 더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를 내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비올라 혹은 첼로의 소리를 바이올린으로 흉내내어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바이올린으로도 아주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한다."

-독일(뮌스터 출생)에서 태어나 자랐고, 꾸준히 독일에서 살고 있다. 독일어, 독일 문화등에 익숙해 정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덕에 바흐, 브람스와 같은 독일 레퍼토리를 표현하기에 유리했을 것 같다.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 사람이지만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고 더 많은 시간을 독일에서 보냈기 때문에, 독일적인 면 역시 내면에 많이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뮌스터의 헬게 슬라토 선생님이나 뮌헨의 아나 추마첸코 선생님 두 분 역시 계보를 따지면 같은 스쿨 출신이다보니 가르침 역시 큰 맥락에서 많이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세계화가 많이 이뤄졌고, 이전에 비해 그 특색이 옅어졌다고 해도 나라별로 여전히 바이올린 소리나 교육이 조금 다르다고 느낀다. 특히 러시아, 프랑스와는 많이 다르다. 앙코르로 연주한 바흐 소나타 3번의 라르고는 특별히 애정을 가진 곡이다. 5월에도 무반주 바흐 전곡 연주회가 있어서 나에게 바흐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나

"요즘엔 정말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많고, 각자 아주 영리한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꺼내보이며 연주커리어를 쌓아간다. '내가 빛나고 주목받고 이 곡을 다 장악했다'고 자신만만해 한달까. 이런 연주는 다른 이들의 몫인것 같다. 진실하고 진정성있고, 온 마음을 다하면서 나는 그저 내 몸을 낮춰서 음악을 섬기고 싶다. 변치 않고 끝까지 말이다."

◇클래식 음악칼럼니스트. 중앙선데이, 월간객석 등 다수 매체에 클래식과 문화관련 리뷰, 인터뷰를 써왔다. 파리에서 피아노와 쳄발로, 음악사를 전공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M&A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파리, 런던, 홍콩 서울을 오가며 딜을 진행하고 있다.

nahui.adelaide.kim@gmail.com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