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8년 만의 재회, 내가 알던 가족이 아니라면

입력 : 2016.02.11 03:00   |   수정 : 2016.03.04 14:19

[방문]
연출가 박정희의 새 작품… 이호재의 연기, 몰입감 높여

연극 ‘방문’에서 큰아들(가운데·김정호) 등 등장인물의 갈등이 잠시 해소되는 듯한 식사 장면. /극단 풍경 제공
연극 ‘방문’에서 큰아들(가운데·김정호) 등 등장인물의 갈등이 잠시 해소되는 듯한 식사 장면. /극단 풍경 제공

주방과 식탁이 보이는 평범한 무대, 요리 준비를 하고 있는 중년의 큰아들(김정호)에게 백발의 아버지(이호재)는 "야! 니 동생 몇시에 온다 그랬넌? 공항에 가봐야 하지 않갔네?"라며 호들갑을 떤다. 잠시 후 미국에서 돌아온 작은아들(강진휘)이 들어서서 아버지와 형을 부르지만,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돌연 자취를 감췄고 형은 오랜만이란 말을 되풀이하며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람처럼 군다. 등장인물은 점점 늘어나지만 대화는 자꾸 헛돈다.

극단 풍경의 연극 '방문'(고영범 작, 박정희 연출)은 '보편적 죽음이 개별적 죽음을 설명하거나 위로하지 못한다'는 소설가 김훈의 말에서 '죽음'을 '삶'으로 바꿔놓은 듯한 작품이다. 7~8년 만에 귀국한 아들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의 변화된 처지 앞에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영녀' 등을 연출한 박정희의 극 속에서 가족은 화목한 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몰랐던 진실은 양파껍질을 벗기듯 하나씩 실체를 드러낸다. 목사인 큰아들은 내일 어머니 무덤을 이장하기로 했고, 원로 목사인 아버지는 교회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잠적했다. 작은아들의 옛 여자 친구가 등장해 형이 집을 팔았음을 알리고, 급기야 아버지와 형 모두가 정상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지는데, 객석을 숨죽이게 할 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장면,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슬픈 사람이고, 우는 사람이었다"는 큰아들의 토로는 가족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소통의 실마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많지 않은 출연 분량에도 폭포수 같은 대사를 쏟아낸 이호재의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높였고, 김정호는 절제된 표정 속에서 질병이 앗아갈 수 없는 사랑과 의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21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 시간 100분, (02)51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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