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 휩쓰는 한국 성악가들]
'카발레리아…' 주역 테너 이용훈, 컨디션 난조에도 NYT 호평
'마리아 스투아르다' '일트로바토레' 베이스 연광철, 두 작품에서 호연
홍혜경, '나비부인' 초초상役 데뷔
지난 2일 이탈리아 작곡가 마스카니의 대표작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주역 투리두는 이용훈이었다. 옛 연인 롤라와의 사랑을 못 잊고 밀회를 이어가다 롤라 남편 알피오와의 결투로 목숨을 잃는 비극적 인물이다. 이용훈은 힘 있는 목소리와 열정적 몸짓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젊은이를 노래했다. '어머니, 이 포도주는 정말 독하군요. 전 바람 쐬러 나갈 겁니다. 어머니, 절 안아주세요.' 결투를 앞두고 최후의 아리아를 부르는 이용훈은 비극을 예고하듯 쓸쓸하면서도 처연했다. 투리두 연인 역 산투차를 맡은 리투아니아 출신 메조소프라노 비올레타 우르마나와 함께 이용훈은 70분 남짓한 이 짧은 오페라를 숨 쉴 틈 없이 몰고 갔다. 메트 상임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는 오페라를 든든하게 떠받치며 무대에 생동감을 살렸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총 11회)의 전반부 공연을 이용훈이 책임진다. 공연 직후 대기실에서 만난 이용훈은 "1주일 전부터 감기 때문에 코가 막혀 이렇게 힘들게 공연하기는 처음이다. 공연 도중 잠깐씩 무대 뒤에서 코를 풀어가며 노래했다"고 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이용훈의 투리두는 뉴욕타임스의 호평을 끌어낼 만큼 성공적이었다. 이용훈은 지난해 가을에도 메트에서 '일 트로바토레' 주역 만리코로 서는 등 2010년부터 메트의 주역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용훈은 올 연말 롯데 콘서트홀 개관 기념 공연에서 국내 관객과 처음으로 만난다.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잔뼈가 굵은 베이스 연광철은 지난달 29일 개막한 도니체티 '마리아 스투아르다'와 지난 3일 개막한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에 번갈아 출연하고 있다. 지난 1일 '마리아 스투아르다'의 신하 탈보트로 나선 연광철은 막이 오른 순간부터 남다른 존재감으로 극의 무게를 잡는 중심 역할을 했다. 16세기 말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정적(政敵)인 메리 스튜어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충직한 신하 탈보트였다. 3일의 '일 트로바토레'에서도 연광철은 루나 백작 집안의 비극을 소개하는 늙은 장교 페란도 역을 맡아 극의 밀도를 높이는 등 제 몫을 다했다.
객석만 3800석에 입석까지 4000명 가깝게 들어가는 메트 오페라 하우스는 유럽 오페라극장보다 두 배 이상 크다. 그러나 연광철의 확신에 찬 저음(低音)은 명료하면서도 중량감 있게 들렸다. 올 봄학기부터 1년간 연구년에 들어가는 연광철은 올 한 해 뉴욕과 런던, 파리, 빈 오페라극장의 러브 콜을 받고 잇달아 무대에 선다. 연광철은 오는 9월 2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 갈라 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다.
소프라노 홍혜경은 이달 메트에서 푸치니 '나비 부인' 주역 초초상을 처음 부른다. 스물다섯이던 1984년 '티토 황제의 자비'로 메트에 데뷔한 홍혜경은 32년간 이 무대에 선 메트의 간판 성악가. 지난달 메트에서 단골로 맡았던 '라 보엠' 주역 미미를 부른 홍혜경은 오는 19일 시즌 개막 공연을 갖는 '나비 부인'을 부르기 위해 맹연습 중이다. 홍혜경은 작년 인터뷰에서 "초초상은 내가 부르기엔 너무 무거운 목소리라 사양해왔다. 하지만 한 번쯤은 꼭 불러보고 싶다"며 욕심냈다. 홍혜경의 '나비 부인'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