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이런 차이콥스키는 난생처음이었다

입력 : 2016.01.31 23:56

[무티&시카고 심포니]

지난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카르도 무티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빈체로 제공
3년 전 이탈리아 거장(巨匠) 리카르도 무티(75)를 무릎 꿇게 했던 독감이 아직 덜 나은 줄 알았다.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무티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가 토해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따따따 따안~'은 청중에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느릿한 전개와 가라앉는 템포, 잔 실수들로 축 처졌다. 말러 교향곡 1번은 '무티의 말러'라 할 만했다. 아침 들판을 가로지르는 듯한 현악기군의 섬세한 흐름을 통해 내밀한 부분을 미세하게 살려내려는 지휘자의 관점이 도드라졌다. 한국 관객에 익숙한 베토벤과 말러를 자기만의 해석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거장다운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만큼 낯설었다.

29일은 전날과 사뭇 달랐다. 음악 칼럼니스트 황장원씨는 "명(名)지휘자와 악단도 계속된 순회 연주로 쌓인 피로감을 이기긴 힘들구나 생각했던 첫날과 달리 둘째 날엔 최정상 연주 단체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며 "무티가 CSO에 부임한 후 전통의 강호를 어떤 스타일로 요리해왔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고 했다.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1번에서 CSO의 탄탄한 앙상블이 제대로 살아났고, 힌데미트의 '현과 관을 위한 협주 음악'에선 아름답고 매혹적인 금관의 향연을 보여줬다. 특히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에 대해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씨는 "이런 차이콥스키는 난생처음 들었다"고 했다. "A부터 Z까지 악보에 충실한 무티는 청중에게 음악을 듣고 있다기보단 악보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정확성을 보여줬다. 멜랑콜리가 거세된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음악적으로 감동적일 수 있다는 데 놀랐다."

앙코르로 내민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의 서곡에서 무티는 본색을 드러냈다. 고상하고 점잖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시절처럼 지휘대 위에서 신나게 발 구르고, 지휘봉 쥔 팔을 크게 돌리고, 손가락을 파들파들 흔들면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첫날의 아쉬움을 장쾌하게 날려버린 명연(名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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