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독주회, 피아니스트 손열음]
1910년 前後 곡으로 꽉채운 공연… 베를린서 녹음한 첫 음반 곧 나와
"해석할 여지 남기는 연주자 될 것"
요즘 손열음은 바쁘다. 다음 달 27일 여는 독주회를 준비하느라 온 정신이 그쪽에 가 있다. 협연은 종종 했지만 리사이틀은 2013년 3월 이후 3년 만이다. 왜 이렇게 뜸을 들였느냐 물으니 "항상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저는 제 연주를 되짚어 볼 때 패배한 경기를 반성하듯 봐요. '뭐를 못해서 그렇게밖에 못 쳤을까' 따져 보면서 100% 냉정하게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격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은 평생 할 거니까 해본 다음 메워나가면 되는데, 최고만 목표로 하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손열음은 "보기보다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혼자 한 달 동안 있으라 하면, 감옥에서도 잘 살 거다"며 깔깔 웃었다. 연습도 몰아서 한다. 피아노를 안 칠 땐 한 달 동안 아예 안 친다. 마음먹고 칠 땐 하루에 예닐곱 시간을 꽉꽉 채워서 사나흘 몰아 친다. "올해 목표가 규칙적으로 연습하자예요. 이젠 좀 침착하게, 능동적으로 살자…."
꽉 찬 서른이 된 것과 관련 있느냐 물으니 단박에 고개를 끄덕였다. "20대 땐 세계 최고가 목표였어요. 지금은 청중이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정답을 말해줄 테니 잘 들어!' 명령하는 것 말고 헝가리 피아니스트 릴리 크라우스(1908~1986)처럼 해석할 여지를 열어두는 피아니스트."
이번에 도전한 주제는 '모던 타임스(Modern Times)'다.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과 '라 발스'부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 중 3개의 악장, 거슈윈의 '스와니'까지 20세기 초반 쓰인 곡들로 1·2부를 채웠다. "1910년부터 딱 10년간 그 기간을 제가 좋아해요. 왜냐면 1914년 발발한 1차 대전을 즈음해서 세상이 BC(기원전), AD(기원후)처럼 바뀌었거든요. 세계화가 한순간에 되어버린 시기랄까요." 손열음은 "특히 '쿠프랭…'은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라벨이 전쟁의 영향으로 이전과 완벽하게 다른 작곡 스타일을 추구한 자취가 뚜렷이 남아 있다"며 "우리나라도 1910년을 전후로 클래식이 들어와 사실상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음악이 됐으니 라벨에 더 애착이 간다"고 했다.
다음 달 초 첫 음반(모던 타임스)도 나온다. 이번 독주회 때 연주하는 곡목을 그 안에 미리 담았다. 베를린 예수그리스도 교회에서 지난 11월 초 사흘 동안 꼬박 녹음했다. "처음으로 음반 내자는 제의를 덥석 잡았어요. 그전엔 준비가 안 돼 있다 생각했는데 그러다간 평생 못할 것 같더라고요. 20세기 음악이라 낯설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제가 제일 잘할 수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하면 듣는 분들도 좋아하더라고요. 그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게 서른 살 이후 손열음의 과제예요. 그러니 일단 마음 열고 들어봐 주세요."
▷Modern Times=2월 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