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빛 아리랑' 극작·연출 맡은 전위예술가 무세중씨
민족의 태동·수난 상징적 표현 "평생 꼭 해보고 싶었던 공연"
"아―이, 이쁜 얼아 나오너라.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아름다운 얼을 이뤄라."
"'사랑의 힘'이 맞아요!"
18일 오후 서울 동선동의 한 연습실, 혼불할미 역 배우 백수련의 대사에 전위예술가 무세중(79)씨가 얼른 지적하고 나섰다. 21일 개막하는 연극 '얼빛 아리랑'의 막바지 연습이었다. 무씨는 이 작품의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배우들은 각각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태극의 세 색깔을 결합해 민족의 태동을 표현했다. 젊은 배우들의 몸짓은 날렵했고 나이 든 배우들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냈다.
"평생 꼭 해보고 싶었던 공연을 이제야 할 수 있게 됐네요." 한철학연구소와 아리랑문화연구소 대표이기도 한 그는 '민족굿'이자 '시(詩)굿'이라 이름 붙인 이 공연에서 '아''리''랑' 세 글자를 각각 천·지·인과 포용·극복·도약으로 풀어낸다. 아·리·랑·얼·쑤라는 다섯 남매가 태어나 외세의 침탈과 지배층의 수탈 등 수난사를 겪으며 현실을 극복하고 도약한다는 내용이다. 상징적인 작품이지만 생동감과 재미를 갖췄다.
"스토리를 갖춘 다른 극(劇)과는 달라요. 그러면 개인적인 이야기가 되거든요. 우리 전통의 '굿'은 집단의 이야기가 서사로 녹아든 겁니다." 굿이란 건 원래 덧뵈기(연극), 살풀이(무용), 시나위(음악)가 결합한 다원예술인데 반드시 '놀이'가 따라붙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요즘 부르는 아리랑은 지나치게 노래처럼 바뀌어 맥이 없어요. '소리'에 가까운 원래 아리랑을 들려줄 겁니다." 그가 창안한 춤 '무(舞)사위'도 작품에 등장한다. "서양의 직선적인 춤이 아니라, 어울리고 얼싸안는 곡선적인 우리 춤"이라고 했다.
국내 1세대 전위예술가인 그는 체제 저항 정신을 담은 1980년대 '통.막.살'과 2014년 온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나온 '지랄발광' 등 모두 500여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하지만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차례 공연하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엔 배우들을 데리고 자택인 북한산 근처 비닐하우스에서 연습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그는 젊은 배우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제가 탈춤과 살풀이춤, 무사위춤을 가르쳤는데, 걔들 몸에서 그냥 불이 번쩍번쩍 나는 거예요. 너무 이뻐서 매일 뽀뽀해 줍니다. 우리 춤 DNA란 게 어디 가겠어요? 어른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젊은 세대한테 역사의식을 심어주면 '헬조선' 같은 말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얼빛 아리랑' 21~31일 대학로예술극장 3관(쇳대박물관 지하),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