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전쟁이란 나무에 살았다, 내가 사라진 줄도 모른 채

입력 : 2016.01.15 03:00   |   수정 : 2016.02.29 14:50

[나무 위의 군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대사로 국가가 개인에 가하는 폭력 묘사
거대한 뱅골보리수 세트 볼거리

"의미 없는 시체, 예정된 죽음이었다고!"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덧없음이 주인공 '분대장' 역 윤상화의 절규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국가의 명령으로 '섬'에 파견된 분대장은 그 섬 출신의 젊은 '신병'과 함께 적의 공격을 피해 큰 나무 위로 올라간다. 나무에 숨어 지낸 지 2년, 그들은 '전쟁이 끝났으니 그만 내려오라'는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연극 '나무 위의 군대'(강량원 연출)는 일본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井上ひさし·1934~2010)의 미완성 희곡을 호라이 류타(蓬萊龍太)가 이어 쓴 작품이다. 연극은 특정 시대나 장소를 언급하지 않지만, 1945년 태평양전쟁 말기에 오키나와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나무 위의 군대’에서 분대장(윤상화·왼쪽)과 신병(신성민)이 적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도피해 있다. /적도 제공
‘나무 위의 군대’에서 분대장(윤상화·왼쪽)과 신병(신성민)이 적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도피해 있다. /적도 제공

작품은 진지하고 철학적이다. "이 섬(오키나와)을 되돌려받을 것이며, 적국이든 국가든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신병의 대사처럼, 연극의 많은 요소는 일제 군국주의를 비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작품이 더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국가와 전쟁이 개인에 가하는 폭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다.

두 군인이 나무로 도피한 것은 '국가가 국민을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발생한 인지부조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무에서의 삶은 그때까지 지녔던 신념을 버리고 새로운 신념을 갖추기 위한 과도적인 상황이다. 그 새로운 신념은 '개인은 국가를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를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된다. "믿고 있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 지금은 그것밖에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는 신병의 대사는 극한 상황에서 모순에 빠진 개인이 스스로를 지탱하는 존엄의 표현이었다.

'투명인간' '게공선' 등에서 최소한의 대사만으로 극을 끌고 갔던 연출가 강량원의 작품치고는 지나치게 설명적인 연극이라는 느낌도 들었다. 건조하고 지루한 전개와 관념적인 대사들이 주는 황량함을 덜어주는 것은 '여자'의 존재인데, 그녀는 오랜 세월 쌓인 전쟁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무의 정령'이다.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뱅골보리수 세트는 그 자체로 볼거리였다.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 시간 110분,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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