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정명훈은 없지만… 10년 내공이 만든 '마술'

입력 : 2016.01.11 03:00   |   수정 : 2016.02.29 14:03

서울시향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회

9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독일 거장 에센바흐는 서울시향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줬다. /서울시향 제공
9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독일 거장 에센바흐는 서울시향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들려줬다. /서울시향 제공
이래서 내공(內功)이 무섭다. 지난 9일 정명훈 전 예술감독이 떠난 후 처음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세종문화회관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연주회는 달빛 어우러진 밤, 노련한 마술사가 피리를 불어 독기 삼킨 뱀을 환상적으로 춤추게 한 한 편의 마술 같았다.

연주회를 불과 닷새 앞두고 정 전 감독 대신 대타(代打) 지휘를 수락한 독일 출신 크리스토프 에센바흐(76)는 지난 7일 오후 공항에 내리자마자 연습실로 달려가 밤 10시까지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브루크너가 마지막 장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3악장으로만 남기고 간 교향곡 9번은 한 시간 남짓한 길이에 삶의 활력과 절망이 교차되며 연주하기가 까다로운 곡이다.

서울시향은 정 전 예술감독과 10년간 갈고 닦은 풍부하고 섬세한 음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현악기의 잔잔한 울림부터 웅장하게 파고드는 관악기군까지 모든 파트가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유려한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날 암보(暗譜)로 지휘한 에센바흐는 공연 직전까지 리허설을 되풀이하며 현악 주자들의 활 사용법까지 일일이 챙기고 땀을 쏟았다.

티켓도 2900석 중 2317석이 팔려나갔다. 이날 청중들은 지휘자가 두 손을 완전히 내릴 때까지 약 10초간 박수를 치지 않고 침묵을 지켰고, 기립박수로 호응했다. 그간 서울시향이 얼마나 많은 연습과 경험을 쌓아왔는지 보여준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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