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은, 얼마나 대단할까…에센바흐 지휘 서울시향 바이올린 협연

입력 : 2016.01.07 09:57
국제적으로 주목 받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28)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고 진실하다. 성숙한 감정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투명한 연주력이 일품이다. 만 9세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똘망똘망했다. 1999년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영재 발굴 프로그램인 '소년소녀 협주회'(지휘 장윤성)에서 모차르트 4번 협주곡을 협연했다. 어린이의 성숙한 연주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울려퍼졌다.

최예은이 2005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발전을 거듭해온 서울시향과 약 17년 만에 다시 협연한다. 9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올해 첫 정기공연에 협연자로 나선다.

대치동 마리아칼라스홀에서 만난 최예은은 "기대가 된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시향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전을 했다. 열살 때 협연했을 때는 솔직히 어떤 오케스트라였는지 몰랐지. 호호. 현수(신지아) 언니도 당시 모차르트 5번을 협연했다. 그 때 사진을 보면, 얼굴이 천진난만하다. 근데 연주를 놓고는 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마치 마지막 연주인 것처럼. 그런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도 그 때 처음이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마치 내가 주인공인양 연주했지.(웃음)"

서울에서 태어나 어릴 때 충남 서산에서 산 최예은은 5세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김남윤에게 배웠다. 2004년부터 뮌헨 국립음대로 유학을 갔다. 19세 때 미국교향악단연맹 선정 '떠오르는 별'이 되는 등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 받았다. 독일에 거주하며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서울시향의 소식은 많이 듣는다"고 했다. "서울시향이 실력적으로, 커리어적으로 많이 발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 주변에서 훌륭한 오케스트라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 부분에서 기분이 좋다. 젊은 단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젊은 연주자로서 뿌듯한 일이기도 하고." 이번 공연의 지휘봉은 정명훈(63)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독일의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76)가 잡는다. 최예은은 한국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는 에센바흐와 친분을 이어왔다. 약 5년 전부터 유럽 등지에서 만나 개인 지도를 받고, 여러 조언도 들었다. 해외에서는 여러 차례 함께 공연했지만 한국에서 같이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에센바흐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놀라웠고 반가웠다. 솔직하고 담백한 분이다. 나이 차가 많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대해 준다. '따듯한 카리스마'에 놀랐다."

선배 음악가로서 후배 음악가를 도와주려는 모습에 특히 감명 받았다. "젊은 음악가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예술가는 서로 소통을 해야 한다. 음악을 비롯해 예술 분야에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끝이다. 영향을 많이 주고 받는 관계가 중요하지. 그런데 에센바흐 선생님은 후배 음악가를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 항상 찾는다. 그런 부분이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그래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예술가는 스스로 자신을 파고들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예은도 "안에 예술 세계가 깊어야 하고 그 만큼 확신이 있어야 표현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그런데 "영향을 받았을 때 감정이 달라지고 표현이 달라진다. 영향이 없으면 창조적인 예술이 나올 수 없다.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예술 세계를 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열린 마음으로 영향을 받아야 한다"며 눈을 빛냈다.

서울시향과 이번 무대에서 협연하는 곡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다. 2009년 지휘자 앨런 길버트가 이끈 뉴욕 필하모닉 내한공연에서도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해 호평 받았다. "한국 공연에서는 멘델스존 협주곡과 인연이 많다"고 인정했다. 그 어떤 곡보다도 신중하게 대하는 곡이라고 한다.

"연주를 할 때마다 다르다. 그 당시 내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 같은 곡이다. 의도를 가지고 해석해서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내 안에 있는 걸 순수하게 반영을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러움이 그래서 중요하다. 어느 순간 악장과 악장 사이를 넘어간다. 마치 시간이 흘러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마법 같은 곡이다. 준비가 돼 있다고 해서 꼭 준비해온 것처럼 나오지 않는 돌연변이 같은 곡이다."

멘델스존에 대해서는 "평안하고 화목한 가정에 자라 귀족적"이라며 "어떤 것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것을 고루 다 갖춰 균형을 이뤘다"고 봤다.

최예은을 거명할 때 빠지지 않는 바이올리니스트는 거장 안네 소피 무터(53)다. 2004년 독일 라인가우 음악 페스티벌에서 최예은을 눈여겨 본 것이 시작이다. 2005년 무터의 장학 재단을 통해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또 다른 영향을 준 인물로 뮌헨 국립음대에서 사사한 아나 추마첸코(71)를 빼놓을 수 없다. 추마첸코는 최예은의 연주력 뿐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에도 보탬이 됐다. 정년 퇴임을 했음에도 2년 전 최예은이 이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르침을 줬다.

"8년 간 매일 뵌 분이다. 유학을 가서 사춘기가 20세 때 왔는데 볼 거 못 볼 거 다 본 분이다. 음악적 지식을 넘어서 정신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삶의 모토부터 모든 걸을 나누면서 영향을 받았지. 가장 친한 친구 같은 분이다."

곡을 기술적으로 어떻게 연주하는지보다 그 곡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가르쳐준 스승이다. "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곡 해석의 자유로움을 깨닫게 해준 분이다. 한국에서는 몰랐던 일상의 여유를 알게 해준 분이지. 한국에서 함께 연주하는 것이 소망이다."

2014년 말 세계적인 클래식 공연 매니지먼트사인 IMG 아티스츠와 계약을 맺은 후 연주 활동의 폭이 더 넓어졌다.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펄만·율리아 피셔·사라 장,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머레이 페라이어 등 내로라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이 소속된 곳이다.

특히 미국 연주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브람스를 협연한 것이 예다. 토머스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올해 11월 첫 내한공연한다. "연주가 쉽고 편했다. 관객들도 기립 박수를 하는 등 반응이 좋았고. 그곳의 언덕과 음식도 너무 좋았다."

또래의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세계 곳곳을 돌며 연주하는 최예은이 행복을 느끼는 이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고 재미있다. 연주를 할 때 연주자들과 눈을 마주치게 되는데, 이름은 몰라도 나중에 다른 도시의 카페 등에서 만나면 알아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대에서 깊게 교감한 거지. 음악을 통해 맺어가는 인연이 재미있다. 리셉션에서 맛있는 걸 먹으며, 정말 심각하게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래서 자신의 일이 고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분야의 친구들이 더 고생하더라. 법을 공부하는 한 친구는 하루에 2시간밖에 못 잔다. 나는 그렇게 못한다. 모두 방법과 길이 다를 뿐이지, 최선을 다하는 건 마찬가지다. 원하는 것이 있으니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최예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음악 언어는 '사랑'이다. "모양은 변형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사랑하는 마음이다. 음악에는 그게 있다. 갈망이고 애증이기도 하지. 의욕이 없는 무(無)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고 애절함이 깃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항상 진심이 깃든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와 겹친다.

진심은 결국 '집중력'으로 귀결된다. "골똘하게 몰입한 상태면 이를 보는 이들도 같이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다. 카리스마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러면 머리가 깨닫지 못해도, 마음속으로 뭔가 끌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이 예술의 힘 아닐까."

에센바흐와 서울시향은 이날 브루크너 교향곡 9번도 들려준다. 1만~7만원. 서울시향. 158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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