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다, 입이 쩍 2016 뮤지컬 라인업

입력 : 2015.12.28 09:46
2001년은 한국 뮤지컬 역사의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이 유료관객 24만명, 매출 200억원을 기록하며 한국 뮤지컬 대중화·산업화의 기폭제가 됐다. 15년이 지난 2016년 역시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 '신과 함께-저승편' 등을 제외하고 대형 창작뮤지컬의 제작이 활발하지 않은 2015년은 일종의 숨고르기였다. 2016년에는 블록버스터 창작뮤지컬이 쏟아진다. 국제적인 소재로, 한정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도 동시에 겨냥한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기여할 라이선스 초연, 라이선스 재연도 관객을 맞을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창작 초연 뮤지컬

우선 눈길을 끄는 건 3~6월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에 오르는 '마타하리'다. 제1차 세계대전 중 2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 당한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실화가 바탕이다.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등 대형 라이선스 작품들로 연달아 흥행에 성공한 EMK뮤지컬컴퍼니가 25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

탄탄한 스태프 진용을 꾸렸다. 뮤지컬 '뉴시즈'로 토니상 최우수 연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하이스쿨 뮤지컬' '올리버' 등을 지휘한 제프 칼훈이 연출을 맡았다. '지킬 앤 하이드' '황태자 루돌프' '몬테크리스토'로 국내에서 마니아층을 보유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사가 잭 머피가 함께 한다. 한국에서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힘을 보탠다. 뮤지컬스타들도 총출동한다. 옥주현과 김소향이 타이틀롤로 합류했다. 아르망 역에 엄기준·송창의·정택운, 라두 대령 역에 류정한·김준현·신성록 등이 가세했다.

8월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벤허'도 기대작이다. 두번째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호평 받은 충무아트홀이 두 번째 자체 제작하는 뮤지컬이다. 김희철 프로듀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이 '프랑켄슈타인'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뭉쳤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찰턴 헤스턴 주연의 동명영화로 유명한 미국 작가 루 윌러스의 소설 '벤허'가 바탕이다. 유대 청년 '벤허'의 시련을 통해 신의 섭리를 깨닫게 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전차 경주' 신이 기대를 모은다.

서태지 뮤지컬로 알려진 '페스트'도 관심을 끈다. 가수 서태지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7월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다. '이방인'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섞는다.

원작소설은 알제리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 오랑에 갑작스럽게 퍼진 치명적 전염병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뮤지컬 '페스트'는 자유로운 도시 오랑의 풍경은 그대로 가져오되 질병이 전염되는 상황은 오늘날 현대로 옮겨온다. 뮤지컬 음악감독, 공연 연출가, 배우(넥스트 투 노멀)로 활동하는 박칼린이 연출한다.

6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인 '웃는 남자'도 기대작이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공동창작시스템인 '크리에터 랩'을 통해 개발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싱어송라이터 정재형이 처음으로 뮤지컬 작곡에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기획개발 기간 4년을 거친 작품으로 아시아를 거쳐 영미권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대형 뮤지컬은 아니지만,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알찬 소재의 뮤지컬도 잇따라 쏟아진다. 2~3월 아트원시어터 1관에서 선보이는 신시컴퍼니의 '에어포트 베이비'가 대표적이다. 한국을 찾은 국제 입양아 청년의 생모 찾기를 통한 성장담이다. 음악감독 겸 연출가 박칼린,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넥스트 투 노멀'의 배우 최재림이 참여한다.

1~2월 아트원시어터 1관 무대에 오르는 엘에스엠컴퍼니의 '안녕! 유에프오'는 이은주, 이범수 주연의 영화를 뮤지컬로 재창작했다. 시각장애인과 버스 운전기사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다룬다.

◇신선한 초연 라이선스 뮤지컬

뉴욕의 신문팔이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즈니 뮤지컬 '뉴시즈'가 4월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아시아 초연한다. 아카데미상 8회 수상자인 앨런 멘켄의 음악과 잭 펠드먼의 가사로 토니상 음악상을 받았다. 2011년 초연한 뒤 2012년 제프 칼훈이 연출을 맡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이후 총 1005회 공연을 통해 100만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20세기 직전 뉴욕 시가 배경이다. 어려운 생활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는 10대 신문팔이들의 리더인 '뉴스보이' 잭 켈리의 열성적인 이야기다. 이번 아시아 초연은 주요 스토리라인은 유지하되, 변형과 변경이 자유로운 넌 레플리카 방식으로 선보인다. '인 더 하이츠'에 이어 SM엔터테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휘트니 휴스턴·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동명영화(1992)가 바탕인 뮤지컬 '보디가드'의 라이선스 초연은 12월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공연 프로듀싱 컴퍼니 CJ E&M 공연사업부문이 2012년 5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 프러덕션에 투자자로 참여한 작품이다.

휴스턴의 주옥 같은 넘버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6년간의 기획작업을 거쳤고 특히 휴스턴 히트곡들의 독점적 뮤지컬화를 승인 받았다. 국내에서 90년대 대중문화가 재조명 되는 트렌드에 걸맞는 콘텐츠로 국내 스타 배우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작품성 인정 받은 재연 라이선스 뮤지컬

다른 무대 장르보다 상업적인 성격이 짙은 뮤지컬에서 전위적인 무대 언어를 선보이는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걸작 뮤지컬 '스위티 토드'가 9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6월부터 10월까지 잠실 샤롯데시어터 무대에 오른다.

이번 시즌은 신춘수 오디뮤지컬 대표가 리드 프로듀서, 이후 시즌은 2007년 '스위니토드' 한국 라이선스 초연를 제작한 뮤지컬해븐의 전 대표인 박용호 에이리스트코퍼레이션 공연사업부문 리드 프로듀서가 담당한다.

1979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뮤지컬뿐 아니라 오페라,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된 이 뮤지컬의 두 개 프로덕션을 시즌별로 제작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19세기 영국이 배경이다. 아내와 딸을 보살피는 가장이자 건실한 이발사였던 벤저민 바커가 그를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설앤컴퍼니 프로덕션의 내한공연과 라이선스 초연으로 흥행 기록을 썼던 뮤지컬 '위키드'는 7~8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서울 공연에 앞서 5~6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첫 지방공연인 대구공연은 세트와 무대 메커니즘, 30인 오케스트라 등 세계에서 동일하게 운영되는 '위키드' 프로덕션이 그대로 적용된다.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작품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가 주인공이다. 뮤지컬스타 옥주현·박혜나·김선영이 엘파바, 정선아·김보경·김소현이 글린다를 연기했다. 2003년 초연한 작품으로 2013년 마지막주 북미에서 최초로 주간 박스오피스 수익 300만 달러(약 35억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룹 'JYJ' 멤버 겸 뮤지컬스타 김준수가 2년 만에 2주 한정 공연으로 돌아오는 뮤지컬 '드라큘라'는 1~2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이 바탕으로 미국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2004년 미국에서 초연된 후 스웨덴, 영국, 캐나다, 일본을 거쳤다.

지난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객석점유율 92%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4중 턴테이블 등 화려한 무대가 주목 받았다. '제9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오필영 무대디자이너가 무대상을 받았다. 박은석, 임혜영, 강홍석, 이예은이 나온다.

'레베카'는 1~3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영국 소설가 겸 극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반으로 했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영화로 만들어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도 히트한 뮤지컬 '엘리자벳' '모차르트!'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의 합작품이다. 아내 레베카의 의문의 사고사 이후 그녀의 어두운 그림자를 안고 사는 남자 '막심 드 윈터'와 그런 막심을 사랑해 새 아내가 된 윈터 부인인 '나', '나'를 쫓아내려는 집사 댄버스 부인 등이 막심의 저택 '맨덜리'에서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특히 댄버스 부인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다. 이번 시즌은 신영숙, 차지연, 장은아가 댄버스 부인으로 나섰다.

CJ E&M이 공동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는 9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제67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포함 6관왕에 오른 화제작이다. 그래미어워드 베스트뮤지컬앨범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라이선스 초연은 최근 '제9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뮤지컬'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록 뮤지컬 '헤드윅'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3~5월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약 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시즌은 뉴욕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브로드웨이 공연에 발맞춰,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변요한, 정문성 등의 스타들이 타이트롤에 캐스팅됐다.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은 서문탁, 임진아, 제이민이 맡는다.

뮤지컬 '맘마미아'는 3년 만에 돌아온다. 2~6월 샤롯데시어터 무대에 오른다. '댄싱퀸' '허니허니' '머니머니머니' 등 스웨덴의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탄생한 이후 현재까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49개 나라 440개 도시에서 60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았다. 젊은날 아마추어 그룹의 리드싱어였으나 지금은 작은 모텔의 여주인이 된 '도나', 아빠 없이 성장한 스무살 딸 '소피'의 화합기이자 성장담이다. 2011년 이 작품으로 데뷔한 박지연, 그룹 '소녀시대' 서현, 신예 김금나가 소피를 연기한다.

디즈니 라이선스 뮤지컬 '아이다'는 11월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4번째 시즌을 개막한다. 엘턴 존(작곡)과 팀 라이스(작사)의 작품이다. 그동안 옥주현, 차지연, 정선아, 안시하, 이석준, 이건명, 김우형, 김준현, 김호영, 김보경 등 뮤지컬스타들이 거쳐갔다.

EMK뮤지컬컴퍼니의 대표 흥행작인 '모차르트!'는 6~8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들을 다시 찾는다. 역시 이 회사의 프로덕션으로 류정한, 박효신, 카이, 임선혜 등을 앞세워 올해 상반기 최대 흥행작 대열에 오른 '팬텀'도 11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다.

◇예술성 돋보이는 내한공연

영국의 가장 창의적인 집단으로 평가 받는 니하이시어터의 뮤지컬 '데드 독'이 4월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의 원작이기도 한 존 게이의 '베가의 오페라'가 바탕이다. 18세기에 초연된 고전을 286년이 지난 오늘날의 감각으로 새롭게 각색한 감각이 일품이다. 마을의 간교한 사업가 피첨이 살인청부업자 맥히스에게, 부정과 부패로 점철된 자신의 뒷거래를 파헤치려는 시장인 굿맨을 암살하도록 지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무대 사용,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춤과 연기, 영국의 정통 인형극 펀치&주디를 연상케 하는 인형들의 해학과 풍자가 눈길을 끈다.

6~7월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영국 새들러스웰스 극장 초연 시,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 8주 공연이 전석 매진됐다. 동화책 속에서 방금 튀어 나온 듯한 화려한 무대 세트와 의상,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토리텔링,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매튜 본 안무의 절묘한 결합이 눈과 귀를 현혹한다. 1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공주가 2011년 현대에 깨어난다는 설정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토니상과 올리비에상 수상에 빛나는 레즈브라더스톤의 눈부시게 화려한 무대와 의상 디자인이 더해진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