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브레멘', 가야금 맞춰 춤춥니다

입력 : 2015.12.23 00:08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 국악극 '숲의 노래'로 바꾼 가수 유열]

한국적 정서로 꾸며 재탄생… 신발 벗고 앉아서 보는 아동극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서 공연

"뚱, 뚜둥." 당나귀가 움직일 땐 가야금이 소리를 냈다. 개는 대금, 고양이는 해금, 닭은 피리 소리와 함께 몸을 놀렸다. 동화 '브레멘 음악대'의 주인공인 동물 네 마리가 국악기 반주에 맞춰 움직일 때마다 객석에선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지난 19일 개막한 어린이 음악극 '숲의 노래'(고순덕 작, 최여림 연출)다.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를 국악극으로 바꾼 작품입니다." 국립국악원과 함께 작품 제작을 맡은 가수 유열(54) 유열컴퍼니 대표가 말했다. 그가 어린이 뮤지컬 제작자로 변신해 그림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브레멘 음악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아동극 좀 아는' 엄마들로부터 명품 대접을 받는 이 뮤지컬은 전국 120곳 도시와 마을, 산간 벽지와 시골 분교 공연을 거쳤다.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숲의 노래’무대 앞에 선 가수 유열은“국악을 통해‘브레멘 음악대’를 더욱 친숙한 놀이극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숲의 노래’무대 앞에 선 가수 유열은“국악을 통해‘브레멘 음악대’를 더욱 친숙한 놀이극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그를 포함한 아동극 업계가 2년 연속으로 세월호·메르스라는 타격을 입은 고난의 시기에, 유열은 10주년 기념 '국악 버전'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작곡가 이태원과 안무가 조하영, 국립국악원의 악사와 무용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음악과 가사는 물론 작품 해석까지 다르게 했다.

"한국적인 정서가 줄거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들이 브레멘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포기하려 할 때 서로 용기를 주면서 한바탕 놀이판을 펼치는 거지요." 북과 장구, 편종으로 구성된 타악이 신명을 돋우는 가운데 '숲의 정령'으로 표현된 자연도 그들을 도와준다. 결말은 기존 작품과 영 딴판이 된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라는 구상 시인 시구를 응용한 셈이지요. 어린이들 모두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130석 규모의 풍류사랑방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 등받이가 있는 고급 방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화기애애한 장소다. 마이크나 스피커를 전혀 쓰지 않아 친밀감이 더 크다. "어린 시절 우리 음악과 춤이 몸에 배는 경험은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유열은 1986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로 대상을 받으며 가수로 데뷔했고, '응팔' 시절인 1988년엔 '이별이래'로 가요 차트 1위를 했다. 아동극 제작에 힘을 쏟는 한편으로 내년엔 30주년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요즘 그에게 힘이 되는 원천은 34개월 된 늦둥이 아들이다. "속 썩는 일이요? 아유, 그런 건 없어요. 매일 완벽한 감동과 흥분을 주는 존재인걸요."

▷어린이 국악극 '숲의 노래' 31일까지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36개월 이상, (02)58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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