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스콰르텟 진정한 성인식, 27세 열혈청년의 '죽음과 소녀'

입력 : 2015.12.14 09:34
세계를 누비는 젊은 현악 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이 성인식을 치른다.

2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이 제단이다. 타이틀은 '죽음과 소녀'. 현악사중주의 정수로 통하는 슈베르트 제14번 '죽음과 소녀'를 들려준다. 청춘의 눈부심과 함께 원숙한 연주력을 갖춘 노부스콰르텟이 만족스러운 완성도를 위해 연주를 아껴둔 작품이다.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0)은 "겉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곡인데, 작품을 통틀어서 보면 '죽음과 운명'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철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연주하기에 무르익은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앞서 '죽음과 소녀'를 연주한 적이 있다. 그때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는데, 아직은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26)도 "예전에 한 두 번 연주했을 때는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미루게 됐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는 원하는 생각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부담감이 든다"고 했다.

슈베르트가 1824년 완성한 곡이다. 1817년 2월 작곡한 가곡 '죽음과 소녀'의 선율을 2악장에 다시 사용했다. 가곡의 가사는 독일의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시다. 소녀를 데려가려는 죽음, 그 앞에서 공포에 떠는 소녀의 이야기다.

슈베르트는 27세 때 이 곡을 작곡했다. 김재영, 김영욱, 첼리스트 문웅휘(27), 비올리스트 이승원(25) 등 네 멤버의 평균연령 역시 만 27세다. 문웅휘는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연주자에게 요구되는 테크닉과 성숙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전에 한 두 번 연주했을 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기술적으로 훌륭했다. 그런데 음악적인 깊이가 더 있었으면 했다." 올해 결성 8년차, 10년을 앞두고 성인식을 치르기에 제때인 셈이다.

실내악팀으로는 이례적으로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는 점도 클래식계에서 화제다.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건 물론, 객석 채우는 것 역시 도전적이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무대를 줄기차게 누비는 이들이지만 이승원은 "한국에서 공연할 때만은 항상 떨린다. 이번 무대는 특히 '죽음과 소녀', '예술의전당'으로 인해 부담과 설렘이 동시에 더 든다"고 털어놓았다.

김재영은 "작년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나왔는데 이 시기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곳에서 어떤 소리가 날 지, 청중의 반응이 어떠할 지 궁금했고 호기심이 일었다"며 눈을 반짝였다.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 숙제이기도 하다. 상징적인 의미도 있지만 발전의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노부스콰르텟은 2012년 세계 최고권위의 독일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한국 현악사중주팀으로서는 최초로 제11회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 한국의 실내악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2014~2015시즌부터 하겐 콰르텟, 벨치아 콰르텟, 아르테미스 콰르텟 등이 소속된 글로벌 에이전시 짐멘아우어에 소속됐다. 짐멘아우어에 이름을 올린 첫 한국인 아티스트이자 현재 유일한 아시아인 소속아티스트다. 올해 초 '제9회 대원음악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빈 뮤직페라인, 베를린 뮤직 페스티벌, 파리 루브르 박물관 등 세계 주요 무대와 페스티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재영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음악 자체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다. "시작보다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게 흐름이 변해가는 것이 고무적이고 자부심도 느낀다. 그런데 콩쿠르는 한국에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좋은 무대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주요 활동 무대인 독일에서도 인지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승원은 "길거리에서 학생들이 알아봐주더라. 처음 독일에서 학생 신분으로 공부를 하면서 작은 연주 기회도 얻기가 힘들었는데…"라며 웃었다.

내년은 국제무대에서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된다. 프랑스 레이블 아파르테를 통해 지난 10월 녹음한 첫 음반이 내년 3월께 발매될 예정이다. 베토벤 현악사중주 11번, 베베른의 '랑자머 자츠', 윤이상 현악사중주 1번, 아리랑 등이 담겼다. 유럽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아시아에도 유통된다.

김재영은 "첫 음반인만큼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소개할 수 있는 곡들을 담았다. 특정 작곡가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노부스콰르텟의 정체성을 드러날 수 있는 곡들을 담은 것"이라고 소개했다.

내년 봄에는 일본 도쿄의 권위 있는 공연장인 산토리홀이 30주년을 기념해 여는 실내악 축제에도 초청 받았다. 외모와 실력을 갖춘 노부스콰르텟은 예전부터 일본에서 스타덤을 굳힌 클래식팀으로 거명돼왔다. 김재영은 "모든 타이틀과 수식을 빼고 우리 이름 만으로 홀로 서는 굉장한 중요한 시기"라면서 "내년은 새로운 시작이 될 거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내실을 기하지 않으면 발전하기 힘들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라며 의지를 다졌다.

'죽음과 소녀'가 성인식으로서 명분을 더 갖추게 되는 이유다. "멤버들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왔는데 이번 무대가 미래에 과거를 떠올렸을 때 가장 큰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스스로 만족하고 청중과도 교감이 잘 됐으면 한다."

노부스콰르텟은 정기 연주회 때마다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이번 무대 또한 마찬가지다. 2부에서 들려주는 '죽음과 소녀'에 걸맞는 스케일이 큰 연주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긴장감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브리튼의 세 개의 디베르티멘토, 북구의 광활한 낭만이 담겨있는 그리그의 현악사중주 제1번을 1부에서 먼저 선보인다.

제단 의식은 진행 중이다. 12일 오후 5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무대에 올랐고, 15일 오후 7시30분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17일 오후 7시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도 선다. 3만~7만원. MOC프로덕션. 02-338-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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