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4 09:32
김문정(44·한세대 공연예술학과 교수)은 음악감독이다. 특히 뮤지컬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대명사 격이다.
뮤지컬 '오케피'는 오케스트라를 다룬다. 제목은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이다. 뮤지컬 공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오케피' 라이선스 한국 초연의 음악감독은 김문정이 그래서 마땅하다.
최근 남산창작센터 제3연습실에서 진행된 '오케피'의 시츠 프로브(sitz probe)에서 지휘자 역의 황정민·오만석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연기하는 뮤지컬배우들은 지휘자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더(The) M.C'를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시츠 프로브는 본 공연 직전 뮤지컬배우와 오케스트라가 만나서 처음 제대로 합을 맞춰보는 자리다.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한 '오케피'의 시츠 프로브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시츠 프로브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카리스마가 깃든 음성과 부드러운 웃음이 배인 표정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간 그녀의 내공이 빛났다. "뮤지컬 연습 역시 단체 생활이라 여러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 걸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지. 속으로 계속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한다. 어느 지휘자나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음악감독은 뮤지컬에서 연출만큼 하는 일이 많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음악을 무대화하는 건 물론 배우들의 노래 훈련 등을 맡는다. 뮤지컬 전체의 음악적인 리듬과 조화를 관장하는 셈이다. 공연 도중 무대밑 피트에 있어도 오케스트라 단원과 함께 배우들을 지휘한다. 배우들은 2층 객석 앞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통해 음악감독을 연신 바라본다. 김 감독은 "뮤지컬에서 배우, 스태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다만 "단원들과 배우들과 연습부터 내내 함께 하니 친밀도나 친숙도가 있는 편이다. 나는 지휘자나 음악감독은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한만큼 반사가 된다."
음악을 관장하는 만큼 음악감독의 기운이 그대로 묻어나기도 한다. "음악적으로 긴장이 되는 공연에서 들뜨거나, 즐거운 공연을 하게 될 때 지푸리면 힘들지. 그렇기 때문에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항상 똑같은 컨디션을 갖춰야 하는 것이 음악감독의 덕목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다. 컨디션이 좋아야만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큰 규모의 라이선스 뮤지컬과 '명성황후' 같은 대형 창작뮤지컬, '원스'처럼 연기·노래·춤이 일체가 돼야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 작품까지, 김문정은 다양한 공연을 지휘해왔다. 창작뮤지컬 '마타하리' 등 대기 중인 뮤지컬도 수두룩하다.
2012년 황정민이 출연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와 함께 작업했던 김문정은 당시 '오케피' 대본과 CD를 받고 깜짝 놀랐다. "사실은 이렇게 피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대본으로 써서 만들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왔기 때문"이다.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넘버들도 작곡한 그녀다.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참여해야 함에도 우선 순위를 두고 '오케피'에 합류한 이유다. 이와 함께 '국제시장' '베테랑'의 스타 배우 황정민이 이런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보인 동시에 자신에게 계속 연락을 한 것이 놀라웠다.
"'맨오브라만차'가 끝난 뒤에도 잊을 만하면 계속 연락을 줬다. '오케피'를 같이 하자고. 호호. 어떤 작품보다도 선약이 돼 있던 뮤지컬이지."
소재가 전문 영역인 만큼 여러 부분에 참여했다. "우리가 쓰는 용어를 알려주고, 일본 작품이니 번역체거나 투박하거나 우리가 안 쓰는 용어를 전달하고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넘버 속에서 설명만으로 거명되는 뮤지컬들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같은 한국에 다소 낮선 뮤지컬 대신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주사' '가면' 등의 소재를 언급만 해도 떠오르는 작품들로 바꾸기도 했다.
'오케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앙상블이 따로 없이 주조연급 배우들이 화음을 만들어나간다는 것. 각자 또렷한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튀지 않고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의 속성이다.
친해질 기회가 부족한 뮤지컬배우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케피'에서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배우들은 각자 흉내내는 악기를 진짜 연주하는 단원들에게 고충은 무엇인지, 잠깐 쉴 때 무엇을 하는지 묻느라 열심이다.
"배우들이 피트 속을 구경하게 하고, 단원들이 배우들을 1대 1로 활 잡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는 또 무엇을 하는지 등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윤공주·린아·박혜나·최우리·서범석·김태문·최재웅·김재범 등 모두 주연급이다. '여기 못 끼면 스타가 아니다'라는 너스레까지 떠돈다. 조연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정상훈·황만익·송영창·문성혁·김원해·김호·백주희·김주희·육현욱·이승원·남문철·심재현·이상준·정욱진·박종찬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들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처럼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김문정은 "(배우들을 캐스팅한) 황정민의 힘"이라고 인정했다.
'오케피'는 뮤지컬로서 드라마성도 강한 편이다. 연극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첫 뮤지컬이라는 걸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본 최고 시상식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았다.
'오케피'는 익숙한, 무대 위 화려한 배우 이야기가 아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 무대 밑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 이야기다. 무대 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인 셈이다.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시민 이야기인 셈이다.
"'오케피'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외우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거지. 나중에 실수투성인 연주자(피아노)가 토끼를 데리고 다니는데, 그 토끼가 출산을 하며 아기 토끼에게 비올라의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그제야 나머지 단원들이 비올라의 이름을 알게 된다. 왜 저런 실수 투성이의 연주자와 같이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오늘 하루만 임시로 들어온 팀파니 연주자가 그제야 깨닫는 거지. 실력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 마음을 중요하게 여겨 단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연주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인 구성원이라는 걸 말이다."
오케스트라 자체가 은유다. "왕가의 이야기, 우주 이야기를 우리가 잘 안다고 공감하는 거는 아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잘 모를 수 있지만 공감할 여지가 많다."
김문정 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오케스트라와 스태프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공연을 이끌어가는 팀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휘할 때 손만 휘둘러도 음악이 나와 때로는 마술사 같기도 하다는 김문정 감독은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으로 지휘봉을 만지작거리며 싱긋 웃었다.
황정민이 2012년 뮤지컬 '어쌔신'에 이어 두번째로 연출가로 나선다. 프로듀서 김미혜, 작가·각색 이희준,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음향디자인 권도경. 18일부터 2016년 2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5만~14만원. 샘컴퍼니·기업은행·인터파크INT. 02-6925-5600
뮤지컬 '오케피'는 오케스트라를 다룬다. 제목은 오케스트라 피트의 줄임말이다. 뮤지컬 공연 도중 오케스트라 피트 안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오케피' 라이선스 한국 초연의 음악감독은 김문정이 그래서 마땅하다.
최근 남산창작센터 제3연습실에서 진행된 '오케피'의 시츠 프로브(sitz probe)에서 지휘자 역의 황정민·오만석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연기하는 뮤지컬배우들은 지휘자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더(The) M.C'를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시츠 프로브는 본 공연 직전 뮤지컬배우와 오케스트라가 만나서 처음 제대로 합을 맞춰보는 자리다.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한 '오케피'의 시츠 프로브가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시츠 프로브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카리스마가 깃든 음성과 부드러운 웃음이 배인 표정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간 그녀의 내공이 빛났다. "뮤지컬 연습 역시 단체 생활이라 여러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 걸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지. 속으로 계속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한다. 어느 지휘자나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음악감독은 뮤지컬에서 연출만큼 하는 일이 많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음악을 무대화하는 건 물론 배우들의 노래 훈련 등을 맡는다. 뮤지컬 전체의 음악적인 리듬과 조화를 관장하는 셈이다. 공연 도중 무대밑 피트에 있어도 오케스트라 단원과 함께 배우들을 지휘한다. 배우들은 2층 객석 앞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통해 음악감독을 연신 바라본다. 김 감독은 "뮤지컬에서 배우, 스태프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다만 "단원들과 배우들과 연습부터 내내 함께 하니 친밀도나 친숙도가 있는 편이다. 나는 지휘자나 음악감독은 거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노력한만큼 반사가 된다."
음악을 관장하는 만큼 음악감독의 기운이 그대로 묻어나기도 한다. "음악적으로 긴장이 되는 공연에서 들뜨거나, 즐거운 공연을 하게 될 때 지푸리면 힘들지. 그렇기 때문에 (기분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항상 똑같은 컨디션을 갖춰야 하는 것이 음악감독의 덕목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다. 컨디션이 좋아야만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 큰 규모의 라이선스 뮤지컬과 '명성황후' 같은 대형 창작뮤지컬, '원스'처럼 연기·노래·춤이 일체가 돼야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 작품까지, 김문정은 다양한 공연을 지휘해왔다. 창작뮤지컬 '마타하리' 등 대기 중인 뮤지컬도 수두룩하다.
2012년 황정민이 출연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그와 함께 작업했던 김문정은 당시 '오케피' 대본과 CD를 받고 깜짝 놀랐다. "사실은 이렇게 피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대본으로 써서 만들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왔기 때문"이다. 창작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의 넘버들도 작곡한 그녀다.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참여해야 함에도 우선 순위를 두고 '오케피'에 합류한 이유다. 이와 함께 '국제시장' '베테랑'의 스타 배우 황정민이 이런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 의욕을 보인 동시에 자신에게 계속 연락을 한 것이 놀라웠다.
"'맨오브라만차'가 끝난 뒤에도 잊을 만하면 계속 연락을 줬다. '오케피'를 같이 하자고. 호호. 어떤 작품보다도 선약이 돼 있던 뮤지컬이지."
소재가 전문 영역인 만큼 여러 부분에 참여했다. "우리가 쓰는 용어를 알려주고, 일본 작품이니 번역체거나 투박하거나 우리가 안 쓰는 용어를 전달하고 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넘버 속에서 설명만으로 거명되는 뮤지컬들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 같은 한국에 다소 낮선 뮤지컬 대신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주사' '가면' 등의 소재를 언급만 해도 떠오르는 작품들로 바꾸기도 했다.
'오케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앙상블이 따로 없이 주조연급 배우들이 화음을 만들어나간다는 것. 각자 또렷한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튀지 않고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의 속성이다.
친해질 기회가 부족한 뮤지컬배우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오케피'에서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배우들은 각자 흉내내는 악기를 진짜 연주하는 단원들에게 고충은 무엇인지, 잠깐 쉴 때 무엇을 하는지 묻느라 열심이다.
"배우들이 피트 속을 구경하게 하고, 단원들이 배우들을 1대 1로 활 잡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쉬는 시간에는 또 무엇을 하는지 등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윤공주·린아·박혜나·최우리·서범석·김태문·최재웅·김재범 등 모두 주연급이다. '여기 못 끼면 스타가 아니다'라는 너스레까지 떠돈다. 조연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정상훈·황만익·송영창·문성혁·김원해·김호·백주희·김주희·육현욱·이승원·남문철·심재현·이상준·정욱진·박종찬은 개성 강한 캐릭터로 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들이 오케스트라 단원들처럼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김문정은 "(배우들을 캐스팅한) 황정민의 힘"이라고 인정했다.
'오케피'는 뮤지컬로서 드라마성도 강한 편이다. 연극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웃음의 대학'으로 유명한 일본 극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첫 뮤지컬이라는 걸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일본 최고 시상식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았다.
'오케피'는 익숙한, 무대 위 화려한 배우 이야기가 아니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 무대 밑의 공간인 오케스트라 피트 이야기다. 무대 밑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활인 셈이다.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를 이끌어가는 소시민 이야기인 셈이다.
"'오케피'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사람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외우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거지. 나중에 실수투성인 연주자(피아노)가 토끼를 데리고 다니는데, 그 토끼가 출산을 하며 아기 토끼에게 비올라의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그제야 나머지 단원들이 비올라의 이름을 알게 된다. 왜 저런 실수 투성이의 연주자와 같이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오늘 하루만 임시로 들어온 팀파니 연주자가 그제야 깨닫는 거지. 실력보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 마음을 중요하게 여겨 단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연주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우리의 소중한 사회적인 구성원이라는 걸 말이다."
오케스트라 자체가 은유다. "왕가의 이야기, 우주 이야기를 우리가 잘 안다고 공감하는 거는 아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잘 모를 수 있지만 공감할 여지가 많다."
김문정 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오케스트라와 스태프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공연을 이끌어가는 팀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지휘할 때 손만 휘둘러도 음악이 나와 때로는 마술사 같기도 하다는 김문정 감독은 굳은살이 박인 손가락으로 지휘봉을 만지작거리며 싱긋 웃었다.
황정민이 2012년 뮤지컬 '어쌔신'에 이어 두번째로 연출가로 나선다. 프로듀서 김미혜, 작가·각색 이희준, 무대디자인 서숙진, 조명 디자이너 구윤영, 음향디자인 권도경. 18일부터 2016년 2월28일까지 LG아트센터. 5만~14만원. 샘컴퍼니·기업은행·인터파크INT. 02-6925-5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