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입은 중년들의 '떼창'… 그는 지금도 영원한 오빠

입력 : 2015.12.14 03:00

[조용필 전국투어 피날레 공연]

여전히 변함없는 목소리… 최상급 밴드 연주로 무대 장악
가끔 박자 놓치며 지친 모습도

아줌마 기자(김윤덕), 비구니 스님들까지 보이는 공연장에서 처음엔 당황했고, 이내 감탄했다. 중년남녀들이 교복 차림에 야광봉을 들고 머리에 빨간 꽃과 리본까지 두른 채 "오빠(형님), 사랑해!"를 외쳤다. 65세 조용필이 왜 '영원한 오빠'인지 단숨에 파악했다. '감히' 팔짱을 끼고 거장의 노래를 듣던 30대 여기자(변희원)는 객석 2층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관객을 보며 "이 정도 열기는 팝스타 마룬5나 브루노 마스의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며 감탄했다. 조용필 라이브를 처음 본 2년 차 음악담당 기자(권승준)는 두 여기자의 감탄에 화답할 겨를도 없었다. 폴 매카트니 버금가는 최고의 무대에 넋을 빼앗긴 탓이다.

지난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조용필의 전국투어 피날레 공연이 열렸다. 1만장 티켓은 2주 전에 매진됐다. 부산, 대구, 광주광역시 등 5개 도시에서 열린 공연에 총 4만5000여 명의 관객이 왔다. 2013년 19집 '헬로(Hello)'로 가요계를 휩쓸었을 때보단 적지만 열기는 그에 못지않았다.

살이 약간 찐 듯한 조용필은 공연 시작부에서 "(2년 만의 공연이라) 잘될까 걱정 많이 했다"고 했다. 엄살이었다. 첫 곡 '고추잠자리'부터 쩌렁쩌렁한 목소리와 압도적인 밴드 사운드, 그와 어우러진 수십 가지 현란한 조명은 객석을 속수무책 사로잡았다. '못찾겠다 꾀꼬리' '단발머리'로 이어지는 선곡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아줌마는 "나도 교복 입고 올 걸!" 하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조용필의 공연은 연주는 물론 무대, 조명, 객석 매너까지 최상급이었다. 2시간 넘게 수많은 히트곡을 쉴 새 없이 들려준 그는 마지막 곡으로 ‘친구여’를 부르며 몇 번이고 외쳤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용필의 공연은 연주는 물론 무대, 조명, 객석 매너까지 최상급이었다. 2시간 넘게 수많은 히트곡을 쉴 새 없이 들려준 그는 마지막 곡으로 ‘친구여’를 부르며 몇 번이고 외쳤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도하는~ 다음의 가사는 뭘까요?"라는 난센스 퀴즈로 유명한 '비련'에선 어김없이 '정답'이 쏟아졌다. "꺄악~!" 폭소를 터뜨린 두 젊은 기자에게 아줌마가 물었다. "스님들도 '꺄악' 하셨을까?" '꿈' '그대여' '바람이 전하는 말' '돌아와요 부산항에' '모나리자' 등 명곡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주최사에 따르면 관객 80% 이상이 40대 이상 중장년이지만, 20~30대들도 두 손 흔들며 '떼창'에 동참하는 모습이 보였다. 명불허전(名不虛傳). 조용필의 활동이 뜸했던 1990년대에 사춘기를 보낸 변희원·권승준 기자도 대부분 귀에 익은 노래여서 쉽게 따라부를 수 있었다. 아줌마 기자는 아주 가끔 노랫말과 박자, 호흡을 놓치는 거장에게서 '세월'을 느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확실히 힘에 부쳐 보였다.

하지만 이제 조용필에게 가창력을 따지는 건 무의미했다. 청중은 자신의 히트곡 한 곡 한 곡을 발표 당시 원곡에 가깝게 부르는 조용필이 얼마나 뛰어난 가수인지 실감했다. '단발머리' '모나리자'의 뛰어난 멜로디 감각부터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여행을 떠나요'같이 관객의 공감과 흥분을 이끌어내는 힘까지 거침없다. '그 겨울의 찻집'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통속성부터 '장미꽃 불을 켜요'의 실험정신과 '바운스(Bounce)'의 자기 혁신까지, 조용필은 1980년 이후 한국 대중음악사(史)를 오롯이 혼자 힘으로 들려줬다. 한국에선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최상급 연주를 들려준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도 이름값 그대로였다.

"(오늘 공연) 괜찮았어요?"라고 객석에 물을 때, 아줌마는 울컥했다. 음악에 모든 걸 건 가왕의 빛나는 성취만큼 깊고 절절한 외로움이 느껴져서다. 두 30대 기자는 생각했다. '우리가 20년 뒤에 빅뱅의 노래를 콘서트에서 따라 부를 수 있을까?'

'영원한 오빠' 조용필을 뛰어넘을 오빠는 한동안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아줌마, 아저씨, 언니의 이구동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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