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 장발장役 정성화 vs 양준모
자베르, 김우형·김준현도 박빙… 팡틴役은 전나영이 돋보여
이 작품의 2012년 한국어 초연 이후 두 번째 공연이 서울에서 개막했다. 한 배역당 한 배우였던 초연 때와는 달리 이번엔 장발장(정성화·양준모), 자베르(김우형·김준현), 팡틴(조정은·전나영) 등 주요 배역에 배우 두 명이 번갈아 나온다.
초연 때 장발장 역으로 뮤지컬상을 휩쓸었던 정성화는 여전히 정상급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줬다. 고음에서 저음, 청음(淸音)에서 탁음(濁音)으로 롤러코스터처럼 이동하는 변화무쌍함 속에서 장발장의 내면 갈등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사위가 될 마리우스의 안전을 기원하는 2막 '집으로'에선 인생의 무게가 담긴 가냘프고 애절한 호소가 객석의 심금을 울렸다.

일본판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 역할을 맡았던 양준모는 성악 전공자다운 내공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힘을 갖춘 중저음과 빨랫줄처럼 뻗는 고음은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음반을 듣는 듯 미세한 음 이탈도 찾기 어려웠다. 1막의 '난 누구?'에선 자아의 정체성을 찾는 강렬함이 관객의 귀를 내려치는 듯했다.
양준모가 주로 모범적 돌직구를 구사했다면 정성화는 다채로운 변화구를 과시했고, 양이 정규 도장을 다닌 무사라면 정은 강호를 주유하는 협객 같았다. 은 촛대를 훔친 장발장이 신부에게 용서받는 장면에서 양준모는 눈을 크게 치뜨고 허무한 표정을 짓지만, 정성화는 얼굴을 찡그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고통스러워한다. 난형난제(難兄難弟)의 형세인 가운데 가창력은 양준모, 연기력은 정성화에게 약간 더 점수를 줄 만했다.
장발장에 버금가는 주요 배역인 경찰관 자베르 역은 김우형과 김준현이 맡았다. 김우형이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적극적 자베르라면, 김준현은 유연하고 능글맞으며 위악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독창 '별'에선 오히려 김우형이 서정적이었고 김준현은 강렬했다. 김준현이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라면 김우형은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자베르였다.
명곡 '한때 꿈을 꾸었네'로 유명한 팡틴 역에는 2013년 런던에서 이 역을 맡았던 전나영이 투입돼 순수한 영혼이 상처 입는 듯한 절박한 슬픔을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반면 초연에 이어 이 역을 맡은 조정은은 감정의 완급 조절이 미흡했으며 노래를 부를 때 호흡도 자주 끊겼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내년 3월 6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02)547-5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