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06 23:37
국립극단 '시련'
"그건 내 이름이니까요! 내 평생에 다른 이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니까요! …내 영혼을 당신에게 넘겼으니 이름만은 남겨놓으시오."
3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연극은 폭발적인 반전(反轉)을 맞는다. 법정에서 악마로부터 지령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한 주인공 존 프락터는 마지막 순간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고 죽음을 선택한다. '온 영혼을 다해 외친다'는 원작 지문을 충실히 실현한 듯한 프락터 역 지현준의 열연이 펼쳐질 때, 무대 위 비탄(悲嘆)의 질량은 그대로 객석에 전이되는 듯했다.
3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연극은 폭발적인 반전(反轉)을 맞는다. 법정에서 악마로부터 지령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한 주인공 존 프락터는 마지막 순간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인간적인 존엄을 지키고 죽음을 선택한다. '온 영혼을 다해 외친다'는 원작 지문을 충실히 실현한 듯한 프락터 역 지현준의 열연이 펼쳐질 때, 무대 위 비탄(悲嘆)의 질량은 그대로 객석에 전이되는 듯했다.
지난주 개막한 국립극단의 '시련(The Crucible)'은 올해 연극계 마지막 걸작이 될 것 같다.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가 1953년에 쓴 희곡을 박정희가 연출한 이 작품은, '햄릿'(2013), '위대한 유산'(2014)에 이은 명동예술극장 '연말 대작 시리즈'다.
작품은 1692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마녀사냥 소동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밀러가 실제로 비판한 것은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이었다. 청교도 마을 세일럼에서 마을 소녀들이 벌인 악령을 부르는 장난이 마녀 재판으로 번지자 주민들은 해묵은 원한을 끄집어내며 서로 반목한다. 장난을 주도한 아비게일은 내연남이었던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고발하고, 법정에 선 프락터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할 처지가 된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호화로운 출연진. 24명의 배우 대부분이 웬만한 연극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연기파다. 댄포스 부지사 역의 이순재(이호성과 더블캐스트)는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돌직구처럼 소화하며 독선에 빠진 냉혹한 재판관의 모습을 극사실화로 그려냈다. 팜므 파탈(악녀)인 아비게일 역의 정운선은 연극 '유리 동물원'의 가냘픈 이미지를 벗어나 소름끼치는 광기를 표현해 냈다.
박정희의 연출은 이 문제작을 대단히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연극으로 재창조했다. 광란의 귀기(鬼氣)로 시작해 복수와 치정의 실타래를 풀어가더니, 법정 장면인 2막에선 개인을 옥죄는 권력의 공포를 그려냈다. 그 지옥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무책임한 집단적 폭력에 휩쓸리지 않는 인간의 신념이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여성 코러스는 좀 엉뚱했다.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작품은 1692년 매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마녀사냥 소동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밀러가 실제로 비판한 것은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이었다. 청교도 마을 세일럼에서 마을 소녀들이 벌인 악령을 부르는 장난이 마녀 재판으로 번지자 주민들은 해묵은 원한을 끄집어내며 서로 반목한다. 장난을 주도한 아비게일은 내연남이었던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고발하고, 법정에 선 프락터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할 처지가 된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호화로운 출연진. 24명의 배우 대부분이 웬만한 연극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하는 연기파다. 댄포스 부지사 역의 이순재(이호성과 더블캐스트)는 방대한 분량의 대사를 돌직구처럼 소화하며 독선에 빠진 냉혹한 재판관의 모습을 극사실화로 그려냈다. 팜므 파탈(악녀)인 아비게일 역의 정운선은 연극 '유리 동물원'의 가냘픈 이미지를 벗어나 소름끼치는 광기를 표현해 냈다.
박정희의 연출은 이 문제작을 대단히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연극으로 재창조했다. 광란의 귀기(鬼氣)로 시작해 복수와 치정의 실타래를 풀어가더니, 법정 장면인 2막에선 개인을 옥죄는 권력의 공포를 그려냈다. 그 지옥도에서 살아남는 것은 무책임한 집단적 폭력에 휩쓸리지 않는 인간의 신념이었다. 다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여성 코러스는 좀 엉뚱했다.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