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지구가 망한대요, 빨리 결혼부터 하세요"

입력 : 2015.11.27 00:55

지구 멸망 30일 전

먹고살기 힘들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된 세상, 결혼 정보회사 간부로 보이는 '미스터 큐'는 CEO로부터 한 달 안에 300% 이상의 실적을 올리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는 부모의 반대로 결혼을 포기하려는 커플을 맺어주려고 동분서주한다. 돌연 "30일 뒤 소행성 충돌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긴급 뉴스가 흘러나오고, 모두들 좌절에 빠진 가운데 미스터 큐는 "죽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마케팅을 벌인다. 더 이상 조건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혼하려는 젊은이들로 식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심포니나인 제공
/심포니나인 제공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한 신작 '지구 멸망 30일 전'(사진·성재준 작·연출)은 저예산 소극장 뮤지컬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벽면의 빌딩 그림 말고는 별다른 무대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배우 일곱 명이 쉴 새 없이 옷을 갈아입으며 등장인물 수십 명을 연기한다. '세상의 종말 앞에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독특하면서도 철학적인 설정과 '사랑 하나만 가지곤 결혼할 수 없다'는 세태를 꼬집는 비판적 요소가 적절한 유머 속에서 살아난다.

수시로 톡 쏘는 맛을 내다가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긴박감을 고조시키는 성재준의 연출은 솜씨가 좋았고, SF와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를 절묘하게 버무린 박성일의 음악은 깔끔했다.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극단 여행자의 황의정 등 배우들의 역량도 뛰어났다. 미스터 큐의 정체가 밝혀지는 기발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12월 3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공연 시간 90분,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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