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3편 중 1편은 꼭 보시라

입력 : 2015.11.20 03:00   |   수정 : 2015.11.20 04:22

[연극 秀作 삼파전]

조씨고아 - 긴장 넘치는 3시간
그 여자 - 손숙의 무대 장악력
맨 끝줄 소년 - 기묘한 현실+환상

(위 부터)국립극단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손숙 모노드라마 '그 여자'. 예술의전당 연극 '맨 끝줄 소년'. /국립극단 제공·극단 산울림 제공·예술의전당 제공

이번 주말, 이 세 편의 연극 중 최소한 하나는 꼭 챙겨볼 만하다.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극단 산울림의 '그 여자', 예술의전당의 '맨 끝줄 소년'이 동시에 공연 중이다. 이 3대 수작의 정립지세(鼎立之勢)는 이번 주까지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고전 비틀기의 귀재(鬼才)라 할 연출가 고선웅이 원(元)나라 기군상(紀君祥) 원작의 중국 고전을 탁월하게 '비틀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를 배경으로 필부 한 사람이 멸족의 참화에서 살아남은 고아를 구출해 자기 자식까지 희생시키며 복수와 정의를 완성한다는 줄거리다. '고선웅 스타일'을 잘 모른다면 손발이 오그라들 썰렁한 개그와 심각한 주제가 희한한 조화를 이뤘다. 원작에 없는 주인공의 아내를 비중 있게 등장시켜 천하의 의(義)와 가족애 중에서 무엇이 더 보편적인 가치인지 장대하면서도 아픈 어조로 묻는다. '복수의 부질없음'을 설파하는 결말이 무척 비장하다. 3시간 가깝게 높은 긴장을 유지하는 주연 하성광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다.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1644-2003


그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소설 '위기의 여자'를 오증자가 새로 쓰고 임영웅이 연출한 모노드라마로, 초연 16년 만에 손숙이 다시 무대에 섰다. 중년(원작의 40대를 10년쯤 높였다)의 주인공이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담담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등장한 손숙이 무대를 장악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담금질한 슬픔을 속으로 삼키는 듯 절제된 연기를 통해 배신감과 당황, 허탈함과 짜증, 인내와 비애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물 흐르듯 드러낸다. 그중엔 오히려 남편을 애처로워하는 감정의 역광(逆光)도 있다. "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라는 환상에 매달리다가 내 인생을 잃어버린 겁니다…." 마지막 장면의 이 대사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보였다. 12월 6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맨 끝줄 소년

"가장 좋은 자리야. 아무도 거기를 못 보는데 거기서는 모두를 보지." 늘 교실에서 '맨 끝줄'에 앉는 정체 모를 소년이 문학 시간에 낸 소설 같은 작문이 교사의 흥미를 끈다. 친구의 엄마에게 서서히 집착하는 글 내용이 무대에 펼쳐지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이야기는 점점 기묘해진다. 이 매력적이면서도 불온해 보이는 연극은 '문학과 예술은 과연 인간을 어떤 길로 이끄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원작을 연출가 김동현이 무대에 올렸다. 12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80-1300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