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파우스트' 연출가 존 듀]
"배경 장치 없이 빛만으로도 많은 이야기 풀어낼 수 있더라… 이번 작품, '남녀 동등' 메시지"
2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공연
그가 오는 25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파우스트'를 연출한다.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 창단 30주년 기념작이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파우스트'에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구노가 곡을 붙인 버전이 뼈대다. 공연 시간만 3시간이 넘고, 80인의 웅장한 합창이 들어가는 대작이다. 이건용 단장은 "존 듀가 연출한 오페라는 재미있지만 보고 나면 깊이 생각할 거리가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점심은 샌드위치 한 쪽과 커피가 전부다. 그는 절대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출연자들의 노래와 연기를 유심히 보면서 궁금한 점을 묻고 그들의 의견을 연출에 반영한다. 그래서 30년 넘게 해온 작품이지만 나오는 결은 늘 바뀐다.
"30년 전 무대와 지금을 비교하면 연출이 단순해졌어요. 훨씬 더 적은 수단을 가지고 한결 더 풍성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그는 "오페라를 연출하면서 배경 장치가 없어도 빛(조명)만 있으면 얼마든지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하이쿠(俳句·일본의 짧은 전통시)를 즐겨 지어요. 한정된 16마디 안에 생각을 줄여 넣다 보면 복잡했던 문제가 놀랍도록 단순해져요. 삶과 연출의 공통된 본질은 '축약'이니까요."
오페라 '파우스트'는 세상의 온갖 학문을 탐구하고도 아는 게 없다며 허무해하는 노년의 파우스트에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영혼을 주면 젊음을 주겠노라 속삭이는 장면에서 열린다. 노(老)학자는 악마가 건넨 마법의 음료를 들이켜곤 귀족 청년이 되어 소녀 마르그리트를 임신시키지만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파우스트에게 버림받은 마르그리트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제 손으로 죽인다. 뒤늦게 정신 차린 파우스트가 그녀를 감옥에서 빼내려 하지만 자신의 오빠를 죽인 파우스트를 마르그리트는 용서치 못하고 숨을 거둔다.
듀가 말했다. "저도 남자이지만, 남자는 뇌가 사타구니에 달려 있어요(웃음). 본능인 성욕을 어쩌지 못해 상대를 무시하고 무너뜨리죠. 남녀는 동등하고, 그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이 오페라엔 깔려 있어요."
그는 등장인물 중 "메피스토펠레스에게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독일 속담 중에 '악마가 부르는 노래가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매력적인 그를 저는 공포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내려 해요." 파우스트 역엔 젊은 테너, 메피스토펠레스 역엔 연기 잘하는 베이스를 캐스팅해달라고 일부러 부탁했다. 그는 "늙은 파우스트가 악마에게 요구하는 건 부(富)도 권력도 아닌 젊음이라 그 젊음을 나이 든 배우로 그려낼 순 없다"며 "각각의 캐릭터가 또렷하게 살아 있는 오페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파우스트(FAUST)=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7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