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성의 미학, 연극 '맨 끝줄 소년'

입력 : 2015.11.11 09:34
1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맨 끝줄 소년'은 무대 사용이 탁월하다. 250석짜리 이 극장의 무대는 객석 규모에 비해 공간감이 깊고 층고가 높다. 객석과 거의 붙어있다시피해 배우와 관객이 느끼는 밀도감 역시 빽빽하다.

'맨 끝줄 소년'은 테이블 네개와 의자 몇 개의 미니멀함으로, 이 공간을 물리적으로 비우는 대신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 극의 분위기로 긴장감을 팽팽하게 불어넣는다.

고등학교, 문학교사 헤르만의 집, 교실 맨 끝줄에 앉아 있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관찰 대상이 되는 라파의 집, 헤르만의 아내가 일하는 미노타우루스 갤러리 등을 모두 오가며 배우들의 물리적인 동선뿐 아니라 심리적인 동선도 관객들이 좇게 만든다.

특기할 만한 점은 라파의 집 복도 등으로 사용되는 메인 무대의 뒤편, 투명막으로 쳐진 또 다른 무대다. 무대 속 또 다른 공간으로 작용하는 그곳은 클라우디오가 라파의 집을 훔쳐보는 시선, 등장인물들의 고독 등을 대변하는 장소다.

이런 형식적인 연극성은 '맨 끝줄 소년'의 내용적인 연극성에게도 가닿는다. 작가의 꿈을 품고 있던 헤르만이 작문 과제를 채점하던 중 항상 조용히 '맨 끝줄'에 앉는 소년 클라우디오의 과제물에서 희망을 보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진짜과 가짜, 현실과 가상으로 채워진 무대처럼 이야기 역시 혼재된다.

소설 같은 클라우디오의 과제물에는 같은 반 친구인 라파의 가족에 대한 수상하고 위험한 욕망이 담겨있다. 특히 라파의 엄마에 대한 욕망이다. 클라우디오는 라파의 엄마에 대한 욕망인지, 더 매력적인 소설을 쓰기 위한 글쓰기에 대한 욕심인지 분간하기 힘든 '위험한 상상' 또는 현실을 펼쳐나간다. 헤르만은 이런 클라우디오의 글쓰기를 멈추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긴장감이 차곡차곡 쌓여나간다.

스페인 최고의 현대 극작가로 통하는 후안 마요르가(50)의 작품으로 그의 작품을 수차례 한국 무대에 올린 극단 코끼리만보의 김동현(50) 연출이 이번에도 초연했다. 수학과 철학을 공부한 마요르가답게 수학처럼 정확한 틀 안에서 여러 사유를 담아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저마다 답안을 찾느라 분주할 수밖에 없다.

라파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가 취약한 수학을 이용한 클라우디오는 '수학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헤르만이 그토록 배제시키고자 한, 의식 묘사의 새 장을 연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혼돈이 그 위에 맞물리며 계획대로 안 되는 인생에 대한 비유와 절제할 수 없는 인간 욕망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다. 구획되지 않는 감정을 분할이 가능한 무대 위에서 여러 갈래로 펼쳐놓는 연극성에 엄지를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박윤희(48)의 헤르만은 지적인 면모의 이면에 깃든 빈약에 욕망에 허덕이고, 전박찬의 클라우디오는 순수한 얼굴에 집요함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역시 마요르가의 원작을 기반으로 영화감독 프랑수아 오종(48)이 영화로 옮겨 2013년 국내 개봉한 '인 더 하우스'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오종의 관음증적 특징이 스릴러적으로 가미된 영화는 좀 더 관능적이다. 특히 라파 엄마의 관능미가 부각됐다. 연극에서 이 지점이 도드라지지 않는 점이 다소 아쉬운데, 대신 영화에서는 배제된 라파의 철학적인 면모 등 조금 더 고민할 거리를 던진다.

예술의전당 제작 공연 시리즈 중 'SAC 큐브 2015'의 하나다. 12월3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출연 박윤희, 전박찬, 백익남, 김현영, 염혜란. 1만~5만원.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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