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ART] 사진 아닙니다, '앱'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입력 : 2015.11.03 03:00

[태블릿 PC로 작업하는 작가들]

붓·물감 등 복잡한 미술재료 대신 앱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림 그려
작업 간편하고 공유 쉬워 대중화

영국의 팝아트를 이끈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78). 2009년 그에겐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이른바 '아이패드 작가'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패드 드로잉' 작업 덕분에 얻은 수식어다. 호크니는 "매일 아침 창문 밖에 피어 있는 꽃을 아이패드로 그려서 20여 명의 친구에게 작품 사진을 전송한다"고 했다.

IT 발전이 미술 풍경도 바꾸고 있다.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면서 미술 작가들이 무거운 화구를 들고 다녀야 하는 '숙명'에서 벗어나게 된 것. 스마트 기기로 그림을 그리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다. 매번 비싼 미술용품을 사기 위해 거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퇴근길에 바라본 노을을 앉은 자리에서 바로 그림으로 옮길 수도 있다. 과거엔 혼자만의 습작으로 그칠 때가 많았지만 이젠 그림을 그린 뒤 인터넷에 올려 간편하게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호크니는 떠오르는 영감을 바로 그릴 수 있도록 아이패드 전용 주머니가 있는 윗옷을 입고 다니며 드로잉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2012년 런던 로열 아카데미 전시에 이어 작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드 영 미술관'에서도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들을 선보였다. 영국 작가 카일 램버트(28)는 스마트 기기에 사람들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미국 배우 모건 프리먼의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을 담은 그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돌파하기도 했다. 도시 풍경을 주로 그리는 서용선 작가도 최근 아이패드로 드로잉을 즐긴다.

다음 달 1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디지펀 아트: 도시 풍경' 전엔 '모바일 아티스트'로 불리는 작가와 일반 시민의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해외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작가도 있지만, 취미로 꾸준히 작업을 해온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홍규 교수(연세대 도시공학과)는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스마트폰으로 작업을 해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용철 작가는 직접 촬영한 사진 위에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또 다른 나무와 새를 그렸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김용철 작가는 직접 촬영한 사진 위에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또 다른 나무와 새를 그렸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미국 작가 제러미 서튼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이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스마트 기기로 하는 드로잉 워크숍을 마쳤다. 모바일 아티스트로 유명한 미국 작가 데이비드 카산(33)은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것처럼, 화방(畵房)에 가서 일일이 재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태블릿 그림'은 앞으로 더 대중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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