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무용의 향연, 믹스·투오넬라의 백조·차진엽 & 빠키·비잉 더 베스트

입력 : 2015.10.27 11:33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무용 공연들이 23~25일 쏟아져 나왔다. 브라질의 역동성, 핀란드의 서정성, 한국의 실험성이 돋보였다. 그리고 40년 발레 인생을 마감하는 50대 발레리나가 공중을 날았다.

◇근육의 풍경, 데보라 콜커 무용단 '믹스'

환한 미소가 브라질의 열정을 빼닮은 안무가 데보라 콜커(55)의 '믹스'(23~24일 LG아트센터)는 역동성이 돋보였다. 현대무용과 발레, 그 어느 장르로 구분하기 힘든 그녀의 춤을 소화하는 무용수들은 춤을 추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그 어느 사람보다 근육이 더 꿈틀댔다.

10대 때 배구 선수로 활약한 콜커는 운동의 기본 원리, 중력을 이겨내려는 듯 솟구치는 동작을 사용한 안무가 인상적인데 '믹스' 2부의 '등반'이 특히 그랬다. 6.6m 높이의 벽에서 암벽타기를 연상시키는 동작들을 안전장치도 없이 오르내리며 구현하는 무용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용이 '최고의 신성한 예술노동'으로 여겨진다.

◇몸은 시적 언어, 안성수 픽업그룹 × WHS '투오넬라의 백조'

한국의 안성수 픽업그룹과 핀란드 WHS가 협업한 '투오넬라의 백조'(23~2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시벨리우스의 서정성을 몸의 시(詩)적 언어로 승화시킨다. 특히 긴 하얀 배경과 같은 검은색 옷을 입고 팔꿈치까지 뒤덮는 긴 흰색 장갑을 낀 여성 무용수 세 명이 팔 등을 이용해 만든 백조의 몸짓, 날갯짓이 환상을 자극했다.

시벨리우스의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에 나오는 영웅 '레민카이넨'의 이야기를 다룬 교향시집 '네 개의 전설' 중 세 번째 곡인 '투오넬라의 백조'를 기본으로 하고 시벨리우스의 피아노·첼로 곡을 모티브로 새롭게 작곡된 곡들은 우아함과 서늘함이 깃든 몽환성을 뽐냈다.

◇빨려드는 춤과 영상의 화려한 패턴, 차진엽 & 빠키 '2015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의 제작 공연인 '제5회 솔로이스트-여무(女舞)'(23~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걸출한 여성 무용수들이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한 무대를 선보였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시각예술가 빠키(37·빠빠빠탐구소 대표)와 몽환적인 공연 '리버런: 달리는 강의 현기증'을 펼친 현대무용가 차진엽(37)이었다. 두 동갑내기 예술가는 아일랜드 출신의 실험적인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에서 모티브를 따온, 20분 남짓한 공연에서 반복되는 영상 패턴과 순환하는 무용 동작으로 빨려들 듯한 시각 쾌감을 선사한다.

무대 천장 한 가운데를 도는 미러볼, 볼록 거울,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기계장치로 구현한 장면은 우주의 어느 행성을 연상케하는 시각예술의 화룡점정이었고, 10여명이 붉은 색 통통말을 타고 무대 위를 '통통'거리는 모습은 패턴의 물리적이고 유희적인 변형이었다.

◇공중을 난 50대 발레리나, 서울발레시어터 '비잉 더 베스트'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창단 20주년 기념 페스티벌 '브라보 SBT'의 피날레인 '스페셜 갈라 & 비잉(BEING) 더 베스트'(22~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앞선 세 공연이 지닌 의미 '처음'과 달리 마무리를 위한 자리였다.
1995년 국내 최초의 민간직업발레단으로 깃발을 올린 SBT를 남편인 제임스 전(56·전상헌) 예술감독과 함께 이끌어온 김인희(52) 단장이 현역 무대를 공식적으로 마감하는 자리다.

제임스 전 안무로 1995년 초연 당시 연기한 '비잉'의 '에인절' 역을 다시 맡아 마지막 장면에서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녔다. 2005년 '작은 기다림'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선 그녀는 커튼콜 때 환한 웃음을 지은 채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무용수들의 격렬함 속에 오도카니 혼자 우아했는데, 그 모습이 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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