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2 09:48
지난해 한국에서 인기를 끈 미국 사진가 조던 매터(50)의 사진집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은 주변의 움직임을 사진을 통해 춤으로 응축한다. 지하철역, 횡단보도, 술집, 도서관 등 삶의 현장을무용수들이 춤추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브라질의 문화 아이콘으로 통하는 세계적인 안무가 데보라 콜커(55)는 좀 더 입체적이다. 역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이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무대 위의 춤으로 승화시킨다.
콜커가 자신의 무용단 '데보라 콜거 무용단'을 이끌고 왔다. 명성에 비해 첫 내한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콜커는 "일상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눈을 빛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어떻게든 춤과 연결 지어 만들어낼 지에 대해 고민한다. 개인적인 삶과 일하는 삶이 같다고 보면 된다. 가족은 아들이 둘이고 손자가 있다. 개도 많이 키운다. 그 가족마저 일하고 연관시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웃음)"
이번에 소개되는 '믹스(Mix)'는 1996년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초연됐다. 2001년 그녀에게 브라질인으로서는 최초로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초기작인 '볼케이노(Volcão)'와 '벨룩스(Velox)'를 합쳤다. 일상의 모든 것을 춤의 소재로 차용해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재능이 잘 나타난다.
공연의 시작, 무대 뒷면에는 남녀의 누드 사진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1부가 시작된다. 패션쇼 런웨이의 우아함과 이면에 감춰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패러디한 '패션쇼'와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스톤스, 도나 서머 등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세계의 러브 송이 흐르는 가운데 남녀의 사랑을 23개 파드되(2인무)로 선보이는 '열정'(Passion)이 압권이다.
2부는 거대한 바람개비를 배경으로 몸의 회전을 탐험하는 '일상'(Quotidian), 수직으로 세워진 6.6m의 무대에서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익스트림 스포츠와 무용의 경계에서 몸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포착해내는 '등반'(Mountaineering)이 하이라이트다. "'볼케이노'는 1994년,' 벨룩스'는 1995년 작품이다. 작품들이 만들어진 직후 프랑스 PD가 이 두 작품을 다 마음에 들어 해 한 번에 프랑스에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난 두 개가 다른 작품이라며 반대를 했다. 하나만 가져갔으면 했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두 개를 합치는 것도 흥미로울 듯했다. 그래서 이것을 합쳐서 '믹스'라고 지었다. 몇 가지를 혼합하면서 새로운 작품이 됐다."
1막 '볼케이노'는 감정, 2막 '벨룩스'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많은 것을 표현하려 했다. 기계, 패션쇼 런웨이뿐 아니라 일상이나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아이러리한 면과 재미있는 면도 찾으려고 한다. 무대에서는 사랑이 아닌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일상이나 직업을 많이 표현하고 있다. '믹스'는 사람의 움직임으로써 춤으로써 나의 일상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특히 흥미운 지점은 "1993년부터 기획했던 작품인데 지금까지 이 작품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신기하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콜커는 브라질에서 22년간 무용단을 이끌고 12년 간 무용학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두 가지는 중요하다. 무용단은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학교는 이 모든 것의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세계에서 400만명이 본 태양의서커스 '오보'(Ovo·'달걀'의 포르투갈어)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400억원이 들어간 대작으로 2009년 캐나다 초연 이후 북아메리카 15개 도시와 일본, 호주 등지에서 40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태양의서커스 사상 첫 여성 안무가로 발탁된 그녀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자신 만의 무대 언어로 완벽하게 풀어냈다.
"'오보'는 예를 들어 개미 같은 작품이다. 벌레들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것을 어떻게 춤으로 표혈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
태양의서커스가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태양의서커스 측에서는 '생태계의 다양성'이란 테마만 줬다. 나머지를 다 만들었다. 벌레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개미 , 메뚜기, 무당벌레 무리를 생각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벌레가 나타난다. 그 벌레에게는 알이 있었다. 한국사람의 상황에 비유하면, 외국인이 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주제일 수 있겠지."
작품에 열정과 흥이 넘친다. 삼바와 축구로 대변되는 '열정의 나라' 브라질 사람의 이미지도 그렇다. 전날 한국에 와 시차로 피곤해 연신 기지개를 힘껏 켜면서도 콜커는 내내 밝은 얼굴로 마주했다.
브라질 출신이라는 점이 작품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지 묻자 "브라질 사람이라서 그렇게 만들기보다는 나를 그냥 표현해서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브라질'하면 카니발과 삼바만 생각하는데, 물론 한국 사람들보다 활발할 수 있지만 그 안의 여러 감정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 두가지로만 안 봤으면 한다."
무엇보다 "생각과 아이디어, 콘셉트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열정과 에너지가 주지만 그 안에는 현대무용처럼 아주 중요한 요소가 들어가 있다. 특히 움직임과 공간의 연관성을 살핀다. 춤이 몸에서 나오지만 아이디어를 통해 좀 더 새로운 것을 표현하려 한다. 그런 것이 모아짐으로써 에너지와 열정이 표현되고 있다. 가끔 내 작품에 우울하고 어두운 면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내 성격은 그렇지 않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독특한 무대미술과 서커스를 방불케하는 극한의 안무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다이내믹하고 리드미컬한 것이 특징이다. 유년시절 10여 년 이상 피아노와 발레를 배웠고, 10대에는 배구선수로 활약하는 등 일찌감치 에너지를 습득한 것이 자연스레 녹아들어간 셈이다.
"이력이 독특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쾌활하게 웃었다. "아시다시피 나는 계속 무용만 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무용을 하는 사람임에도 다른 세계를 맛봐야 하는 일들이 많다. 심리학을 공부한 이유 중 하나도 내 작품에 큰 영향이 있을 것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구 선수를 하며 에너지를 내는 법과 이기고 싶은 욕망을 많이 배웠다. 배운 것 중 제일 중요한 건 세상에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거다. 목표가 있고 선정을 잘 하면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피아노 역시 꽤 오래 쳤다며 한국에 다음에 오게 되면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인 '4X4'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브라질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이 작품에서는 그녀가 모차르트 소나타를 직접 연주한다. "예전에는 춤까지 함께 췄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서서) 모르겠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올림픽 개막식의 안무가로 선정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화 등에 기반한 다른 예술감독 세 명과 지난해부터 협업하고 있다. "네 사람이 다른 걸 각자 맡기보다는 모든 걸 함께 생각하고 관리 중이다. 다만 나머지 분들은 영화감독이어서 영상과 관련한 부분을 맡고 나는 무대를 책임지고 있다."
예산이 줄어 연출하기가 힘들지는 않을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꼭 예산을 줄여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렵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올해 열린 브라질 월드컵의 개폐막식 연출이 월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봤을 때도 월드컵 때는 창피할 정도로 별로였다"고 인정했다. "나는 관련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웃음) 브라질 사람들도 스스로 먹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거다. 아마 그 영향으로 (개막 경기 때 브라질이 독일에) 7대 1로 지지 않았을까. 하하."
브라질 개막식 연출 콘셉트는 아직 비밀이라 알릴 수 없다면서 "이번에 '믹스'를 본 뒤 개막식을 보면 '데보라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믹스'를 통해 움직임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다는 콜커는 "안무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몸으로 감성과 느낌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춤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즉 대중성을 중시하는 그녀이지만, 종종 현대무용으로 장르가 분류되기도 한다. 현대무용은 그러나 어렵다는 인식으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콜커는 자신을 현대무용가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처음에 관객을 생각해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다. 현대무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물론 대중이 중요하다. 하지만 얼마만큼 관객이 오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다르다는 걸 아는 분들이 와서 봤으면 한다. 그 관객들과는 내 작품을 보면서 (말이 아닌) 눈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대무용이 아닌 춤,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싶다. 나 역시 혼란이 있을 때가 있다. 발레도 아니고 현대무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춤을 추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23일 오후 8시·24일 오후 4시. 러닝타임 85분(휴식 1회 포함). 3만~7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브라질의 문화 아이콘으로 통하는 세계적인 안무가 데보라 콜커(55)는 좀 더 입체적이다. 역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움직임이지만,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무대 위의 춤으로 승화시킨다.
콜커가 자신의 무용단 '데보라 콜거 무용단'을 이끌고 왔다. 명성에 비해 첫 내한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콜커는 "일상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눈을 빛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어떻게든 춤과 연결 지어 만들어낼 지에 대해 고민한다. 개인적인 삶과 일하는 삶이 같다고 보면 된다. 가족은 아들이 둘이고 손자가 있다. 개도 많이 키운다. 그 가족마저 일하고 연관시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지 고민한다. (웃음)"
이번에 소개되는 '믹스(Mix)'는 1996년 리옹 댄스 비엔날레에서 초연됐다. 2001년 그녀에게 브라질인으로서는 최초로 영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초기작인 '볼케이노(Volcão)'와 '벨룩스(Velox)'를 합쳤다. 일상의 모든 것을 춤의 소재로 차용해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재능이 잘 나타난다.
공연의 시작, 무대 뒷면에는 남녀의 누드 사진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1부가 시작된다. 패션쇼 런웨이의 우아함과 이면에 감춰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패러디한 '패션쇼'와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스톤스, 도나 서머 등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세계의 러브 송이 흐르는 가운데 남녀의 사랑을 23개 파드되(2인무)로 선보이는 '열정'(Passion)이 압권이다.
2부는 거대한 바람개비를 배경으로 몸의 회전을 탐험하는 '일상'(Quotidian), 수직으로 세워진 6.6m의 무대에서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익스트림 스포츠와 무용의 경계에서 몸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포착해내는 '등반'(Mountaineering)이 하이라이트다. "'볼케이노'는 1994년,' 벨룩스'는 1995년 작품이다. 작품들이 만들어진 직후 프랑스 PD가 이 두 작품을 다 마음에 들어 해 한 번에 프랑스에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난 두 개가 다른 작품이라며 반대를 했다. 하나만 가져갔으면 했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두 개를 합치는 것도 흥미로울 듯했다. 그래서 이것을 합쳐서 '믹스'라고 지었다. 몇 가지를 혼합하면서 새로운 작품이 됐다."
1막 '볼케이노'는 감정, 2막 '벨룩스'는 에너지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많은 것을 표현하려 했다. 기계, 패션쇼 런웨이뿐 아니라 일상이나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아이러리한 면과 재미있는 면도 찾으려고 한다. 무대에서는 사랑이 아닌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일상이나 직업을 많이 표현하고 있다. '믹스'는 사람의 움직임으로써 춤으로써 나의 일상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특히 흥미운 지점은 "1993년부터 기획했던 작품인데 지금까지 이 작품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 신기하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콜커는 브라질에서 22년간 무용단을 이끌고 12년 간 무용학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두 가지는 중요하다. 무용단은 경험하고 도전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학교는 이 모든 것의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세계에서 400만명이 본 태양의서커스 '오보'(Ovo·'달걀'의 포르투갈어) 연출가로도 유명하다. 400억원이 들어간 대작으로 2009년 캐나다 초연 이후 북아메리카 15개 도시와 일본, 호주 등지에서 40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태양의서커스 사상 첫 여성 안무가로 발탁된 그녀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표현해달라는 주문을 자신 만의 무대 언어로 완벽하게 풀어냈다.
"'오보'는 예를 들어 개미 같은 작품이다. 벌레들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것을 어떻게 춤으로 표혈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
태양의서커스가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 방식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태양의서커스 측에서는 '생태계의 다양성'이란 테마만 줬다. 나머지를 다 만들었다. 벌레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개미 , 메뚜기, 무당벌레 무리를 생각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벌레가 나타난다. 그 벌레에게는 알이 있었다. 한국사람의 상황에 비유하면, 외국인이 왔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주제일 수 있겠지."
작품에 열정과 흥이 넘친다. 삼바와 축구로 대변되는 '열정의 나라' 브라질 사람의 이미지도 그렇다. 전날 한국에 와 시차로 피곤해 연신 기지개를 힘껏 켜면서도 콜커는 내내 밝은 얼굴로 마주했다.
브라질 출신이라는 점이 작품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지 묻자 "브라질 사람이라서 그렇게 만들기보다는 나를 그냥 표현해서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브라질'하면 카니발과 삼바만 생각하는데, 물론 한국 사람들보다 활발할 수 있지만 그 안의 여러 감정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 두가지로만 안 봤으면 한다."
무엇보다 "생각과 아이디어, 콘셉트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열정과 에너지가 주지만 그 안에는 현대무용처럼 아주 중요한 요소가 들어가 있다. 특히 움직임과 공간의 연관성을 살핀다. 춤이 몸에서 나오지만 아이디어를 통해 좀 더 새로운 것을 표현하려 한다. 그런 것이 모아짐으로써 에너지와 열정이 표현되고 있다. 가끔 내 작품에 우울하고 어두운 면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내 성격은 그렇지 않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독특한 무대미술과 서커스를 방불케하는 극한의 안무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 다이내믹하고 리드미컬한 것이 특징이다. 유년시절 10여 년 이상 피아노와 발레를 배웠고, 10대에는 배구선수로 활약하는 등 일찌감치 에너지를 습득한 것이 자연스레 녹아들어간 셈이다.
"이력이 독특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쾌활하게 웃었다. "아시다시피 나는 계속 무용만 한 사람이 아니다. 지금은 무용을 하는 사람임에도 다른 세계를 맛봐야 하는 일들이 많다. 심리학을 공부한 이유 중 하나도 내 작품에 큰 영향이 있을 것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구 선수를 하며 에너지를 내는 법과 이기고 싶은 욕망을 많이 배웠다. 배운 것 중 제일 중요한 건 세상에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거다. 목표가 있고 선정을 잘 하면 도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피아노 역시 꽤 오래 쳤다며 한국에 다음에 오게 되면 자신의 또 다른 작품인 '4X4'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브라질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이 작품에서는 그녀가 모차르트 소나타를 직접 연주한다. "예전에는 춤까지 함께 췄는데 이제는 (세월이 흘러서서) 모르겠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릴 올림픽 개막식의 안무가로 선정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화 등에 기반한 다른 예술감독 세 명과 지난해부터 협업하고 있다. "네 사람이 다른 걸 각자 맡기보다는 모든 걸 함께 생각하고 관리 중이다. 다만 나머지 분들은 영화감독이어서 영상과 관련한 부분을 맡고 나는 무대를 책임지고 있다."
예산이 줄어 연출하기가 힘들지는 않을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꼭 예산을 줄여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누구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이냐.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렵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올해 열린 브라질 월드컵의 개폐막식 연출이 월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봤을 때도 월드컵 때는 창피할 정도로 별로였다"고 인정했다. "나는 관련이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웃음) 브라질 사람들도 스스로 먹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거다. 아마 그 영향으로 (개막 경기 때 브라질이 독일에) 7대 1로 지지 않았을까. 하하."
브라질 개막식 연출 콘셉트는 아직 비밀이라 알릴 수 없다면서 "이번에 '믹스'를 본 뒤 개막식을 보면 '데보라의 작품'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워했다.
'믹스'를 통해 움직임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다는 콜커는 "안무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몸으로 감성과 느낌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춤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 즉 대중성을 중시하는 그녀이지만, 종종 현대무용으로 장르가 분류되기도 한다. 현대무용은 그러나 어렵다는 인식으로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콜커는 자신을 현대무용가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처음에 관객을 생각해서 작품을 만든 것이 아니다. 현대무용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물론 대중이 중요하다. 하지만 얼마만큼 관객이 오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다르다는 걸 아는 분들이 와서 봤으면 한다. 그 관객들과는 내 작품을 보면서 (말이 아닌) 눈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대무용이 아닌 춤,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싶다. 나 역시 혼란이 있을 때가 있다. 발레도 아니고 현대무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저 춤을 추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23일 오후 8시·24일 오후 4시. 러닝타임 85분(휴식 1회 포함). 3만~7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