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6 11:24
젊은 연극인들에게 대학로는 전쟁터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 하나 올리기 쉽지 않다.
신진 연출가인 김정(31)·윤혜숙(30)·송정안(31)은 이 전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굳이 품을 들여 어둠컴컴한 극장을 찾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볼거리가 넘치는 시대이건만 연극은 이들의 생존 무기다.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김 연출은 "아무리 무겁고 진지한 질문이더라도 진정으로 같이 나누려는 의도가 있다면 관객들 역시 진지하게 보고 토론을 하더라. 거기서 희망을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극단 물리 소속인 김 연출은 올해 3월 이 극단의 14번째 작품으로 그로테스크한 서정성을 뽐낸 '베르나다 알바의 집'으로 데뷔했다.
윤 연출과 송 연출 역시 각자의 고민 속에서 올해와 지난해 연극계의 눈도장을 받았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연출부인 윤 연출은 예술위의 차세대예술인력집중육성지원(AYAF) 2014 연극분야에 선정돼 '작은문공장'을 올해 1월 연출했다. 그녀는 "극단 사람들이 1000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소극장에서 하루에 네 번씩 죽을 때까지 공연을 해도 못 모을 숫자라고 자조 섞인 말도 하지만 중요한 건 작품을 어떤 마음으로 만드냐는 것"이라며 긍정했다.
프리랜서로 활약 중인 송 연출은 지난해 무대 공간에 대한 실험성이 돋보인 '수탉들의 싸움-콕(COCK)'을 통해 메인 연출가로 데뷔했다. 다만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도 연극을 포함해 바깥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팍팍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쉽다. 그녀는 "내가 처한 삶과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여유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여유가 있어야 극장을 찾을 수 있을 텐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대학로에서 힘들게 투쟁하는 사람들과 대학로를 즐기는 사람들이 충돌하는 공간의 기운이 바깥으로 노출되면 다른 효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들의 고민과 가능성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의 주말 도심 야외공연 시리즈 '공원은 공연중'의 '팝업 시어터'(17~18일·24~25일 대학로 곳곳)다.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지만 관객을 좀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팝업창처럼 돌발적으로 펼쳐지는 공연이다.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대학로 곳곳에서 게릴라 형식의 무대를 선보인다.
김 연출은 17~18일 대학로예술극장 1층 시어터카페에서 '이 아이', 윤 연출 역시 24~25일 시어터카페에서 '후시기나 포켓또'(소중한 주머니), 송 연출은 24~25일 아르코 앞마당에서 '불신의 힘'을 공연한다. 김 연출은 "연출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데 기쁘다"면서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프랑스 극작가 조엘 폼므라의 '이 아이' 중 9장을 골랐다. 시체 안치소에서 아들을 확인하는 부인과 그를 위로하는 이웃여자의 이야기다. "개인의 불행이 입장 차이에 따라 어떻게 뒤집힐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렬함을 안겨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을 공연하는 카페의 일상성을 뒤집어서 불쾌감을 주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싶다"고 바랐다.
윤 연출은 열달프로젝트팀인 'BnTMP'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중'이라는 주제로 매월 다른 장소에서 이벤트, 퍼포먼스, 해프닝, 극, 스크리닝 등의 형식으로 관객을 만나는데 이번이 3번째 공연이다. 창작극으로 한 사람의 자서전에 소개된 일화 중 '주머니'에 얽힌 내용들을 짤막한 극으로 구성했다. 낭독 형식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도 함께 한다. "글을 읽는 배우도 보는 관객도 정확히 같이 만나는 순간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며 "카페 자체가 극장이 됐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송 연출 작품의 주인공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전도사다. 미국 교포이자 배우 출신인 그는 귀국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공연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설정이기는 해도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서 공연을 해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데, 탈극장이지만 공연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부담일 수 있어 선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멀게 소속 한태숙 연출의 극단 물리에서 7년 간 조연출을 맡은 김 연출은 "연극을 전공하지 않은 내게 이곳은 학교와 같다"고 말했다.
부새롬 연출이 이끌고 있는 극단 달나라동백꽃에 속한 윤 연출은 "같이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1년에 한번씩 다 같이 모여 김장도 한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하고 또 누군가는 욕하고 싸우기도 하고 또 그렇게 튕겨져나갈 때마다 서로 붙잡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올 수 있는 곳이 극단"이라며 즐거워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송 연출은 극단을 만들고 싶다. "연출자로서 섭외를 당해서 공연을 하다보면 마음대로 쉽게 이야기를 못 해서 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들 세 연출가는 팝업시어터 같은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창작 갈망의 숨통을 튼다고 입을 모았다.
"막 시작하는 연출가와 배우들은 빈 공간이랑 관객만 있으면 뭐든 하고 싶은 거다. 작은 프로젝트이고 단발성이라도 제공되는 타이틀만 있으며 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김정)
"올해 1월 데뷔한 뒤 첫 작품이 이번 공연이다.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했지만 정식 연출로는 공백이 9개월 동안 있었다. 자본과 공간이 없어도 일상적으로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윤혜숙)
송 연출은 팝업시어터에 참여한다고 주변에 알리자 "어떻게 연락이 왔고, 어떻게 참여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동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젊은 연극인들은 어떻게 시작을 해야하는지를 잘 몰라서 이런 기회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의 저변이 더 넓어져 동료들이 내재된 것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다양화됐으면 한다."
한편, 공연예술센터가 '2014 마로니에 여름축제'에서 처음 선보여 호평 받은 팝업시어터에는 이들 세 연출가를 비롯해 총 11개팀이 참여한다. 무용가 밝넝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도 공간에 맞는 작품을 선보인다. 창작국악그룹 아나야, 브라스밴드 퍼니밴드, 클래식 그룹 더 콰르텟도 나온다. www.koreapac.kr 02-3668-0007
신진 연출가인 김정(31)·윤혜숙(30)·송정안(31)은 이 전장에서 분투하고 있다. 굳이 품을 들여 어둠컴컴한 극장을 찾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볼거리가 넘치는 시대이건만 연극은 이들의 생존 무기다.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김 연출은 "아무리 무겁고 진지한 질문이더라도 진정으로 같이 나누려는 의도가 있다면 관객들 역시 진지하게 보고 토론을 하더라. 거기서 희망을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극단 물리 소속인 김 연출은 올해 3월 이 극단의 14번째 작품으로 그로테스크한 서정성을 뽐낸 '베르나다 알바의 집'으로 데뷔했다.
윤 연출과 송 연출 역시 각자의 고민 속에서 올해와 지난해 연극계의 눈도장을 받았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연출부인 윤 연출은 예술위의 차세대예술인력집중육성지원(AYAF) 2014 연극분야에 선정돼 '작은문공장'을 올해 1월 연출했다. 그녀는 "극단 사람들이 1000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가 소극장에서 하루에 네 번씩 죽을 때까지 공연을 해도 못 모을 숫자라고 자조 섞인 말도 하지만 중요한 건 작품을 어떤 마음으로 만드냐는 것"이라며 긍정했다.
프리랜서로 활약 중인 송 연출은 지난해 무대 공간에 대한 실험성이 돋보인 '수탉들의 싸움-콕(COCK)'을 통해 메인 연출가로 데뷔했다. 다만 기쁨을 누리는 순간에도 연극을 포함해 바깥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팍팍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쉽다. 그녀는 "내가 처한 삶과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는 여유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여유가 있어야 극장을 찾을 수 있을 텐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대학로에서 힘들게 투쟁하는 사람들과 대학로를 즐기는 사람들이 충돌하는 공간의 기운이 바깥으로 노출되면 다른 효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들의 고민과 가능성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의 주말 도심 야외공연 시리즈 '공원은 공연중'의 '팝업 시어터'(17~18일·24~25일 대학로 곳곳)다.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지만 관객을 좀더 수월하게 만날 수 있다. 팝업창처럼 돌발적으로 펼쳐지는 공연이다. '어느 곳이든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대학로 곳곳에서 게릴라 형식의 무대를 선보인다.
김 연출은 17~18일 대학로예술극장 1층 시어터카페에서 '이 아이', 윤 연출 역시 24~25일 시어터카페에서 '후시기나 포켓또'(소중한 주머니), 송 연출은 24~25일 아르코 앞마당에서 '불신의 힘'을 공연한다. 김 연출은 "연출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데 기쁘다"면서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프랑스 극작가 조엘 폼므라의 '이 아이' 중 9장을 골랐다. 시체 안치소에서 아들을 확인하는 부인과 그를 위로하는 이웃여자의 이야기다. "개인의 불행이 입장 차이에 따라 어떻게 뒤집힐 수 있는지에 대한 강렬함을 안겨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을 공연하는 카페의 일상성을 뒤집어서 불쾌감을 주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싶다"고 바랐다.
윤 연출은 열달프로젝트팀인 'BnTMP'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중'이라는 주제로 매월 다른 장소에서 이벤트, 퍼포먼스, 해프닝, 극, 스크리닝 등의 형식으로 관객을 만나는데 이번이 3번째 공연이다. 창작극으로 한 사람의 자서전에 소개된 일화 중 '주머니'에 얽힌 내용들을 짤막한 극으로 구성했다. 낭독 형식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연주자도 함께 한다. "글을 읽는 배우도 보는 관객도 정확히 같이 만나는 순간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며 "카페 자체가 극장이 됐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송 연출 작품의 주인공은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계시를 받은 전도사다. 미국 교포이자 배우 출신인 그는 귀국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공연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설정이기는 해도 그렇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서 공연을 해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데, 탈극장이지만 공연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부담일 수 있어 선을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멀게 소속 한태숙 연출의 극단 물리에서 7년 간 조연출을 맡은 김 연출은 "연극을 전공하지 않은 내게 이곳은 학교와 같다"고 말했다.
부새롬 연출이 이끌고 있는 극단 달나라동백꽃에 속한 윤 연출은 "같이 꿈꿀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1년에 한번씩 다 같이 모여 김장도 한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하고 또 누군가는 욕하고 싸우기도 하고 또 그렇게 튕겨져나갈 때마다 서로 붙잡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올 수 있는 곳이 극단"이라며 즐거워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송 연출은 극단을 만들고 싶다. "연출자로서 섭외를 당해서 공연을 하다보면 마음대로 쉽게 이야기를 못 해서 갈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들 세 연출가는 팝업시어터 같은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창작 갈망의 숨통을 튼다고 입을 모았다.
"막 시작하는 연출가와 배우들은 빈 공간이랑 관객만 있으면 뭐든 하고 싶은 거다. 작은 프로젝트이고 단발성이라도 제공되는 타이틀만 있으며 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김정)
"올해 1월 데뷔한 뒤 첫 작품이 이번 공연이다.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했지만 정식 연출로는 공백이 9개월 동안 있었다. 자본과 공간이 없어도 일상적으로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프로그램이 지속가능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윤혜숙)
송 연출은 팝업시어터에 참여한다고 주변에 알리자 "어떻게 연락이 왔고, 어떻게 참여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동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젊은 연극인들은 어떻게 시작을 해야하는지를 잘 몰라서 이런 기회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의 저변이 더 넓어져 동료들이 내재된 것을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다양화됐으면 한다."
한편, 공연예술센터가 '2014 마로니에 여름축제'에서 처음 선보여 호평 받은 팝업시어터에는 이들 세 연출가를 비롯해 총 11개팀이 참여한다. 무용가 밝넝쿨,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다크서클즈 컨템포러리 댄스도 공간에 맞는 작품을 선보인다. 창작국악그룹 아나야, 브라스밴드 퍼니밴드, 클래식 그룹 더 콰르텟도 나온다. www.koreapac.kr 02-3668-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