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만나는 일상 속 명작]
이우환의 그림은 회사 로비에… 수억원대 작품들 무료로 공개
"돈 주고도 보기 어려운 秀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기회"
김환기 화백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싼 작가다. 지난 5일 홍콩 경매에서 그의 작품 '19-Ⅶ-71 #209'(1971)가 약 47억2100만원에 낙찰돼 한국 경매 사상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그런 그의 그림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호텔 로비에 떡하니 걸려 있다.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웨스틴조선호텔에 걸린 그림은 김환기 그림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며 "13억~15억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 명화"라고 했다.
호텔 로비, 백화점 매장, 은행 입구….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일상 공간이 알고 보면 미술관에서 돈 주고도 보기 어려운 명작(名作)들의 전시장이다.
◇김환기, 이우환, 백남준…곳곳에 한국 거장 작품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도 미술관 밖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에는 294개의 모니터로 만든 그의 TV 조각 '철이철철'(1995)이 있다. 국내 소장 백남준 작품 중 관리가 잘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도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 'East Gate'(1995년)가 설치돼 있다.

'모노하(物派)의 창시자'로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작가인 이우환의 작품은 포스코센터 2층(조각 '관계항')과 강남대로에 있는 대륭서초타워 로비(회화 작품 '조응' 대작)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본관 1층 입구 왼쪽엔 쇼핑객들 옆으로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인 유영국의 '무제'(1973)가 조용히 걸려 있다.
◇신세계백화점 6층 정원은 '예술 천국'
해외 유명 예술가들의 컬렉션도 공짜로 만날 수 있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1층 입구엔 검은 양복 주머니에 흰 손수건을 꽂은 형태로 만든 클래스 올덴버그의 '건축가의 손수건'(1999)이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는 청계천의 상징인 소라 모형 조형물 '스프링'을 만든 작가다. 이 백화점 본관 6층 정원은 숨겨진 '예술 천국'이다. 가장 비싼 현대미술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프 쿤스의 'Sacred Heart(성심)'를 비롯해 알렉산더 칼더(버섯, 1963), 호안 미로(인물, 1974) 등 내로라하는 작가의 조각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
한남대로 옆 일신빌딩 1층엔 개념미술 대가 베르나르 브네의 철 조각 '세 개의 비결정적인 선들'(1993)이 있다. 제주 신라호텔 6층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흘러내리는 듯한 여체 형상으로 만든 조각 'Space Venus'(1988)가 있다.
◇배병우, 도윤희…중견 작가 대작도
최근 광화문에 문을 연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로비에 김종구의 높이 6m65㎝ 대형 '쇳가루 산수화'를, 3층엔 도윤희의 대형 회화(가로 3m, 세로 4m) '눈이 나린다 빛이 부서져 내린다'를 내걸었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로비엔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사진가 배병우의 '소나무'(높이 4.6m, 폭 2.7m) 사진이 걸려 있다. 건물의 품격을 높이면서 누구나 문턱 없이 반기는 미술의 풍경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