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 자장 우리 아가'… 린츠 토닥인 한국産 자장가

입력 : 2015.10.06 00:38

[오스트리아 린츠 페스티벌 폐막 장식한 코리안 심포니]
비올라 협주곡 '코오' 초연

비올라 연주자 이유라(30)의 현(絃)에서 한국 어머니의 자장가 선율이 흘러나왔다.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우리 아기 잘도 잔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토닥거리며 재우는 어머니들의 노랫소리처럼, 나지막하면서도 포근한 가락이 서서히 울려 퍼졌다. 오스트리아 린츠(Linz)의 브루크너하우스 대극장(1500석)에는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린츠는 모차르트가 36번째 교향곡을 썼던 곳이자, 작곡가 브루크너가 태어나고 묻힌 오스트리아의 음악 도시. 1974년부터 올해로 42회째 열리고 있는 린츠 국제 페스티벌 폐막 무대를 장식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예술감독 임헌정)가 고심 끝에 고른 곡은 작곡가 김택수(35)의 비올라 협주곡 '코오(Ko-Oh)'였다. 지난해 이 악단 상주 작곡가로 임명된 김씨가 코리안 심포니를 위해 새롭게 쓴 창작곡이다. 모차르트와 브루크너의 클래식 본향(本鄕)에서 작곡(김택수)·협연(이유라)·지휘(임헌정)·악단(코리안 심포니)까지 모두 '한국산(産)'으로 채우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비올리스트 이유라(왼쪽)가 4일 오스트리아 린츠 국제 음악제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임헌정)와 김택수의 비올라 협주곡을 협연하고 있다. /브루크너하우스 제공
비올리스트 이유라(왼쪽)가 4일 오스트리아 린츠 국제 음악제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지휘 임헌정)와 김택수의 비올라 협주곡을 협연하고 있다. /브루크너하우스 제공
어머니가 아이를 재울 때 내는 의성어에서 착안한 이 협주곡에서 작곡가 김씨는 다채로운 음향 효과를 선보였다. 1악장 도입부에선 플루트의 관(管)에 입김을 불어넣어 나는 바람 소리에 타악기를 가미해서 삭풍이 몰아치는 엄동설한(嚴冬雪寒)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2악장에서는 전통 풍물놀이의 빠른 장단에 재즈 빅밴드의 화려함을 덧입혀 시골 장터의 흥겨운 신명을 연출했다. 쉼 없이 이어진 마지막 3악장에서 이유라의 비올라는 더블베이스와 하프의 반주에 맞춰 한국의 자장가 선율을 토해냈다.

이번 유럽 공연에서 이 곡을 초연한 이유라는 난생 처음 접하는 곡인데도 악보를 환히 꿰뚫고 있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은 채 3악장을 연주했다. 린츠 브루크너 오케스트라의 전임(前任) 지휘자 만프레트 마이어호퍼는 "고도의 훈련을 통해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작품을 대하는 악단과 협연자의 집중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초 화학자를 꿈꿨던 '과학 영재' 출신이다.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8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은메달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진은숙씨의 마스터클래스를 수강했으며, 진씨의 추천으로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신작을 발표했다. 공연 직전까지 "긴장된다"던 김씨는 협연이 끝나자 "앞으로도 이 곡이 100번쯤 더 연주됐으면 좋겠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연주회는 올해 창단 30주년을 맞아 첫 유럽 순회 공연에 나선 코리안 심포니의 마지막 무대였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9월 30일)와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10월 2일)에 이은 린츠 연주회에서 악단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를 함께 들려줬다. '신세계' 교향곡에서는 순간적으로 정적을 빚어낸 뒤 실내악적인 아기자기함을 강조한 2악장 후반부가 돋보였다. 올해 린츠 페스티벌엔 빈 필하모닉과 러시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이 섰고, 내년에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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