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류공연 중국 진출, 합작 등 다각화 나서야

입력 : 2015.09.14 09:51
CJ E&M·뮤지컬서비스 등 진출 러시
연극은 '라이어' 등 코믹버전도 인기
3D 어린이뮤지컬 공동제작 큰 관심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중국 방문과 연내 한중 FTA 발효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국 공연계의 현지 시장 진출 움직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내 공연시장은 최대 상업 장르인 뮤지컬 분야 3259억원(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의 '2015 뮤지컬 실태조사'(2014년 기준))을 포함해 5000억원 선.

하지만 여러 조사를 참조하면 14억 인구의 중국 공연시장은 1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공연이 중국 내 새로운 한류 동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중국 진출 5년 전부터 본격화 공연계의 큰손 CJ E&M 공연사업부문이 본격적인 중국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2010년 11월 중국 문화부 산하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 중국 최대 미디어그룹인 상하이동방미디어유한공사와 공동 투자한 합자회사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아주연창)를 설립했다.

2011~12년 19개 도시에서 297회 공연하며 매출 300억원을 올린 뮤지컬 '맘마미아!' 라이선스를 출발로 현지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회사가 제작한 '김종욱 찾기'는 한국 창작뮤지컬로는 최초로 중국에 라이선스 판권이 판매돼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아주연창을 통해 '공주의 만찬'이라는 합작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기도 했다.

CJ E&M 공연사업부문과 함께 중국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회사는 뮤지컬서비스(대표 김종중)다. 투자·배급 전문회사로 뮤지컬 관계자들과 함께 중국에서는 신뢰도가 매우 높다. 한국의 공연제작사 스펠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광화문연가2', 창작뮤지컬 '쌍화별곡', 정동극장 한국 전통 뮤지컬 '미소-배비장전'의 중국 진출을 도왔다.

CJ E&M 공연사업부문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공략하는 데 반해 뮤지컬서비스는 항저우, 푸저우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5 뮤지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2~14년 중국 무대에 한국 뮤지컬은 13편이 올랐다. '투란도트' '쌍화별곡' '광화문연가2' 등이다. 우리말로 번안되고 재해석된 버전을 또 다시 수출하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 투어 공연'의 예로는 '노트르담 드 파리'와 '엘리자벳'이 있다.

올해 들어서는 뮤지컬 '영웅'이 지난 2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첫 공연을 성료하며 한국 창작뮤지컬의 중국 진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웅'의 현지 진출은 앞선 사례들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이미 검증된 창작 뮤지컬이 중국 현지 도시의 초청을 받아 공연이 성사됐다. 무엇보다 하얼빈 내 안중근 기념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인 만큼 사회적인 의미도 컸다.

뮤지컬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지만 중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항일을 소재로 삼아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점을 인식하게 된 '영웅'의 연출인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는 '중국 현대음악의 대부'로 통하는 동포 작곡가 정율성(1918~1976)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중국에서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전남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의 혼을 담아 중국의 아리랑으로 통하는 '연안송', 인민해방군 공식 의전곡인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했다.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정부와 민간이 합작해 현지에 우수 뮤지컬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27~29일 중국 상하이 인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2015년 코리아 브랜드 & 한류상품 박람회'(KBEE 2015)에서는 새 한류의 열풍을 주도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소개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의 사업의 하나인 '창작산실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 단계별로 육성된 '파리넬리' '그날들' '셜록홈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7일 현지에서 쇼케이스 형식의 하이라이트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매일 10여 명이 부스를 찾아와 한국뮤지컬에 대한 수입과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다"며 "상하이 미디어그룹(SMG)에서 운영하는 ET 스페이스(Space) 공연장 관계자는 한국에서 소개된 작품들에 대한 분석과 향후 도입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알렸다.

PMC프러덕션(공동회장 송승환 이광호)은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대표작인 넌버벌퍼포먼스 '난타'의 광저우 전용극장 건립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을 중 개관 예정이다.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 진출 역시 이어진다. '빨래'는 2016년 1월 14~17일 상하이 드라마 예술센터, 같은 달 21~24일 베이징 샤오 커 음악극장 무대에서 초청 공연한 뒤 홍콩의 콘텐츠 전문회사 클리어씨와 손잡고 중국에서 5월께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인다.

◇중국 창작뮤지컬 역량 급성장과 합작 러시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중국 스스로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역량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2014 한류백서'에 따르면 중국 창작 뮤지컬은 2008년 5편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2년에는 47편을 기록했다. 그 수가 해마다 늘어나는 등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창작 뮤지컬까지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지 정부가 공연 시장에 자금을 공격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공연 문화사업 부문에 약 2조원을 투자했고 극장 75개가 지어졌다. 중국정부는 앞으로 3년간 2조원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한국 뮤지컬 제작사나 관계자들의 중국 진출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 뮤지컬의 수준이 자신들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한 만큼 한국의 콘텐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 뮤지컬 종사자들은 한국 뮤지컬 제작 노하우나 배우들의 연기 등에 관련해 배울 것이 많다고 여기고 있다"면서 "자본력을 앞세워 우선 흡수하자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노하우를 중국에 빼앗길 우려는 있다. 하지만 인구 13억 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고 한국 뮤지컬 시장이 탄탄해 인력 유출 등으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뮤지컬 성장세 생각보다 느리다…현지 공연계 진출 다각화

잠재력이 큰 중국 공연 시장은 내수가 좁은 한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뚫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현재 뮤지컬 위주의 공략이 사실 가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뮤지컬 장르에 대해 현지 관객이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공연은 항저우 서호 등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장예모 감독의 '인상(印象)' 시리즈 같은 대형 공연이나 정치적이고 무거운 연극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젊은 세대가 편하게 즐길 만한 작품은 거의 없다. 한국의 90년대 쇼를 연상케하는 다양한 장르를 옴니버스 식으로 묶은 쇼가 한편에서는 주를 이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도 "아직은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 우리 뮤지컬이 자리매김을 했다고는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중국 국민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아직은 낯설어 하고 사회환경 등 다양한 고려사항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최근 뮤지컬의 잇따른 현지 진출과 함께 한국의 공연 투자배급사 뮤지컬서비스(대표 김종중)가 코믹 연극을 들고 현지를 공략하고 있는 이유다.

이달 4일 중국 절강성 항저우 시 목마극장에서 개막한 코믹 연극 '라이어' 시리즈 1탄의 중국어 라이선스 버전인 '피앤즈'(篇子)는 연일 약 280석이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18년 전 한국에서 라이선스 초연한 '라이어'는 시리즈 3탄까지 내며 대학로 최고 흥행 연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영국의 극작가 겸 연출가 레이 쿠니의 작품이다. 쿠니에게 중국어 공연의 허락을 받은 뮤지컬서비스가 중국 라이선스 배급권을 맡았다.

지금까지 450만명이 관람한 한국의 파파프로덕션 버전을 대부분 그대로 가져왔다. 뮤지컬 '광화문연가2' '쌍화별곡' 등의 중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연출가 겸 프로듀서인 스펠뮤지컬컴퍼니 임영조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서비스 김종중 대표는 "중국의 연극 분위기는 철학적이고 무겁고 정치적"이라며 "중국의 젊은 세대를 비롯한 대중이 영화 보듯 연극을 대중적으로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목마극장에서 피앤즈'를 직접 관람하고 현지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는데 새롭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생겼다는 점에 큰 호응을 보냈다. 본래 중국 관객은 공연 도중 객석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는 등 관람 태도가 산만한 편인데, 이날은 집중도가 꽤 높았다.

회사원 멍 시앙(30) 씨는 "'라이어' 같은 공연은 처음 봤다"며 "중국에는 무거운 연극이 대부분이라 젊은 관객들이 편하게 즐길 만한 공연을 찾기가 힘든데, 재미있게 봤다. 이런 작품이 더 많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날 역시 공연을 관람한 공연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중국에는 이런 종류의 공연이 없는데 '라이어' 중국 라이선스 공연은 원작과 한국 공연 못지 않은 빠른 전개로 현지 관객들에게 어필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봤다.

원 평론가는 "중국 배우들도 예전보다 많이 성장한 것이 보인다"며 "재미가 있고 배우들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새로운 한류 공연의 하나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뮤지컬서비스는 '피앤즈'를 약 2개월 간 선보인 이후 항저우를 비롯해 상하이, 장수성 창저우, 산둥성 지난 등지에 16개의 체인식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와 손잡고 '라이어' 시리즈 3탄 '튀어!'의 중국어 라이선스 판인 '콰이파오'(快炮)를 현지에서 공연한다.

중국 상하이 900석 규모인 양포시극원에서 오는 12월1일부터 2016년 1월31일까지 약 2개월간 관객을 맞는다. 이후 '라이어'의 상설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다.

◇3D 어린이 뮤지컬도 제작

뮤지컬서비스는 지난 11일 중국에서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 한국의 ㈜레드로버(대표 하회진)와 함께 한·중 합작 3D 어린이 뮤지컬 공동제작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 체결식도 가졌다.

꾸준하게 한중 공연 교류 활성화 사업을 해온 뮤지컬서비스가 어린이 공연 콘텐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 중국 공연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3D 영상을 적극 활용한 아동극 '더 위저드 오브 OZ(The Wizard of OZ)'가 흥행 중이다. 특히 3D 기술을 이용, 무대세트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종중 대표는 "초기 제작비가 다소 많이 들더라도 넓은 중국 공연시장의 효율성을 고려, 전국 투어 공연에 적합하게 이동이 편리하면서도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길도 끌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제작될 한·중 합작 3D 어린이 뮤지컬은 무대세트 전체를 3D 영상으로 제작, 애니메이션기술과 공연을 접목한 공연 및 영상의 융복합예술로 자리매김한다.

오는 12월 개막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된다. 뮤지컬서비스는 작품 개발, 금해안문화발전고분유한공사는 중국 공연장 및 네트워크 확보, 레드로버는 뮤지컬의 3D 제작을 맡게 된다.

레드로버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 및 3D 콘텐츠 제작 전문 기업이다. 지난해 3D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을 제작해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지역 3000개 극장에서 동시 개봉했다.

한국영화 최초 글로벌 흥행수익으로 1억2000만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또 2017년 개봉을 목표로 '넛잡 2'를 제작 중이다.

체결식에 함께 한 김한철 레드로버 총괄부사장은 "중국 공연시장에서 3D를 활용한 어린이 뮤지컬이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다"며 "잠재력이 큰 현지 시장에서 우리의 공연 수준과 기술력이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종중 대표는 "다년간 장기사업이 될 이번 프로젝트의 첫 상연작품은 한중 공동제작으로 이뤄지는 만큼, 중국적 소재를 반영해 중국의 장편 서사시인 목란사(木蘭辭)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뮬란'이 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중국 사정을 잘 아는 공연계 관계자는 "중국 공연 시장이 워낙 넓고 복잡하다"며 "일부 관객은 고급 문화를 즐기지만 아직 대부분 관람 수준이 높지 않아서 한국 공연 그대로 가져가면 어려움이 따른다. 다양한 수요층에 맞춰서 다각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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