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첫 내한공연 갖는 세계적 테너 라몬 바르가스 인터뷰]
1992년 파바로티 대타로 등장, 빈 국립오페라 등서 20년간 주역
2일, 라 스칼라서 부른 '라 보엠'
老將의 위기 관리 능력 돋보여, 독창회서도 高音 시원하게 소화
"내 목소리는 지금이 전성기… 한국선 인생의 대표곡 부를 것"
다음 달 첫 내한 공연을 앞둔 바르가스를 지난주 라 스칼라 극장에서 세 번 만났다. 오페라 '라 보엠'(2일)과 리사이틀(6일)은 무대 아래에서 봤고, 리사이틀 하루 전 극장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바르가스는 카페 주인처럼 서글서글한 성격이었다.
◇위기 관리 능력 돋보인 '라 보엠'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한 '라 보엠'의 로돌포는 아슬아슬했다. 촛불을 빌리러 온 미미가 열쇠를 떨어뜨렸다며 마룻바닥을 뒤질 때, 슬그머니 미미의 손을 잡고 부르는 1막의 '그대의 찬 손'이 그랬다. '하이 C'까지 치솟는 이 아리아는 테너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곡. 바르가스는 힘주지 않고 평범하게 넘겼다. 이후는 순항이었다. 3막 미미와 부르는 2중창이나, 4막 피날레에서 숨진 미미를 부르며 절규하는 장면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老將) 바르가스의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극장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시원스러운 고음도 그대로였다.
◇매력 넘치는 리스트 가곡과 스페인 민요
6일 라 스칼라 리사이틀은 리스트 '페트라르카의 소네토'와 파야의 '7곡의 스페인 민요'로 1부를, 레온카발로와 칠레아, 레스피기, 토스티의 가곡 등으로 2부를 채웠다. 리스트 가곡을 부를 때만 해도 불안했다. 중저음에서 불안정한 떨림이 거슬렸고, 고음도 아쉬웠다. 휴식 후 2부로 넘어가자 자신감이 돌아온 듯했다. '세레나타' '안개' 등 선율이 아름다운 곡들을 바르가스는 작심한 듯, 시원스레 고음으로 소화했다. 미성(美聲)의 벨칸토 테너 진수를 보여주는 듯했다. 앙코르곡만 5곡을 내리 부르며 청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오페라 아리아로 채우는 내한 공연
다음 달 내한 공연에서 바르가스는 1부에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를, 2부는 모차르트부터 베르디·푸치니까지 귀에 익은 아리아를 들려준다. "'라 트라비아타'나 '돈 조반니' '라 보엠' 등 공연에서 부를 작품들은 내 음악 인생을 대표할 수 있는 곡들이다. 언제 그만둘 거냐고? 앞으로 6~7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아직 전성기다."
이번 시즌에도 빈 국립오페라('가면무도회' '마농' '돈 카를로')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라 보엠') 등 유수의 오페라극장에서 앞다퉈 캐스팅할 만큼 바르가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세계 최고 성악가로 20년 넘게 살아온 그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일까. "1992년 메트에 섰을 때? 아니다. 1988년 루체른 극장과 첫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다. '오페라 가수로 밥 먹고 살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줬다. 이듬해 여기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불렀다. 92년 메트에 데뷔하기 전, 이 배역을 15번쯤 불렀다. 난 준비가 돼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날 무렵, 바르가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최근 중남미와 한국 성악가들의 약진이 눈부시다. 유럽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이 지역 음악가들이 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의 프랑스 와인이 칠레나 호주 와인에 밀리는 것처럼, 오페라의 중심이 유럽에서 라틴 아메리카와 한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라몬 바르가스(Ramon Vargas)
1960년 멕시코시티 출생. 1992년 루치아노 파바로티 대타(代打)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롤란도 비야손과 하비에르 카마레나 등 멕시코 테너는 물론, 마르첼로 알바레즈(아르헨티나),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페루) 등 라틴 아메리카 출신 성악가의 맏형 격으로 20년 넘게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라몬 바르가스&홍혜경 듀오 콘서트=10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11일 부산 영화의 전당, (02)69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