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7 09:45
구도와의 싸움이었다. 차이밍량(58) 감독은 그림 등에서 모양·색깔·위치 따위의 짜임새를 일컫는 구도(構圖), 관객은 진리나 종교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구하는 구도(求道)를 찾기 위해 2시간 동안 조용한 사투를 벌였다.
4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는 정중동(靜中動) 미학의 정점이었다.
작품은 언뜻 설치미술 또는 행위예술로 보인다. 널찍한 가변형 극장인 이 곳 한가운에 약 가로 8m·세로 4m 흰 종이가 놓여 있다. 6~7층 가량으로 된 객석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약간의 여유 공간을 두고 그 종이의 가로 한 부분, 세로 한 부분을 둘러싸고 있다.
흰 종이 위에는 붉은 승려복을 입은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누워 있다. 1000년 전 미지의 인도에 있는 불교 경전을 찾아 중국 국경을 넘어 홀로 수천마일을 걸어왔다는 설정이다. 차이밍량의 페르소나인 배우 이강생(47)이 그 승려다.
검은 옷을 입은 목탄 드로잉 전문 아티스트인 대만의 카오 쥔홍이 검은 목탄으로 흰 종이 곳곳에 거미들을 그려나간다. 몇몇 거미는 그렸다 지우기도 한다. 이후 흰 종이 전체를 검게 칠하더니 고목(古木)을 그리고 꽃도 그린다. 자고 있는 승려의 꿈 속에 등장하는 형상들 같다.
약 50분 동안 진행된 이 퍼포먼스가 끝나자 이강생이 마침내 일어섰다. 그림이 그려진 흰 종이는 이강생이 앉는 방석이 되고 그 밑에 또 다시 흰색 종이가 드러났다. 이강생은 깨어났어도 말이 없다. 묵묵히 차를 마시고 복숭아를 먹었다. 머리 등을 면도하고 염불만 외울 뿐이다.
카오 쥔홍을 비롯해 몇몇 아티스트들이 얇은 목탄으로 새로운 흰 종이에 또 다시 그림을 그려나간다. 형태가 없는 선들이다. 그 선들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강생은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 말 없이 한참을 걸어나갔다.
2시간 동안 이처럼 구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차이밍량은 흰 종이와 배우, 목탄 화가 그리고 극장 공간의 조합만으로 추상적인 시간의 구도(構圖)를 최적화한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이 시대에 관객은 이 구도(構圖) 안에서 배우가 찾는 구도(求道)를 통해 자신만의 구도(求道)를 통한, 평소에는 보기 힘든 광경을 찾게 된다.
객석 이동이 자유로워서 더 가능하다. 객석 맨 꼭대기에서 전체 구도(構圖)를 조망할 수 있고, 흰 종이 옆에 마련된 바닥의 방석에 앉아 승려의 시각으로 구도(構圖)를 관찰할 수 있다.
작품의 중심은 무엇보다 시간이다. '애정만세'로 유명한 대만의 뉴웨이브 기수였던 차이밍량은 영화 '하류'(1997), '흔들리는 구름'(2005) 등에서 시간과 그 안에서의 고독 등에 천착해왔다. 흐름 조절이 비교적 자유로운 영화의 시간을 무대 위에 끄집어냈을 때 그 농밀함의 밀도는 여전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시간의 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도는 영원한 것. 공연이 찰나일지라도 그것이 영원을 다루는 순간, 누군가에는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된다.
'당나라 승려'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의 한쪽 벽면을 비행기 격납고처럼 열어놓고 공연했다. 오후 7시에 시작됐는데 저녁의 뭉근한 붉은 햇살이 시간의 조명 역할을 맡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안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작품의 또 다른 풍경과 배경이 됐다. 구도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속세는 바로 옆에 있었다. 이강생은 마지막에 그 속세 속으로 한참을 또 걸어갔다.
지난해 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빈 페스티벌과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 대만 아트 페스티벌 그리고 한국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예술감독 김성희)이 공동 제작했다. 준비 10년 만에 올해 말 정식 오픈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페스티벌'의 하나다. 7일까지 5만원. 1899-5566
4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는 정중동(靜中動) 미학의 정점이었다.
작품은 언뜻 설치미술 또는 행위예술로 보인다. 널찍한 가변형 극장인 이 곳 한가운에 약 가로 8m·세로 4m 흰 종이가 놓여 있다. 6~7층 가량으로 된 객석은 아무렇지 않은 척 약간의 여유 공간을 두고 그 종이의 가로 한 부분, 세로 한 부분을 둘러싸고 있다.
흰 종이 위에는 붉은 승려복을 입은 당나라의 현장법사가 누워 있다. 1000년 전 미지의 인도에 있는 불교 경전을 찾아 중국 국경을 넘어 홀로 수천마일을 걸어왔다는 설정이다. 차이밍량의 페르소나인 배우 이강생(47)이 그 승려다.
검은 옷을 입은 목탄 드로잉 전문 아티스트인 대만의 카오 쥔홍이 검은 목탄으로 흰 종이 곳곳에 거미들을 그려나간다. 몇몇 거미는 그렸다 지우기도 한다. 이후 흰 종이 전체를 검게 칠하더니 고목(古木)을 그리고 꽃도 그린다. 자고 있는 승려의 꿈 속에 등장하는 형상들 같다.
약 50분 동안 진행된 이 퍼포먼스가 끝나자 이강생이 마침내 일어섰다. 그림이 그려진 흰 종이는 이강생이 앉는 방석이 되고 그 밑에 또 다시 흰색 종이가 드러났다. 이강생은 깨어났어도 말이 없다. 묵묵히 차를 마시고 복숭아를 먹었다. 머리 등을 면도하고 염불만 외울 뿐이다.
카오 쥔홍을 비롯해 몇몇 아티스트들이 얇은 목탄으로 새로운 흰 종이에 또 다시 그림을 그려나간다. 형태가 없는 선들이다. 그 선들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강생은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 말 없이 한참을 걸어나갔다.
2시간 동안 이처럼 구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차이밍량은 흰 종이와 배우, 목탄 화가 그리고 극장 공간의 조합만으로 추상적인 시간의 구도(構圖)를 최적화한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이 시대에 관객은 이 구도(構圖) 안에서 배우가 찾는 구도(求道)를 통해 자신만의 구도(求道)를 통한, 평소에는 보기 힘든 광경을 찾게 된다.
객석 이동이 자유로워서 더 가능하다. 객석 맨 꼭대기에서 전체 구도(構圖)를 조망할 수 있고, 흰 종이 옆에 마련된 바닥의 방석에 앉아 승려의 시각으로 구도(構圖)를 관찰할 수 있다.
작품의 중심은 무엇보다 시간이다. '애정만세'로 유명한 대만의 뉴웨이브 기수였던 차이밍량은 영화 '하류'(1997), '흔들리는 구름'(2005) 등에서 시간과 그 안에서의 고독 등에 천착해왔다. 흐름 조절이 비교적 자유로운 영화의 시간을 무대 위에 끄집어냈을 때 그 농밀함의 밀도는 여전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시간의 결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도는 영원한 것. 공연이 찰나일지라도 그것이 영원을 다루는 순간, 누군가에는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된다.
'당나라 승려'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의 한쪽 벽면을 비행기 격납고처럼 열어놓고 공연했다. 오후 7시에 시작됐는데 저녁의 뭉근한 붉은 햇살이 시간의 조명 역할을 맡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안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작품의 또 다른 풍경과 배경이 됐다. 구도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속세는 바로 옆에 있었다. 이강생은 마지막에 그 속세 속으로 한참을 또 걸어갔다.
지난해 빈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빈 페스티벌과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 대만 아트 페스티벌 그리고 한국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예술감독 김성희)이 공동 제작했다. 준비 10년 만에 올해 말 정식 오픈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페스티벌'의 하나다. 7일까지 5만원. 1899-5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