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02 10:08
"이문열의 '여우사냥', 이를 김광림이 각색한 '명성황후'를 의식하고 썼어요. 차이를 두려고 한 것은 근대 입구에 희생된 민중, 백성…. 어떻게 이름을 붙여야 할 지 모르겠지만그들을 위한 해원 굿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2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극본과 작사를 맡은 극작가 장성희(서울예대 공연창작학과 겸임교수)는 1일 오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 및 간담회에서 혼란의 19세기 말 민초들에게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 등의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달라고 비는 제의'인 해원굿을 올리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6%(유료 객석 점유율 79.2%)를 기록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시아버지 대원군과 권력싸움을 벌인, 독한 악녀의 이미지로 새겨진 명성황후를 봉건의 환경을 뚫고 근대의 주체가 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찾고자 했던 여성으로 그린다. 이 과정에서 민초들의 억울했던 지난한 삶들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여기에 명성황후의 조카였던 '민영익', 명성황후의 사진에 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화자인 '휘' 등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인물과 극에 입체감이 부여된다. 장성희는 "왕비의 삶을 해부하는 내레이터 민영익 라인, 민중 라인인 휘와 그 주변에 있는 희생된 궁녀, 이름 없이 스러져간 백성들의 해원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전봉준의 안무, 굿 장면에서 서울 예술단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무용수들의 군무가 등장해요. 그 때 민중들의 고통스런 넋이 자연스레 나오죠. 제가 본래 의도한 초심이 무대에서 승화된 것이 행복합니다."
젊었을 때 자신만만한 민영익이 극에서는 다소 관조하는, 한쪽 측면만 그려졌다.
장성희는 민영익에 대해 "실제 역사 속 사진을 봐도 자신만만하고 눈빛이 살아 있어요. 관조하거나 늘 회한에 차 있는 정적인 인물은 아니다"라며 "극작 선상에서는 성숙했던 모습만 그려져 있어 다음 번 공연에서는 더 보완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간 유약한 모습으로 각인된 고종이 다소 강렬하게 나오는 부분도 신선하다. 고종 역의 박영수는 "유약한 모습으로 혼돈의 시간에 있을 때 고종이 움직이고 있었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장성희는 사망을 두고 여러 설이 분분한 명성황후의 죽음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로 남기고자 했다"고 전했다.
역시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올해 초연 20주년이 된 윤호진 연출의 뮤지컬 '명성황후'와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 게다가 현재 '명성황후'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장성희는 "'명성황후'는 초연 때 봐서 이후 변화한 단계는 모른다"면서도 "여성 영웅으로 그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속 '명성황후'는 차지연을 만나 캐릭터가 분명해지면서 성격의 갈래가 생겼다고 했다. 그로테스크한 극의 분위기와 카리스마가 깃든 서정성으로 매번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차지연의 성정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차지연이라는 배우가, 삶의 내공이 탄탄해요. 외로움과 쓸씀함, 서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모를 보면 키도 크고 여장부 같죠. 다른 의미의 고독이 생기는 것인데 삶에서 쓸쓸한 여인의 초상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기본으로 창작할 때 기반이 자신이 여자라는 점도 반영이 됐다고 했다. "명성황후를 공적으로 선한 존재로 그리기도 하는데 저는 일면 악으로 봐요. 명성황후가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악행도 많고 극단적인 에피소드도 많죠. 그런데 그 악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 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생각하고, 악의 이면에 있는 여린 모습을 보려 했죠. 초연과 재연을 통해서 그런 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두 번째 시즌인 이번 무대에서는 특히 음악이 강화됐다. 대부분의 넘버가 재편곡됐으며 휘와 김옥균의 듀엣곡인 '세상 끝에서'가 새로 추가됐다.
작·편곡을 맡은 민찬홍은 "휘와 김옥균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고민하고 있다. 드라마적인 강화를 위해 넘버를 추가했다"며 "전체적인 음악에 대한 방향과 수정 작업 역시 드라마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뮤지컬은 초연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수정하고 보완해 또 재탄생하는 것이 뮤지컬이 가야할 길"이라고 알렸다. 양주인 음악감독이 이번에 새로 가세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잃어버린 얼굴 1895'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대본·작사 장성희, 작·곡편곡 민찬홍, 무대디자인 오필영, 영상디자인 정재진, 의상디자인 민천홍, 음향디자인 권도경, 명성황후 차지연, 민영익 조풍래, 고종 박영수, 휘 김도빈·정원영. 4만~8만원. 서울예술단. 02-523-0986
2년 만에 돌아온 서울예술단의 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극본과 작사를 맡은 극작가 장성희(서울예대 공연창작학과 겸임교수)는 1일 오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 및 간담회에서 혼란의 19세기 말 민초들에게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 등의 인간의 운명을 조절해달라고 비는 제의'인 해원굿을 올리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3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6%(유료 객석 점유율 79.2%)를 기록한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시아버지 대원군과 권력싸움을 벌인, 독한 악녀의 이미지로 새겨진 명성황후를 봉건의 환경을 뚫고 근대의 주체가 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찾고자 했던 여성으로 그린다. 이 과정에서 민초들의 억울했던 지난한 삶들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여기에 명성황후의 조카였던 '민영익', 명성황후의 사진에 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화자인 '휘' 등의 시선이 더해지면서 인물과 극에 입체감이 부여된다. 장성희는 "왕비의 삶을 해부하는 내레이터 민영익 라인, 민중 라인인 휘와 그 주변에 있는 희생된 궁녀, 이름 없이 스러져간 백성들의 해원을 의식적으로 추구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전봉준의 안무, 굿 장면에서 서울 예술단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무용수들의 군무가 등장해요. 그 때 민중들의 고통스런 넋이 자연스레 나오죠. 제가 본래 의도한 초심이 무대에서 승화된 것이 행복합니다."
젊었을 때 자신만만한 민영익이 극에서는 다소 관조하는, 한쪽 측면만 그려졌다.
장성희는 민영익에 대해 "실제 역사 속 사진을 봐도 자신만만하고 눈빛이 살아 있어요. 관조하거나 늘 회한에 차 있는 정적인 인물은 아니다"라며 "극작 선상에서는 성숙했던 모습만 그려져 있어 다음 번 공연에서는 더 보완하고 싶다"고 바랐다.
그간 유약한 모습으로 각인된 고종이 다소 강렬하게 나오는 부분도 신선하다. 고종 역의 박영수는 "유약한 모습으로 혼돈의 시간에 있을 때 고종이 움직이고 있었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장성희는 사망을 두고 여러 설이 분분한 명성황후의 죽음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로 남기고자 했다"고 전했다.
역시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올해 초연 20주년이 된 윤호진 연출의 뮤지컬 '명성황후'와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 게다가 현재 '명성황후'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장성희는 "'명성황후'는 초연 때 봐서 이후 변화한 단계는 모른다"면서도 "여성 영웅으로 그려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속 '명성황후'는 차지연을 만나 캐릭터가 분명해지면서 성격의 갈래가 생겼다고 했다. 그로테스크한 극의 분위기와 카리스마가 깃든 서정성으로 매번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차지연의 성정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차지연이라는 배우가, 삶의 내공이 탄탄해요. 외로움과 쓸씀함, 서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모를 보면 키도 크고 여장부 같죠. 다른 의미의 고독이 생기는 것인데 삶에서 쓸쓸한 여인의 초상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기본으로 창작할 때 기반이 자신이 여자라는 점도 반영이 됐다고 했다. "명성황후를 공적으로 선한 존재로 그리기도 하는데 저는 일면 악으로 봐요. 명성황후가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악행도 많고 극단적인 에피소드도 많죠. 그런데 그 악을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 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생각하고, 악의 이면에 있는 여린 모습을 보려 했죠. 초연과 재연을 통해서 그런 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두 번째 시즌인 이번 무대에서는 특히 음악이 강화됐다. 대부분의 넘버가 재편곡됐으며 휘와 김옥균의 듀엣곡인 '세상 끝에서'가 새로 추가됐다.
작·편곡을 맡은 민찬홍은 "휘와 김옥균에 대한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고민하고 있다. 드라마적인 강화를 위해 넘버를 추가했다"며 "전체적인 음악에 대한 방향과 수정 작업 역시 드라마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다. 뮤지컬은 초연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수정하고 보완해 또 재탄생하는 것이 뮤지컬이 가야할 길"이라고 알렸다. 양주인 음악감독이 이번에 새로 가세해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
'잃어버린 얼굴 1895'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출 이지나, 대본·작사 장성희, 작·곡편곡 민찬홍, 무대디자인 오필영, 영상디자인 정재진, 의상디자인 민천홍, 음향디자인 권도경, 명성황후 차지연, 민영익 조풍래, 고종 박영수, 휘 김도빈·정원영. 4만~8만원. 서울예술단. 02-523-0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