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역 두 시선] 뮤지컬 '신데렐라' 서현진

입력 : 2015.09.01 11:36
※공연의 캐릭터는 영상의 등장인물과 달리 날마다 새로 숨쉰다. 같은 장면에 같은 감정을 가지고 같은 연기를 선보이지만 배우의 컨디션과 그날 감정 상태, 상대 배우와 호흡, 관객들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캐릭터라도 다른 결을 지니게 된다. 특히 배우들의 감정의 진폭이 큰 뮤지컬에 '회전문 관객'이 많은 이유다. 여기에 같은 배역에 여러 배우가 동시에 캐스팅된 경우에 그 캐릭터의 결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면 그 만큼 캐릭터가 입체적일 거라 생각했다.

뮤지컬 '아리랑' '수국'(윤공주·임혜영)에 이어 두 번째 캐릭터는 라이선스 초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신데렐라'의 '신데렐라'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 '남태평양' 등을 쓴 걸출한 뮤지컬 작곡가·작가 콤비인 로저스와 해머스타이 1957년 TV 방송용 뮤지컬로 만들었던 '신데렐라'를 뮤지컬 '제너두'로 유명한 더글라스 카터 빈이 각색했다. 화려한 무대와 마법 같은 의상 교체가 백미로 꼽힌다.

마법으로 누더기가 드레스로 바뀌고 호박, 생쥐, 여우가 각각 마차, 말, 마부로 변한다는 동화 속 내용이 무대에서 그대로 실현된다. 캐릭터를 원작과 달리 재치 있게 비틀어 놓은 점 또한 눈길을 끈다. 신데렐라는 특히 자신이 반한 왕자인 크리스토퍼에게 적극적으로 유리구두를 남기는 당찬 아가씨이다. 물론 신데렐라의 전형성은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대중이 생각하는 신데렐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틀 안에서 차별화된 신데렐라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배우 서현진(30)과 안시하(33)를 최근 잇따라 만났다. 가수 윤하(27)·백아연(22)과 함께 신데렐라 역에 쿼드러플된 이들은 한국의 첫 신데렐라는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면서도 그에 따르른 책임감은 분명히 했다.

올해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를 통해 대세녀로 등극한 서현진은 앞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궁' 등에 출연하여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본래 아이돌 그룹 '밀크' 출신인 그녀는 가창과 춤 실력을 갖췄다. '신데렐라'를 통해 5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다.

서현진은 전형성 안에서도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신데렐라'에 안성맞춤이다. '식샤를 합시다2' 등에서 보여준 당당하고 솔직한 모습이 신데렐라에 자연스레 투영될 듯하다.

-5년 만에 뮤지컬인데요. 어떻게 출연을 하게 됐나요?

"처음에 오디션 제안을 받았는데 2주 가량 고민을 했어요. 제가 '신데렐라'를 잘 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어서요. 그런데 '신데렐라'라 오디션도 안 보고 결정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보기로 했죠. 다행히 저를 좋게 봐주셔서…(웃음). 본래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해요. 게다가 '신데렐라'라는 국내 초연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신데렐라'는 지금까지 현진 씨가 보여준 이미지의 결정판이자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 같은데요. 기존 사극에서 보여준 조신하고 청순한 모습, 최근 드라마와 예능에서 보여준 솔직하고 씩씩한 모습이 녹아들어갈 것 같은데요.

"현대판이라고 해도 동화 속의 주인공이다 보니 전형적인 것이 있어요. 착하고 예쁜데 주변에서 그녀를 다 도와주죠(웃음). 게다가 극 속에 있는 다른 캐릭터들은 정말 다 튀어요. 그런 캐릭터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 캐릭터를 비틀고 보여줄 지 고민 중이죠. 게다가 신데렐라가 무대에는 많이 나와 있는데 대사가 많지 않아요. 대신 노래와 행동이 많죠. 그러니 디테일한 연기로 이 캐릭터의 다른 점을 보여줄 여지가 다소 부족한 거예요. 게다가 리액션이 많은 캐릭터이기도 하고. 환경 자체가 수동적인 캐릭터일 수밖에 없죠. 다만 후반부에 주체적인 부분이 있는데 그 때 갑자기 캐릭터가 튀지 않도록 초반부터 잘 쌓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강약을 조절 중이죠."

-하지만 다르게 그려진 부분은 분명 있는 것 같더라고요.

"네 맞아요. 구두를 얌전히 두고 가지 않아요(웃음). '이 구두를 두고 오니 왕자여 나를 찾아와라'라는 그런 느낌까지는 아닌데 기존에 그려진 신데렐라보다는 적극적이죠. 저는 신데렐라 모습을 좀 더 '보이시하게' 표현하려고 해요. 예쁜 드레스를 입고도 아무데나 철퍼덕 안거나 과감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죠. 물론 신데렐라니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모습도 분명 있지만요."

-신데렐라가 전형적일 수밖에 없어 배우로서는 연기하기가 더 어려울 듯해요.

"그런데 뮤지컬이 전형적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 문제가 될 건 없을 듯해요. 워낙 신데렐라 옆에서 센 캐릭터라서 신데렐라가 중심을 잡는 것도 재미가 있죠."

-현진 씨랑 신데렐라랑 닮은 점이 있나요?

"어떻게 보면 신데렐라가 '예스걸'처럼 보일 수 있어요(웃음). 하지만 다르게 보면 캔디걸이죠. 그런데 그런 캔디 같은 부분은 그녀가 '공상'할 때 많이 보여요. 계모에게 구박 받고 창고에 들어가서 다양한 상상을 하며 노래를 하는데 이내 밝아지죠. 저도 공상을 자주 하는 편이라서요(웃음)."

-현진 씨라면 구두를 두고 갔을 것 같나요?

"사랑에 그렇게 용기가 있지는 못해요(웃음)."

-크리스토퍼 왕자가 기존과 달리 좀 유약하게 그려진다고요?

"왕용범 연출님이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를 생각하라고 하셨어요(웃음). 신데렐라가 물론 굉장히 수줍어하고, 소녀 같은 면이 있지만 그 안에 왈가닥이면서도 귀여운 면모도 표현하고 싶어요."

-노래 부르기는 어떤가요?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을 작곡한 분이 만드셔서 클래식한 넘버들이 많아요. 제가 그동안 가요 부르듯이 노래를 많이 해서 보컬 레슨을 받으며 연습 중이죠. 무엇보다 노래 자체가 드라마틱한 성악 발성을 내야 해서 발음을 씹어서 내는데 신경을 쓰고 있어요. 된소리 내듯이 소리를 내야 하는 거죠. 성악 발성을 배우니까 참 재미가 있어요.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소리가 나오는 곳도 신기하고요(웃음)."

-춤은 워낙 잘 추시니 걱정이 없을 듯한데요.

"왈츠를 춰야 하는데 약 15분 가량의 하이라이트 신에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이것도 클래식해서, 발레를 전공하신 분들이 추면 예쁠 것 같은 춤이죠. 그래서 꽤 힘든데 열심히 하고 있죠."

-올해로 만 서른인데 여배우로서 고민이 많을 나이에요.

"'여배우'라는 수식을 안 좋아해요. 뭔가 한정된 이미지를 주는 수식 같아서요. 그래서 여배우로 고민이 많다기 보다는 그냥 배우로서 어떻게 더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에요. 제가 연기를 전공한 것이 아니라서 제가 연기하는 방식이 제대로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있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더 자주 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그렇다면 신데렐라와 비슷한 지점의 고민이 있나요?

"신데렐라가 생각보다 강해요. 핍박을 받아도 잘 이겨내죠. 저도 옳다고 믿는 신념에 대해서만큼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어요. 그런 부분이 물론 어려운데 잃지 않으려 노력 중이죠."

-'신데렐라'가 현진 씨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아요.

"우선 안시하 언니를 비롯해 선배님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특히 시하 언니는 본인 것만 하시기에도 바쁜데 저와 윤하·아연이 것까지 다 챙겨주시느라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쓰고 계시죠. 그런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고 힘이돼요."

-정말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정말 종합 예술이잖아요. 그래서 배우들이 커튼 콜 때 자부심을 가지고 서는 모습이 저는 정말 보기 좋아요. 그런 자부심으로 넘치는 박수를 받을 만하죠. 저도 그런 자격이 되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잘 될까 지금은 걱정이 앞서지만요(웃음)."

-'신데렐라'로 무엇을 보여줬으면 하나요?

"제가 안 보였으며 좋겠어요. 뮤지컬을 공연하는 두 시간 동안 만큼은 관객들이 판타지 안에 있었으면 하죠. 뮤지컬 티켓이 사실 비싸잖아요. 영화 보듯이 올 수 있는 금액은 아니죠.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껴요. 몇년 전에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보러 갔을 때 느꼈어요. 관객들이 특별한 날에 입는 옷들을 많이 차려 입고 오셨더라고요. 그 때 뮤지컬 관람 자체가 특별한 이벤트라는 생각을 했죠. 물론 마니아분들은 자주 오시지만 상당수의 분들은 특별한 날에 오시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 오시는 분들의 특별한 날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데렐라와 꿈 같은 사랑에 빠지는 크리스토퍼 왕자 역은 엄기준, 양요섭(BEAST), 산들(B1A4), 켄(VIXX)이 맡는다. 신데렐라의 꿈을 이뤄주는 요정대모 역은 서지영, 홍지민,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의붓어머니 마담 역은 이경미가 연기한다. 신데렐라와 사랑의 비밀을 공유하는 의붓언니 가브리엘 역에는 가희와 정단영, 단순하고 솔직한 의붓언니 샬롯 역에는 임은영이 캐스팅됐다. 크리스토퍼 왕자를 대신해 국정을 돌보는 집정관 세바스찬 역은 김법래, 장대웅이 나눠 맡고 가브리엘과 사랑에 빠진 혁명가 장 미쉘 역은 박진우가 연기한다. 순식산에 무대 위에서 의상을 바꾸는 것도 볼거리다.

9월12일~11월8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프로듀서 김선미, 연출 왕용범, 음악감독 이성준, 안무 홍유선, 무대디자인 서숙진. 러닝타임 150분(인터미션 20분) 5만~14만원. 엠뮤지컬아트. 02-764-7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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