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의 難題, 해결한 건 '체호프 연극'

입력 : 2015.08.20 00:29

[고대극회, 고려대 개교 110주년 기념 연극 '벚꽃동산']

배우 장두이부터 황건까지… 10년 만에 선후배 의기투합
김성옥·손숙 부부 카메오로 "우상과 함께 선 무대 설레"

김성옥·손숙·장두이·예수정·성병숙·주진모 등 쟁쟁한 연극계 기성 배우, 대학로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황건과 안병식이 모두 출연하는 연극이 있다. 고려대학교 개교 1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하는 안톤 체호프 작 '벚꽃동산'이다. 배우와 스태프 대부분은 고려대 연극부 졸업생들의 모임인 고대극예술동우회(고대극회) 소속이다.

실로 '10년 만의 공연'이다. 고대극회는 1965년 개교 60주년 때 명동 국립극장에서 '리처드 3세'를 공연한 것을 시작으로 10년마다 개교 기념 공연을 올려 왔기 때문이다. 이번 '벚꽃동산'은 2005년 100주년 때 '당나귀 그림자 소유권에 관한 재판'을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 지 10년 만의 고대극회 공연이다.

장두이(가운데), 황건(맨 왼쪽) 등 고대극회 배우들이 연극 ‘벚꽃동산’ 연습을 위해 대학로 연습실에 모여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장두이(가운데), 황건(맨 왼쪽) 등 고대극회 배우들이 연극 ‘벚꽃동산’ 연습을 위해 대학로 연습실에 모여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50년대 학번부터 재학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배우로 출연합니다. 이번 공연작으로 '벚꽃동산'을 고른 건 이 작품이 세대 간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연출가 이곤(중문 93)이 설명했다. 제정러시아 말기의 전환기를 살았던 체호프는 과학적인 눈으로 당대의 사회적 문제점을 진단했고, 그 문제의식은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체호프는 '입실렌티 체이홉'으로 시작하는 고려대 교호(校號)의 '체이홉'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신구(新舊) 세대를 대표하는 '벚꽃동산'의 주요 등장인물 네 명은 70년대 학번과 90년대 학번이 나눠 맡았다. 여지주 라네프스카야 역은 최근 '과부들'로 찬사를 받은 예수정(독문 73)이, 그의 오빠 가예프 역은 올해 초 '리어왕'에서 주연을 맡았던 장두이(국문 70)가 분한다. 상인 로파힌 역에는 '그날의 시선' '모비 딕'의 황건(노문 98), 대학생 트로피모프 역엔 '미스 프랑스' '더 로스트'에 출연했던 안병식(법학 97)이 나온다.

같은 과 동문인 김성옥(사학 56)과 손숙(사학 63)이 역장 역에 함께 캐스팅돼 번갈아 카메오 출연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 이 부부가 같은 작품에 나오는 것은 10년 만의 일이다. 윤색은 '민들레 바람 되어'의 작가 박춘근(심리 91), 드라마투르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부인 송현옥(영문 79) 세종대 교수가 맡았다.

장두이는 "고대극회 기념 공연에는 70주년 때부터 '40년째' 참여하고 있는데, 연극 인생의 에너지 중 많은 부분을 쏟았다"며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 극작가인 체호프의 이번 연극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건은 "배우 초년 시절 우상이었던 선배들과 한무대에 서게 돼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했다. 연령차가 워낙 큰 배우와 스태프들은 처음 연습할 때만 해도 어색했지만, 이내 가족 같은 분위기가 돼 연극의 난제(難題)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한다. 선후배 간 끈끈한 정이 이어지는 학교 전통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극 '벚꽃동산' 25~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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