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듣는 퍼렐, 믿고 뛰는 관객

입력 : 2015.08.17 00:36

[공연 리뷰] 퍼렐 윌리엄스 첫 내한 콘서트

美 최고 싱어송라이터 공연에 젊은 관객 1만여명 꽉 찬 현장
'Happy'등 히트곡 연이어 불러… 공연 중간중간 지쳐 보이기도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의 첫 내한 공연 모습. /액세스ENT 제공

장안의 힙스터(hipster·유행을 앞서가려는 이들)는 모두 모인 것 같았다. 지난 14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퍼렐 윌리엄스(Williams·42)의 첫 내한 공연장. 패션잡지에서나 볼 것 같은 옷차림의 젊은 관객 1만여 명이 스탠딩석과 좌석을 꽉 채웠다. 박진영·자이언티·빈지노 등 뮤지션과 배우 최강희·려원 등 수십 명의 스타들도 있었다.

퍼렐은 스눕독, 브리트니 스피어스, 다프트펑크 등 팝스타의 프로듀서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음악도 허투루 하지 않는 싱어송라이터다.

지금까지 받은 그래미상만 11개. 작년 12개국 차트 정상을 차지한 그의 싱글 'Happy'는 아마 음악사상 가장 강력한 항(抗)우울제일 것이다. 지금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퍼렐은 가장 앞줄에 있는 존재다.

그에게 보내는 한국 팬들의 연서(戀書) 역시 흥이 넘쳤다. 의류광고에 삽입돼 잘 알려진 'Come Get It Bae'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앉아 있던 스탠딩석과 좌석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졌다. 퍼렐은 'Hunter', 'Marilyn Monroe' 등 작년 발매된 솔로 앨범 'G.I.R.L'의 수록곡을 쉴 새 없이 불렀다.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 아이돌 콘서트에서나 들을 수 있는 데시벨(dB)의 비명이 터졌다. 여성 관객을 향해 "여러분에게 이 노래를 꼭 들려주고 싶다. 당신들은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존재"라고 서비스 멘트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She Wants to Move'를 부를 땐 아예 즉석에서 여성 관객들만 무대 위로 불러 함께 춤을 췄다.

현재 팝음악 트렌드의 전시장 같은 공연이었다. 디스코와 펑크를 기반으로 솔, R&B,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연스럽게 자르고 잇고 붙이고 녹여서, '듣고 즐긴다'는 본연의 의미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줬다. 그 어떤 곡에도 과욕이 없었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멋진 골을 넣는 것처럼, 욕심부리지 않은 멜로디와 사운드만으로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다만 목의 상태가 좋지 않은 듯 특유의 팔세토(가성을 이용한 창법)는 예봉이 무디게 느껴졌고 공연 중간중간 눈에 띄게 지쳐 보일 때도 있었다.

공연의 마지막에 퍼렐은 "내일이 한국의 독립기념일(광복절)이라고 들었다"며 말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인간은 모두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의 히트곡 'Freedom'이 시작됐다. 관객 모두 70년 전 그날의 우리 선조들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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