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꿈틀거린다… 인간의 狂氣 3부작

입력 : 2015.07.23 00:02

[연극 리뷰] 카포네 트릴로지

이 3부작 연극을 모두 보려면 시간표를 확인한 뒤 표를 세 번 사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제이미 윌크스 작, 김태형 연출)의 세 에피소드 '로키' '루시퍼' '빈디치'는 모두 챙겨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어디서도 경험한 적 없을 독특한 관극(觀劇) 체험이기 때문이다.

소극장 문 안쪽의 공간은 20세기 초 미국 시카고의 렉싱턴 호텔 로비다. 661호란 문패가 붙은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착 가라앉은 조명 속, 침대와 창문, 화장대가 있는 객실 내부 양편에 객석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연극‘카포네 트릴로지’중‘로키’편의 영맨(박은석·왼쪽)과 레이디(정연). /아이엠컬처 제공
연극‘카포네 트릴로지’중‘로키’편의 영맨(박은석·왼쪽)과 레이디(정연). /아이엠컬처 제공
관객은 그 좁은 호텔방 안에 숨어 들어온 것처럼 몸을 움츠리고 숨죽이며 배우 세 명이 50㎝ 앞에서 펼치는 연극을 지켜봐야 한다. 연기 공간은 7평(약 23㎡)이 채 되지 않는다.

이제 1923년, 1934년, 1943년의 시간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세 가지 사건이 펼쳐진다. '로키'가 코미디 뮤지컬에 가깝다면 '루시퍼'는 서스펜스 드라마, '빈디치'는 하드보일드 심리극이다. '영맨' '올드맨' '레이디'를 맡은 세 명의 배우는 에피소드마다 다른 역할을 맡는다.

결혼식을 앞둔 '로키'의 여주인공은 아슬아슬한 거짓말 속에서 연쇄살인과 맞닥뜨리고, '루시퍼'의 갱단 중간보스가 저지른 테러는 뜻밖의 파국을 부른다. '빈디치'의 젊은 전직 경찰은 옛 상사에게 복수를 감행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벙커 트릴로지'를 선보였던 영국 작가 제이미 윌크스는 알 카포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광기와 어리석음을 냉혹하게 묘사했다.

배우의 몸짓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설 만큼 빠르고 촘촘한 전개 속, "나쁜 일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일어나지" "이 도시에선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야 살아갈 수 있는 거야" 같은 대사들이 생명력을 지니고 꿈틀거린다. 김종태·박은석의 연기도 좋았지만, 닳고 닳은 쇼걸, 청순가련형 여인, 치명적 요부(妖婦)로 작품마다 변신한 정연은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9월 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각 편 약 70분, (02)541-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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