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7.20 09:35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의 '나디아' 역으로 주목
주목 받는 젊은 뮤지컬배우들의 호연과 에너지가 가득한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서도 이예은(26)은 유독 반짝반짝 빛난다.
'미스사이공' '천국의 눈물' '레 미제라블' '위키드' '킹키부츠' 등 대형 뮤지컬에서 다져진 탄탄한 내공은 중형 뮤지컬에서 안정적으로 빛을 발한다.
2000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이번에 한국 라이선스 초연 중인 '베어 더 뮤지컬'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부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다. 사실 이예은이 연기하는 나디아는 극의 중심 인물은 아니다. 세실리아 기숙학교의 잘생긴 킹카 '제이슨'과 그의 비밀스런 남자친구이자 내성적인 성격인 '피터'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중심축이고 거기에 제이슨과 예쁘고 인기 있는 여학생 '아이비'가 서로 호감을 품다 갈등하는 이야기가 덧대지면서 청소년기의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려진다.
나디아는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인 제이슨과 같은 방을 쓰는 '잘 나가는 여학생' 아이비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에 대한 사랑, 연민 등이 뒤범벅이 돼 애증을 표현해야 하는 복잡한 역이다.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이예은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현실감이 묻어나면서도 무대가 생생하게 꿈틀거린다.
최근 '베어 더 뮤지컬'이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예은은 "지금 이 때 나디아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고 눈을 빛냈다. "나디아처럼 결핍을 느끼던 때 그녀는 연기하게 돼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베어 더 뮤지컬의 매력 중 하나는 넘버에요. 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넘버들은 다채로운 생명력이 넘치는데 다양한 목소리의 결을 지닌 예은 씨의 목소리와 잘 어울려요.
"넘버 안에 있는 드라마와 감정선을 전달하는데 노력했어요. 제가 워낙 털털한 면이 많아서 노래를 섬세하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소리를 연구해보고 다양한 장르를 불러보려고 노력했죠."
-'베어 더 뮤지컬'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쇼케이스 때도 불렀지만 '아 유 데어'요. 제가 부르는 곡은 아니지만 멜로디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물론 나디아가 부르는 '콰이어트 나이트 앳 홈'도 애착이 가죠. 드라마가 중심이 된 노래라 감정 전달 위주로 부르죠. 1막 마지막에 주요 배역들이 함께 부르는 '원'은 에너지가 대단해요. 메인 캐릭터의 고민과 갈등이 말 그대로 하나로 뭉쳐져서 폭발하는 부분이죠."
-물론 예은 씨가 나디아를 잘 표현했지만 원작 자체에서 그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란성 쌍둥이로서 아들 제이슨에 비해 집 안에서 소홀하게 취급받는 장면은 있지만 기숙학교에서 같은 방을 쓰는 아이비와의 관계와 사연은 명확하지 않아 좀 겉도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선 잡기가 쉽지 않았을 법합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극에서 드러난 내용은 제이슨에 대한 피해의식이죠. 그는 성공만 하는데 자신은 실패만 하니까. 그 피해의식이 엄청나요. 그런데 아이비도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거든요. 나디아가 그런 것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극의 내용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는데, 모든 인간 관계가 말로 다 설명될 수는 없잖아요. 아이비에 대해서는 그녀를 무조건 증오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면 관계와 내용을 풀어나갈 수 없을 것 같아 애증이라고 생각했죠. 아이비를 포함해서 여러 인물, 여러 상황 때문에 수십번 절망도 하지만 아이비랑 놀면 또 재미있고. 그렇게 감정의 선을 이해하려고 했죠."
-나디아는 중심 인물들을 지켜보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관객들이 감정을 투영할 여지가 많은 인물이이에요.
"사실 제이슨과 아이비 같은 사람보다 나디아 같은 사람이 많죠. 특히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결핍이나 모자란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더 많죠. 나디아가 좋은 것이 이예은, 즉 저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에요. 제이슨, 아이비를 바라보면서 영향을 받고 좋게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관객들도 그런 부분을 볼 수 있고요. 특히 어린 친구들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뜻대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는데 주인공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성숙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디아랑 고등학교 시절의 예은 씨랑 닮은 점이 있나요?
"제이슨 같았어요. 인기가 많았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집에서 첫째에요. 남동생이 하나 있죠. 무엇보다 아빠의 기대가 컸죠. 저는 중학교 때부터 꿈이 뮤지컬배우였어요. 근데 반대를 하셔서 저는 제 끼를 증명해야 했죠. 고등학교 때 밴드 생활도 열심히 했고. 첫째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열등감을 느끼는 나디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못 생기게 보이려고 머리카락을 숏커트보다도 짧게 잘랐는데 오히려 더 예뻐요. 물론 예은 씨의 외모가 예쁜 것도 있긴 하겠지만 나디아 캐릭터가 보면 볼수록 예뻐보이는 캐릭터더라고요.
"우선 머리를 짧게 잘라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캐릭터 핑계를 대고 시도를 했죠(웃음). 한국 공연에서 나디아는 캐릭터 성격이 좀 변화됐어요. 맨 처음 화장을 짙게 하는 등 캐릭터를 좀 더 강하게 잡을까도 고민했는데 그 캐릭터를 세게하면 세게 할수록 후반부 설명이 어려울 것 같아서 지금처럼 설정했죠."
-주로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중형 뮤지컬 무대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호흡, 에너지를 쓰는 힘 조절 등이 다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대극장 무대에 많이 오르다보니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좀 더 세밀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이번에 그런 갈증을 풀 수 있어서 좋아요."
-젊은 배우들끼리 출연하다보면 재미있고 다양한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그 코드 등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아서 웃음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서로 독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남학생인 제이슨과 피터의 키스 장면 등 동성애가 주로 다뤄져요. 다소 노출이 있는 제이슨과 아이비의 베드 신도 등장하죠. 그 부분이 성장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여겨지는데 일부에서는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합니다.
"멘 처음에 '베어 더 뮤지컬'이 파격적 소재의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도 나오고…. 지금은 (문화적인)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그런 문화가 있었고,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부분도 아니라서 충격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공감할 것도 많고요."
-나디아가 '콰이어트 나이트 앳 홈'을 부를 때 첼로를 연주하잖아요. 핸드 싱크(직접 연주하지 않고 반주음악에 맞춰 공연하는 행위)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실연을 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이번에 직접 연주를 하고 싶었는데, 배울 시간이 부족했어요. 사실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꿈이 뮤지컬배우였던 터라 전공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는 그 자체가 재미있었죠. 이번에 첼로를 가짜로 연주하지만 가짜처럼 보이는 것은 싫어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죠. 그런데 노래 부르는 멜로디, 연주해야 하는 멜로디가 달라 헷갈렸어요(웃음). 그래도 비브라토(음악 연주에서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등 활 사용에 대한 이해도를 살려서 잘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죠."
-인문계 고등학교였지만 밴드 생활과 바이올린 연습을 병행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요?
"초등학교 때는 합창단을 했어요. 이후 이쪽으로 꿈도 당연하다는 듯 정했고요. 그래서 진로에 대한 큰 고민을 하지 않았죠. 그런 점은 친구들이 부러워했어요(웃음).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뮤지컬을 알게 됐고 이후 뮤지컬배우에 대한 꿈을 품게 됐죠."
-2010년 '미스사이공' 앙상블로 데뷔한 뒤 벌써 5년 차가 됐습니다. 연기와 가창 등을 모두 인정 받으면서 평론가, 업계, 대중 모두에게 기대를 받고 있는데요.
"제가 신인의 티는 조금 벗었지만 아직 베테랑은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라 지금까지 오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했어요. 꼼수를 써서 된 적이 한번도 없었고요. 게임은 매번 지고, 내기를 해도 이긴 적이 없었죠. 그런 점을 보면 저는 평생 노력을 해야 해요(웃음). 근데 갈수록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런 점이 힘들었는데 점차 좌우명이 됐죠."
-나디아 역시 결핍을 느끼는 캐릭터라 공감이 많이 되겠네요.
"나디아를 연기하면서 그 결핍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에 대한 결핍도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그 결핍을 오히려 드러내고 극복하려고 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죠. '베어 더 뮤지컬' 직전에 갑자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제 부족함과 결핍을 생각하게 됐는데… '베어 더 뮤지컬'에 출연한 것이 그래서 감사해요. 스스로 부딪힌 한계를 이겨내보자라는 생각을 들게 했거든요. 나디아 역할도 딱 그렇더라고요. 나디아에 공감을 하면서 말 그대로 치유가 된 것 같아요."
이예은이 더 빛났던 점은 그 결핍이 열등감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삼는 긍정적 성격에서 차세대 뮤지컬스타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베어 더 뮤지컬' 8월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피터 정원영·윤소호·이상이, 제이슨 성두섭·전성우·서경수, 아이비 문진아·민경아. 연출 이재준, 음악감독 원미솔. 135분(인터미션 15분). 6만6000~8만8000원. 쇼플레이·오픈리뷰. 1588-5212
주목 받는 젊은 뮤지컬배우들의 호연과 에너지가 가득한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서도 이예은(26)은 유독 반짝반짝 빛난다.
'미스사이공' '천국의 눈물' '레 미제라블' '위키드' '킹키부츠' 등 대형 뮤지컬에서 다져진 탄탄한 내공은 중형 뮤지컬에서 안정적으로 빛을 발한다.
2000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으로 이번에 한국 라이선스 초연 중인 '베어 더 뮤지컬'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부 가톨릭계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들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다. 사실 이예은이 연기하는 나디아는 극의 중심 인물은 아니다. 세실리아 기숙학교의 잘생긴 킹카 '제이슨'과 그의 비밀스런 남자친구이자 내성적인 성격인 '피터'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중심축이고 거기에 제이슨과 예쁘고 인기 있는 여학생 '아이비'가 서로 호감을 품다 갈등하는 이야기가 덧대지면서 청소년기의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려진다.
나디아는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인 제이슨과 같은 방을 쓰는 '잘 나가는 여학생' 아이비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에 대한 사랑, 연민 등이 뒤범벅이 돼 애증을 표현해야 하는 복잡한 역이다.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이예은의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현실감이 묻어나면서도 무대가 생생하게 꿈틀거린다.
최근 '베어 더 뮤지컬'이 공연 중인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예은은 "지금 이 때 나디아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고 눈을 빛냈다. "나디아처럼 결핍을 느끼던 때 그녀는 연기하게 돼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베어 더 뮤지컬의 매력 중 하나는 넘버에요. 록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넘버들은 다채로운 생명력이 넘치는데 다양한 목소리의 결을 지닌 예은 씨의 목소리와 잘 어울려요.
"넘버 안에 있는 드라마와 감정선을 전달하는데 노력했어요. 제가 워낙 털털한 면이 많아서 노래를 섬세하게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소리를 연구해보고 다양한 장르를 불러보려고 노력했죠."
-'베어 더 뮤지컬'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쇼케이스 때도 불렀지만 '아 유 데어'요. 제가 부르는 곡은 아니지만 멜로디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물론 나디아가 부르는 '콰이어트 나이트 앳 홈'도 애착이 가죠. 드라마가 중심이 된 노래라 감정 전달 위주로 부르죠. 1막 마지막에 주요 배역들이 함께 부르는 '원'은 에너지가 대단해요. 메인 캐릭터의 고민과 갈등이 말 그대로 하나로 뭉쳐져서 폭발하는 부분이죠."
-물론 예은 씨가 나디아를 잘 표현했지만 원작 자체에서 그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란성 쌍둥이로서 아들 제이슨에 비해 집 안에서 소홀하게 취급받는 장면은 있지만 기숙학교에서 같은 방을 쓰는 아이비와의 관계와 사연은 명확하지 않아 좀 겉도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선 잡기가 쉽지 않았을 법합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실 극에서 드러난 내용은 제이슨에 대한 피해의식이죠. 그는 성공만 하는데 자신은 실패만 하니까. 그 피해의식이 엄청나요. 그런데 아이비도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거든요. 나디아가 그런 것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극의 내용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는데, 모든 인간 관계가 말로 다 설명될 수는 없잖아요. 아이비에 대해서는 그녀를 무조건 증오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면 관계와 내용을 풀어나갈 수 없을 것 같아 애증이라고 생각했죠. 아이비를 포함해서 여러 인물, 여러 상황 때문에 수십번 절망도 하지만 아이비랑 놀면 또 재미있고. 그렇게 감정의 선을 이해하려고 했죠."
-나디아는 중심 인물들을 지켜보는 캐릭터이기도 한데 관객들이 감정을 투영할 여지가 많은 인물이이에요.
"사실 제이슨과 아이비 같은 사람보다 나디아 같은 사람이 많죠. 특히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결핍이나 모자란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더 많죠. 나디아가 좋은 것이 이예은, 즉 저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에요. 제이슨, 아이비를 바라보면서 영향을 받고 좋게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관객들도 그런 부분을 볼 수 있고요. 특히 어린 친구들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뜻대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하는데 주인공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성숙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나디아랑 고등학교 시절의 예은 씨랑 닮은 점이 있나요?
"제이슨 같았어요. 인기가 많았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웃음). 집에서 첫째에요. 남동생이 하나 있죠. 무엇보다 아빠의 기대가 컸죠. 저는 중학교 때부터 꿈이 뮤지컬배우였어요. 근데 반대를 하셔서 저는 제 끼를 증명해야 했죠. 고등학교 때 밴드 생활도 열심히 했고. 첫째로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열등감을 느끼는 나디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못 생기게 보이려고 머리카락을 숏커트보다도 짧게 잘랐는데 오히려 더 예뻐요. 물론 예은 씨의 외모가 예쁜 것도 있긴 하겠지만 나디아 캐릭터가 보면 볼수록 예뻐보이는 캐릭터더라고요.
"우선 머리를 짧게 잘라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캐릭터 핑계를 대고 시도를 했죠(웃음). 한국 공연에서 나디아는 캐릭터 성격이 좀 변화됐어요. 맨 처음 화장을 짙게 하는 등 캐릭터를 좀 더 강하게 잡을까도 고민했는데 그 캐릭터를 세게하면 세게 할수록 후반부 설명이 어려울 것 같아서 지금처럼 설정했죠."
-주로 대극장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중형 뮤지컬 무대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호흡, 에너지를 쓰는 힘 조절 등이 다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대극장 무대에 많이 오르다보니 작은 규모의 극장에서 좀 더 세밀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이번에 그런 갈증을 풀 수 있어서 좋아요."
-젊은 배우들끼리 출연하다보면 재미있고 다양한 시너지가 생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개그 코드 등 공감할 만한 요소가 많아서 웃음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서로 독려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만 15세 이상 관람가로 남학생인 제이슨과 피터의 키스 장면 등 동성애가 주로 다뤄져요. 다소 노출이 있는 제이슨과 아이비의 베드 신도 등장하죠. 그 부분이 성장기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여겨지는데 일부에서는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합니다.
"멘 처음에 '베어 더 뮤지컬'이 파격적 소재의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도 나오고…. 지금은 (문화적인)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그런 문화가 있었고,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부분도 아니라서 충격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자세히 보면 공감할 것도 많고요."
-나디아가 '콰이어트 나이트 앳 홈'을 부를 때 첼로를 연주하잖아요. 핸드 싱크(직접 연주하지 않고 반주음악에 맞춰 공연하는 행위)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실연을 하는 줄 알았어요(웃음).
"이번에 직접 연주를 하고 싶었는데, 배울 시간이 부족했어요. 사실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꿈이 뮤지컬배우였던 터라 전공을 할 생각은 없었지만 바이올린을 배우는 그 자체가 재미있었죠. 이번에 첼로를 가짜로 연주하지만 가짜처럼 보이는 것은 싫어서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했죠. 그런데 노래 부르는 멜로디, 연주해야 하는 멜로디가 달라 헷갈렸어요(웃음). 그래도 비브라토(음악 연주에서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등 활 사용에 대한 이해도를 살려서 잘 연주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죠."
-인문계 고등학교였지만 밴드 생활과 바이올린 연습을 병행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요?
"초등학교 때는 합창단을 했어요. 이후 이쪽으로 꿈도 당연하다는 듯 정했고요. 그래서 진로에 대한 큰 고민을 하지 않았죠. 그런 점은 친구들이 부러워했어요(웃음). 어릴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뮤지컬을 알게 됐고 이후 뮤지컬배우에 대한 꿈을 품게 됐죠."
-2010년 '미스사이공' 앙상블로 데뷔한 뒤 벌써 5년 차가 됐습니다. 연기와 가창 등을 모두 인정 받으면서 평론가, 업계, 대중 모두에게 기대를 받고 있는데요.
"제가 신인의 티는 조금 벗었지만 아직 베테랑은 아니잖아요.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라 지금까지 오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했어요. 꼼수를 써서 된 적이 한번도 없었고요. 게임은 매번 지고, 내기를 해도 이긴 적이 없었죠. 그런 점을 보면 저는 평생 노력을 해야 해요(웃음). 근데 갈수록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하지만 처음에는 그런 점이 힘들었는데 점차 좌우명이 됐죠."
-나디아 역시 결핍을 느끼는 캐릭터라 공감이 많이 되겠네요.
"나디아를 연기하면서 그 결핍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에 대한 결핍도 많이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그 결핍을 오히려 드러내고 극복하려고 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죠. '베어 더 뮤지컬' 직전에 갑자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제 부족함과 결핍을 생각하게 됐는데… '베어 더 뮤지컬'에 출연한 것이 그래서 감사해요. 스스로 부딪힌 한계를 이겨내보자라는 생각을 들게 했거든요. 나디아 역할도 딱 그렇더라고요. 나디아에 공감을 하면서 말 그대로 치유가 된 것 같아요."
이예은이 더 빛났던 점은 그 결핍이 열등감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삼는 긍정적 성격에서 차세대 뮤지컬스타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베어 더 뮤지컬' 8월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피터 정원영·윤소호·이상이, 제이슨 성두섭·전성우·서경수, 아이비 문진아·민경아. 연출 이재준, 음악감독 원미솔. 135분(인터미션 15분). 6만6000~8만8000원. 쇼플레이·오픈리뷰.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