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이 순간] 연극 '잘자요 엄마'의 총소리

입력 : 2015.07.15 17:29
딸의 방 안에서 끝내 총소리가 들린다. 엄마는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앞서 "엄마, 나 오늘 자살할 거야"라고 '딸' 제시는 예고했다.

엄마는 이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연극 '잘자요, 엄마'(극작 마샤 노먼)의 막이 내린다. 제씨는 방에 들어가기 전 엄마에게 "잘자요 엄마"라고 말했다. 엄마는 정작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 딸은 영면에 들어갔다.

'딸의 자살을 앞둔 모녀의 마지막 밤'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는 소통의 본질을 파고들기 위한 장치다.

간질 증세가 있는 제씨는 사회와 소통하기 힘들고 그런 딸을 내내 보살피느라 여념이 없는 엄마는 결국 딸의 깊은 내면과 소통하지 못한다. 끝내 둘 사이를 가로 막은 딸의 방문처럼.

'잘자요 엄마'는 결국 모녀 이야기지만 '모녀 얘기'만은 아니다. 가족 관계 중 애증 등이 점철된 가장 깊은 관계인 모녀지간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데 사회관계는 오죽하랴. 누구에게나 제씨의 간질처럼 사회로 나가는 데 장애가 있다.

1982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레퍼토리 극장에서 초연한 뒤 현재까지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1985년 초연했다. 이번 무대는 2008년 이후 7년 만이다. 평소 엄한 인상의 김용림 엄마는 좀 더 절제돼 아프고, 수더분한 연기의 나문희 엄마는 애절해서 또 아프다. 제씨 이지하·염혜란. 연출 및 번역 문삼화. 8월1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러닝타임 90분(인터미션 없음), 4만5000~5만5000원. 수현재컴퍼니. 02-766-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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