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 신영숙 "인간적인 면모에 진심 담고 싶어"

입력 : 2015.07.07 16:53
내로라하는 가창력을 지닌 뮤지컬배우 신영숙의 목소리는 음색·음역대 그 자체만으로 캐릭터가 된다. 성악을 전공한 그녀의 목소리 결은 다채롭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타이틀롤을 맡은 신영숙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나라를 잃은 국모·아이를 잃은 엄마로서 아픔은 서정적인 소프라노로, 정치적으로 단호해야 하는 부분은 강한 저음으로 캐릭터를 분명히 표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명성황후'는 신영숙의 뮤지컬 데뷔작. 1999년 '명성황후'에서 앙상블을 맡아 뮤지컬계에 발을 들인 그녀는 16년 만에 타이틀롤을 꿰차는 영예를 안게 됐다.

20주년 기념 공연인데다가 광복 70주년, 명성황후 시해 120주기를 맞는 올해 무대에 오르는 만큼 남다른 의미도 큰 시즌이다. 눈빛에 설렘이 가득하면서도 신중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은 신영숙을 최근 '명성황후' 연습으로 에너지가 가득찬 오금동 에이콤 인터내셔날 연습실 인근에 만났다.

-16년 전 '명성황후'의 윤호진 연출에게 명성황후를 연기하고 싶다 말한 것으로 아는데 16년 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됐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기억을 해주셨으니 너무 감사하죠. 신인의 패기로 이야기를 드린 건데 16년이 지나서 그 제안을 해주시니 영광이죠. 무엇보다 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주신 분이라 더 기뻐요.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의 말도 허허허 웃으시면서 받아주셨는데 좋게 봐주셔서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네요(웃음)."

-16년 전 '명성황후'가 기억이 나는가?

"당시 (명성황후를 연기한) 이태원 선배님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리고 무대 역시 스펙터클하고 대단했죠. 지금 봐도 뒤지지 않는 회전 무대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명성황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싶어요. 뮤지컬 '명성황후' 하면 누구나 다 아시니까요."

-'명성황후' 연습은 어떤가? 그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명성황후가 아닌 인간 민자영에게서 공통점을 많이 발견해서 몰입이 잘 돼요. 캐스팅 된 이후 하루종일 경복궁을 거닌 적이 있는데 그녀의 삶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민자영은 깨인 여성이었어요. 역사적으로 좋지 않은 평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진취적인 여성이었죠. 그래서 지금의 여성들이 공감대를 많이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총명하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부분은 지금의 현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점이잖아요. 명성황후를 미화시키기 보다는 그런 점을 바탕으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워낙 노래를 잘하지만 '명성황후' 노래는 또 다를 듯하다.

"오페라스러우면서도 멜로디가 강하고,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어야하죠. 힘 조절도 잘해야 하고요. 제 목소리의 여러 부분을 잘 활용해야죠. 노래 부르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한국 창작극이라서 몰입도 잘 되고요."

-한국 사극이나 동작 등으로 감정 표현을 하기에는 제약이 있을 듯하다. 의상이 커서 손이 가려져 있는 등 감정 표현을 돕는 부분들도 제한이 있고.

"여백의 미를 잘 살려야 할 것 같아요. 노래의 음역대로서 여러 감정을 표현해야죠."

-자신만의 명성황후를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

"매 나이 때마다 확실한 변화를 주려고 해요. 16세 때 궁에 들어가 소녀가 조선의 국모로 변화하는 과정의 매 순간을 표현하고 싶어요. 여자로서, 국모로서, 엄마로서의 감정을 세세하면서도 다르게 표현하고 싶죠. 그래서 인간적인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러면 진심을 담아야 하죠. 명성황후를 온전히 담고 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녀를 표현하려고 하기 보다 진짜 진심을 알아야 하죠."

-'명성황후' 이후 서울예술단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했고 2008년 뮤지컬 '캣츠' 라이선스에서 '메모리'로 기억되는 '그리자벨라' 역을 통해 주역급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황금별'로 기억되는 '모차르트!'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아가씨와 건달들'의 '아들레이드',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현재 공연 중인 '팬텀'의 '마담 카를로타' 등 맡는 역마다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예술단에서 8년 간 정말 많은 걸 배웠는데 한 때 인지도가 없어서 오디션에서 1등을 해도 최종 캐스팅이 안 되기도 했어요. 그리자벨라 이후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죠."

-요즘 뮤지컬에서 성악가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낸다.

"뮤지컬은 기본적으로 음악이 바탕이 되는 장르잖아요. 뮤지컬에서도 벨칸토(이탈리아 성악 발성으로 노래를 좀 더 아름답게 가창하는 것) 창법이 필요해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신영숙은 극동대 뮤지컬 전공 교수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벨칸도 창법도 훈련시키죠. 성악을 전공하면 음역대가 넓어져서 가성, 진성 등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죠."

-팬들 뿐 아니라 뮤지컬을 즐겨 보는 이들 사이에서는 '믿고 보는 신 여사'로 통한다. 그 만큼 작품마다 '천의 얼굴'을 보인다.

"그 말이 참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워요. 이제 실망을 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매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큰 과제죠. '신 여사'라는 별명은 '모차르트!'에서 남작 부인을 맡았을 때 처음 생긴 것으로 아는데 평소 팬들이랑 친근하게 지내서 인 것 같아요. 오래된 팬들과는 너무나 친한 사이죠. 오는 11월에는 팬들을 위해서 작은 콘서트를 열 생각도 있어요. 팬클럽에게 항상 감사해요. 저 역시 친근한 배우가 좋아서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정말 좋거든요. 요즘은 신 젤리('팬텀'에서 남편 역인 '무슈 숄레'가 카를로타를 젤리라는 애칭으로 부른다)로 불리고 있어요(웃음)."

-'명성황후'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주연도 많이 하고, 조연도 많이 했지만 무엇보다 '명성황후'를 통해서 한 작품을 힘 있게 끌어가는 힘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전성기가 찾아온 것 같다.

"욕심이 많지 않아요(웃음). 이 역, 저 역 탐내기보다 맡은 역할이 다 감사했죠. 작건 크건 다 좋았어요. 지금까지 서서히 올라왔는데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해나갔으면 해요."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기념 공연 28일부터 9월1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또 다른 명성황후 김소현. 홍계훈 김준현·박송권·테이. 연출 윤호진, 프로듀서 황보성, 원작 이문열, 각색 김광림, 작곡 김희갑, 편곡 피터 케이시, 음악감독 김호정·김길려, 무대 박동우, 의상 김현숙. 에이콤인터내셔날. 02-2250-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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